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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Jul 29. 2022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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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그 어떤 영적 충동, 즉 무한한 것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있다.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TV 드라마 ‘클리닝 업’에서 서울대 학생인 아들이 청소부인 어머니에게 마구 쏘아 붙이고 있다.


“어머니는 제가 서울대에 가는 데 큰 역할을 하셨죠. 숙모님이 주신 돈을 다 날려버렸으니까요.”


그 카지노 게임 부유하게 살고 있는 숙모가 준 돈으로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유학을 가려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 돈을 평소에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던 한 지인에게 빌려주었다가 떼이고 말았던 것이다.


그 카지노 게임 머리가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했고, 계속 뭇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그 아들은 항상 자신의 ‘카지노 게임’을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의 명문대에서 학위를 따고 오면 카지노 게임이 얼마일 거야!


그런데 어머니의 잘못으로 서울대를 가게 된 것이다. 카지노 게임이 갑자기 낮아져 버렸을 것이다.


어머니의 단 한 번의 실수가 그의 한평생을 바꿔버린 것이다. 앞으로 그와 어머니는 화해하기 힘들 것이다.


사람이 값으로 매겨지는 사회에서는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된다. 그 아들이 미국의 명문대를 나와 카지노 게임이 일 년에 몇 십억이 된다고 한들 세상에 연봉이 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그 자리가 항상 위태롭지 않은가? 치받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항상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크게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눠진다. 의식의 중심에는 자아(ego)가 있고, 무의식 깊은 곳에는 전체 정신의 중심인 자기(self)가 있다.


우리의 학교 교육은 자아 중심의 교육이다. 단편적인 지식을 많이 습득한 자아는 입시에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의식보다 무의식이 훨씬 크다. 그 아들은 무의식까지 포함한 전체 정신의 중심인 자기를 깨어나게 하는 교육은 별로 받지 못했다.


자기는 시, 예술, 종교, 명상에 의해 깨어날 수 있다. 자기가 깨어나야 이 세상의 비의를 온전히 알게 된다.


자기는 천지자연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자기가 깨어나면 자신의 삶이 영원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경외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자기가 깨어나는 교육을 받았다면, 그 아들은 어머니를 원망했을까? 어머니와 아들은 원초적인 관계다.


깊은 무의식에서 어머니와 카지노 게임 하나다. 아들의 의식은 어머니를 원망할 수 있겠지만, 그의 무의식은 어머니를 한없이 사랑한다.


아들의 분열된 정신은 그를 한평생 괴롭힐 것이다. 그는 막연한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항상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뭇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살아가는 아들의 내면은 늘 사막일 것이다. 그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있는데, 그가 찾아낼 수 있을까?


오아시스를 찾지 않고 그는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이 끝내 찾아내는 게 사랑이다.


사랑은 우리를 단번에 오아시스에 데리고 간다. 우리는 영원히 목마름을 가시게 해주는 물을 마실 수 있게 된다.


지금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카지노 게임에 시달리고 있을까? 백화점, 마트에 즐비한 상품들처럼 하나의 값이 되어버린 젊은 영혼들.


과감히 카지노 게임을 내려놓고 앞을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는데, 지식 교육만 받은 젊은이들이 그 길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부분



인간은 결코 카지노 게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우리가 무엇이 되려면, 누군가가 우리를 불러주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우리를 애타게 부르는데도, 아마 우리는 듣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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