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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녕 Apr 14. 2025

봄카지노 게임 내리면



어릴 적 봄눈은

솜사탕처럼 가벼웠다

손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입안에 넣고 달게 녹이며

풍년이 오겠구나, 기뻐했지


할머니는 눈을 보며

“이게 다 복이 내려앉는 거란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눈송이를 헤아리던 그 겨울


하지만 지금은

창밖에 쌓이는 흰빛을 보며

길이 얼진 않을까, 차가 막히진 않을까

봄이 오기도 전에

눈 녹은 자리엔

질퍽한 웅덩이가 먼저 남겠지


카지노 게임 오면 풍년이 든다 했는데

이제는 기후가 흔들리는 신호처럼

봄이 아닌 겨울이 길어진 건 아닐까

지구가 열꽃을 피우는 건 아닐까


어릴 적엔

카지노 게임 내리면 달려나갔고

지금은

창가에 서서 바라본다


녹아버린 건

봄눈일까,

그때의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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