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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Jan 11. 2025

새들이 사랑카지노 쿠폰 방법을 알려줬어요

새의 엉덩이를 쫓아다니는 카지노 쿠폰

인간이 꾸준히 지구 밖의 지적 생명체를 찾아 헤매며 존재적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이 좀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을 최근 들어 하게 되었다. 아마도 지구를 나눠 쓰고 있는 각종 유기체들이 인간이라는 종보다 하등하고 보잘것없게 보이기 때문일 텐데, 그 작은 이웃들에게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그런 것이다. 그들은 쓸데없이 과거에 집착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곱씹지 않고,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만큼만 대비하며, 무엇보다도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유기체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 입지도 않을 싸구려 옷, 한 번 쓰고 버릴 플라스틱과 고철 덩어리들을 무지막지하게 찍어내 흙 속에 처박아 두지 않는다.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온갖 생각들에 깔때기를 대면"역시 인간이 좋아!"에서 "인간 싫어!"로 수렴되는 시기가 닥쳤다는점도 저런 생각에 골몰하게 되는 데 한몫한다.기자질로밥벌이를 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인간이라는 종 일반에 대한 혐오감이 솟구쳐 오르곤 한다. 사람이 하는 일 중 사람과 관련이 없는 일이 몇 개나 되겠냐마는, 사람의 행동과 말과 글과 움직임 따위를 포착하고 해석해서 정리해 남기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보니 거기에 몰입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불가항력이고 또 필연적이다. 특히 최근 1개월여 동안에는 법을 다룬다는 사람들이 앞다투어 늘어놓는 교묘한 말장난 때문에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미간의 주름을 꾹 눌러 펴면서 느끼는짜증스러운 감정을 일일이 활자화하면 좀 폭력적이기 때문에 그나마 온건한 표현으로 정리하면, "어떻게 사람이 저러지?"이다.


스스로 은밀히 '도파민 사냥꾼'을 자처할 정도로,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뒤로는 자극적인 사건사고를 즐기던 사람이었는데도, 일을 하면서 맞닥뜨려야만 하는 부정적인 자극들이 너무 커서 그런 것들은 모두 멀리하게 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물 간 아저씨, 젠체하는 아저씨, 비아냥대는 아저씨 등이 무더기로 등장해 떠드는 영상들로 가득해진 데에도 신물이 났다. 사람 목소리를 아예 듣기 싫을 때도 있었다. 귓구멍이 얼얼할 정도로 바흐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다 문득,우연한 계기로 산림을 가까이하고 그 속을 노니는 작은 이웃들을 주의 깊게 지켜볼 기회를 얻게 된 뒤로막연하게 동경하기만 했던 일을 실천에 옮겨야겠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그래, 탐조를 한 번 본격적으로 해 보자.


거창한 무엇인가를 해야만 카지노 쿠폰것은 아니다. 물론 오래 전부터새를 관찰해 온 카지노 쿠폰들은 성능 좋은 쌍안경과 '대포 카메라', 잘 굴러가는 자동차 등으로 무장하고 전국 각지를 쏘다니지만, 우리나라의 주거지는 많은 경우 산림을 끼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주의를 기울이면 날개 달린 작은 이웃들을 쉽게 찾아볼 있다. 단지 근처의 조경수에 떼지어앉아 떠드는물까치 무리와 참새떼, 가게 간판에 올라앉아 행인들을 쏘아보는 까마귀와 까치들, 뒷산 덤불숲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붉은머리오목눈이,아침마다 안방 창문 나무에서 시끄럽게 짖어대며강제로 단잠을 깨우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직박구리, 추위에 몸을 부풀리고 앉아 게으르게 졸고 있는 비둘기들, 동네 천변에서 십수 마리는 법한 새끼오리들을 이끌고 먹이활동을 가르치는 청둥오리, 카지노 쿠폰들의 소란스러운 환호는 무시하고 몸놀림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왜가리까지.


발이 다섯 개 이상 달리고 번들거리는 친구들은 아직 좀 힘들긴 한데, 대체로 거의 모든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특히나 탐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새들을 일상을 엿보기가 다른 동물들보다 비교적 수월해서다. 조심스럽게 기척을 죽이고나무나 바위 흉내를 내고 있으면 그들의 생활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자의로 양해해 주는 것은 아니고 내가 무턱대고 끼어드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날개와 꼬리깃의 움직임, 귓바퀴로 파고드는 새소리와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순간이 온다. 그들은 그냥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그런 그들로부터 내 멋대로 갈취하는 삶의 선물이다.


선물을 계속 받다 보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도 넓어진다. 동물의 보금자리가 되는 갖가지 식물들, 생명을 다한 유기물을 분해해 흙으로 돌려 주고 생명의 씨앗으로 탈바꿈시키는 균류들, 서로 먹고 먹히며 자리를 지키는 곤충들. 그 모든 것들이 생태계라는 하나의 조화로운 체계를 이루어 존속해 왔다는 점, 그리고 나 역시 그 안에 속해 있다는 점에까지 생각이 미치면,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그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 '생물다양성'의 개념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덕분에카지노 쿠폰의 눈에 귀엽고 예쁘게 보이는 동물들(주로 애완 목적으로 개량된 척추동물들)을 숭배하고 인간 중심적으로 대상화하며"동물들아, 평생 행복해야 해! 인간은 뭐, 죽든지 말든지" 따위의 말을 매우 재치 있는 농담이자 진담이라고 여기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배격하려 노력할 수 있게 됐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번잡스러운 삶에 쉼표를 제공해 준 작고 재빠른 이웃들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인간혐오를 주기적으로 희석함으로써음침한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탐조인들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조류도감을 한 권 샀다.


(사진은 순천만습지에서 만난 큰기러기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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