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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Dec 29. 2024

목 안의 검은 혹.

2024년 12월의 마지막 일요일.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모든게 좋다고 다.다만, 조심스레 덧붙인다.

'난번 검진 때 목 안에 조금 큰 혹이 있다고 전문병원에 가보시라 말씀드렸었는데...조직검사는 받으셨나요? 병원에서는뭐라하던가요?'

'음...'


죽을 때까지 갖고서 살아가야한다고.

니의 일부라 여기라고.

넘김이 불편할 때, 그때 제거를 생각해보자고.

지금은 그냥,안고 살아가라고.


거무스름한 형체의 혹을 물끄러미 건너다본다. 아주가끔 불편한 느낌전하기도 한다. 나에게들러붙은가차없는삶도 저런 모습이리. 나를해하기도,살리기도나의 삶. 때로는양심이라 부르기도고, 어쩌면책임이라 여겨도 괜찮을그저 그런 삶.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고, 성실하게응답할 책임이 나에게 있다. 그런 삶을 무엇으로 채울지는온전히나의 몫이다. 삶과 나의 끊임없는 투쟁상태.

내가가진 가장 힘이 센무기는,사랑과 기억이다.

그런데 그걸,자주 잊고 살아간다.


지하철을기다린다. 수많은 희망과 기다림이 들어오고,다시 떠나간다. 년 전, 나를 데려오던 희망(希望). 바랄 희와 바랄 망조합된 바라고 바라는 희망이떠나간다. 다시 그 자리를 채우는일은 역시나나의 과업다. 그렇게살아진다. 때로는경멸과 분노를 섞어채우기도하고, 또 때로는사랑과 희망을 떨구기도 하면서.

삶은 부지불식간에나의 뺨을 후려칠준비가언제나되어있겠지만,그럴때마다아무런 준비없는 나는,휘청이다다시 지하철에 올라탄다. 살아있음에 대한 나의 성실한 책무이니까.

해가 바뀐다고 해서 태양이 더욱 찬란한아니라는 걸, 이젠 것도다. 매일 떠올라 나의 정수리 위로 안온하게 번져가는 햇살언제나 찬연하게 빛나는것이니까.

그리고 그건 다시 나에게 기회를 주는 빛이다.

비록 목 안의 혹 처럼 다가올지라도,살아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덧. 브런치북인 마음하나 얹은 소담한 밥상 하나가 출간일이 다가오고 있어 부득이하게 모든 글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댓글과 라이킷에담긴 수많은 응원의 말들과 애정의 언어들을 다시 읽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희망이었노라적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희망들을잊지않는 것,또한 저의 책무입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으니까요.

가슴아픈 항공기 사고를 보며 씁니다. 그리고 고개숙여 애도합니다. 어쩌면 저의 사고였을 수도, 제가 사랑하는 이의 사고였을 수도 있었비현실적인소식에 먹먹한 두 눈을 그저 껌뻑이며삶을 생각합니다.

작가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평온한 새해 맞이하시고, 새해에도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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