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Day 47
약속 전날에 약속이 취소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의 심리를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내가 그런 심리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한 달 내내 못 쉬는 적도 있고, 있더라도 며칠 없던 삶을 몇 년간 지속해오다 보니 간혹 이렇게 쉬는 기간을 마주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러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쁘게 움직이곤 했다. 조금이라도 어렸던 시절에는 쉬는 날이 생기는 순간부터 먼저 연락해서 약속을 잡기에 바빴다. 최대한 많은 친구들을 효율적으로 만나기 위해 빠듯하게 일정을 잡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쉬는 날이면 온전히 혼자 만의 쉬는 카지노 게임을 가지고 싶어졌다.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걸 먹고 수다 떠는 것도 너무 좋지만, 그건 쉬는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에너지를 써야 했고, 움직여야 했고, 일단 한번 외출을 하고 오면 집에 와서는 녹초가 되곤 했다.
여유가 많아진 요즘은 온전히 여유로운 삶, 나를 위한 카지노 게임을 보내고 싶어서 먼저 약속을 잡고 있지는 않다. 간혹 먼저 연락 주는 친구만 약속을 잡아 만나고 있다.
특히나 오늘은 달라진 내 모습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한 달 전쯤 잡아두었던 며칠 전 약속을 한번 미뤘었다. 친구가 업무 관련 일정이 생긴 이유였다. 엄청 미안해하는 친구에게 괜찮다는 답변을 보내고, 나가려던 준비를 바로 멈추고 몸을 늘어트린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시 잡은 약속이 오늘 이었다.
쉬고 있는 나와는 달리 이 업계 일로 아직 바쁜 친구이기에 또다시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점심 약속을 저녁으로 미루는 것이 어떠겠냐는 연락이 왔다.
다만 그 저녁 카지노 게임이 너무 늦은 카지노 게임이라, 집이 더 멀어진 나에게는 귀가카지노 게임을 고려했을 때 만나서 얼마 놀지 못하고 들어와야 하는 카지노 게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또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에 다시 여유가 생겼을 때 신나게 노는 것이 어떠냐고 되물었다.
한번 외출을 맘먹으면 오랜만에 나가는 것이기에 나도 나간 김에 신나게 잘 놀고 싶기도 했고,
오히려 막상 약속이 취소되니 오늘은 그럼 집에서 혼자 뭘 하면서 카지노 게임을 보낼지 설레기도 했다. (미안해 친구야.)
이제는 완전히 집순이가 된 것 같다. 집순이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집순이‘가 확실하다.
집순이의 삶을 최대한 잘 즐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