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봄눈은
솜사탕처럼 가벼웠다
손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입안에 넣고 달게 녹이며
풍년이 오겠구나, 기뻐했지
할머니는 눈을 보며
“이게 다 복이 내려앉는 거란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눈송이를 헤아리던 그 겨울
하지만 지금은
창밖에 쌓이는 흰빛을 보며
길이 얼진 않을까, 차가 막히진 않을까
봄이 오기도 전에
눈 녹은 자리엔
질퍽한 웅덩이가 먼저 남겠지
카지노 게임 오면 풍년이 든다 했는데
이제는 기후가 흔들리는 신호처럼
봄이 아닌 겨울이 길어진 건 아닐까
지구가 열꽃을 피우는 건 아닐까
어릴 적엔
카지노 게임 내리면 달려나갔고
지금은
창가에 서서 바라본다
녹아버린 건
봄눈일까,
그때의 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