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가 끝이 났다. 길고 긴 평일이 끝나고 드디어 주말이 되었을 때, 나는 무슨 전쟁이라도 치른 듯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있었다. 무엇보다도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한 주였다. 매일 나가서 하루종일 꼬박 일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체 예전에 나는 어떻게 매일 일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새벽에 일어나 7시에 집을 나서고, 저녁이 되어 돌아오는 삶.
출퇴근 거리 왕복 100km, 운전하는 시간 하루에 왕복 3시간.
10년 동안 그 삶을 반복했을 때 나에게 암이라는 질병이 찾아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삶으로 다시 돌아갔다. 다시 돌아갈 때는 결코 예전처럼 살지 않겠노라 수없이 다짐했지만 여전히 나는 예전과 똑같이 1분 1초를 다투며 일주일을 보냈다. 내가 근무하는학교는 경기도 외곽에 있었고, 10분만 늦게 퇴근을 해도 막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시에 퇴근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했고, 그날에 해야 할 일을 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서는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다.
이렇게 출퇴근만으로도 벅찰 만큼 힘이 드는데 학기 초 학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일이 많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학생들을 파악해야 하고, 많은 계획을 세워야 하기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쏙 빠진다.
나는 학창 시절 선생님은 가르치는 일이 전부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교사가 되어보니, 교사에게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교사는 행정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사업을 따기 위해 계획서를 세우고, 예산을 받아 운영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산하고... 그런와중에 틈틈이 수업을 가고 시험문제를 내고 학생상담을 하고 생활지도를 한다.여기에 담임이 되면 해야 할 일은 배가 된다.
가끔 생각한다. 외국처럼 행정적인 일과 학생지도가 분리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롯이 학생에게만 집중하고, 수업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사실 그 반대에 가깝다. 기안 문서를 작성하다 수업 종이 치면 교실로 내려가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교무실로 돌아와서 문서 작업을 계속한다.내가 행정직으로 취업을 한 건지 교사로 취업을 한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우리 학교처럼 규모가 작은 소규모 학교에서는 한 사람의 교사가 여러 명의 몫을 해내야 한다. 단위 학교에 주어지는 일은 똑같은데 그 일을 적은 수의 교사가 나누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 배분에 있어 암 환자도 예외는 아니다. 출근하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일들. 올해 내가 계획하고 운영해야 할 사업 계획서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것들을 써내느라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환자로, 작가로 글을 쓰며 살았던 3년의 시간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어제까지 학교에서 일하고, 오늘 다시 출근한 느낌이 들었다. 꽤 오랜 시간을 쉬었는데 준비 운동도 없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저기까지 헤엄쳐 가야 하는 느낌이랄까.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심히 팔을 저어야만 했다.
그렇게 3월 첫 주를 보내고 나니,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소위 '현타'라는 단어가 내게도 찾아왔다. 누군가는 현실타격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이라고도 하던데. 아무튼 그 의미는 비슷하다. 자기가처한실제상황을깨닫게되는시간. 또는 깨닫고 타격을 받게 되는 심리랄까.
대체 이 많은 일들을 예전에는 어떻게 해낸 거지?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업무에, 담임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버틴 지난 10년의 세월이 서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스스로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했다. 동시에 아직까지도 묵묵하게 그 일들을 해내고 있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철인처럼 보였다.
과연 나는 학교라는 이 정글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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