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뒤늦게 결혼식 사진을 받아서 훑어보다가 혼자 픽 웃었다. 신부 측 하객석 맨 앞자리에서 휴대폰을 치켜들고 열심히 영상과 사진을 찍으시던 카지노 쿠폰 모습이 사진 폴더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왔다. 혼주 한복을 입고 머리를 곱게 올린 엄마와 다정하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사진들도 많이 나왔다.
몰랐는데 엄마는 카지노 쿠폰와 죽이 아주 잘 맞았다. 환갑이 넘어 잠이 많아지면서 오후 11시 언저리에는 꼭 잠자리에 들던 양반이 늦은 밤까지 카지노 쿠폰와 수다를 떨다가 잠들기 일쑤였고, 작은고모부까지 대동해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머무르는 한 달여간, 카지노 쿠폰는 본디 입이 짧아 잘 먹지도 않는 엄마를 통통 살찌우고 덤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도 좀 높여 놓은 뒤 미국으로 돌아가셨다.
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락을 한 통 받았다. 유언장 작성을 미뤄 두다가 변호사를 만났는데, 서류 작성에 필요하니 여권 사진과 연락처, 집 주소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동생과 사촌언니에게도 같은 취지의 연락을 했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큰고모가 벌써 칠순을 앞두고 계시다. 평생에 딱 한 번이었다고는 하지만 하프 마라톤도 뛸 정도로 건강하셔서 인지를 못 하고 있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올해 독감이 독하니 꼭 백신을 맞으시라고 당부했다.
엄마와는 이미 이야기가 된 내용인 듯했다. 유언장 없이 사망하면 재산이 국고에 귀속되기 때문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고, 큰고모부는 벌써 작성을 끝내서 큰고모만 남았다고 하셨다 한다. 인천공항에 내리는 큰고모를 마중 나갔을 때, 큰고모의 얼굴에서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이 보여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났다. 이제 큰고모는 나와 같이 살 때의 할머니 연세에 가까워지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바쁘고 고단하다는 핑계로 자주 잊는다. 그러다가 불현듯 깨달을 때마다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