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옅어지다
#기억의 시간
수없이 많은 인파가 모인 이곳붉은 바다는 잔잔함도 파도도 인간이 만들어 낸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파도가 이토록 정확한 세기의 파도를 만들 줄이야. 주기의 패턴에 자기도 모르는 파도에 휩쓸렸다. 수애는 새삼 삶을 살아가고 적응해 나가는 남편의 방식이 긍정적으로 생각되고 고마웠다. 그런 남편으로부터삶의 태도를 다시 배운다. 그동안서로맞는 게 없다고남편의 일상이나 주변에 대해 전혀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애써 외면하고 피해왔다. 수애스스로과하다생각되는파도는한 번도 뛰어넘으려 하지 않았다. 이성과실천의 경계에서 이토록 정확한 패턴의 파도를 바라보며 다시 산 번 놀란 것이 있다. 붉은 바다에서는 만들어지는 파도 붉다는 것을. 이곳 인파를. 전체가 아닌 만든 개개인을. 수애는 그들 개인 서사가 자기의 것처럼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아련함이 밀려든다.
삶이라는 굴곡진 세월을 우리는 누구나 겪어나간다. 어쩌면 인간은 탄생부터 애잔한 존재가 아닐까.
그녀는특히감정적인 일에 있어서는 다른 일처럼 계획을 갖고 움직이지 못했다.그런데 지금, 부담이 되어 피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에 크나큰 변화가 생겼다.가슴에손을 대며 터질 듯 요동치는 심장을 다독이고천천히 쓸어내렸다. 의지를 보이는 입꼬리가 그녀의 다짐을 넘어위로 활짝 올라간다. 그녀는 꼭 다문 입으로 당분간 붉은 바다에 휘말려 보겠다고 마음먹었다.거스러거나 거부하는 대신 눈에 보이는 급류를 잘 타고 움직여보려고 한다.
남편과 그녀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곁을 떠나고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틈이 필요했다. 쉼이 될 수 있는 일과 다음 일 사이 경계에서 틈을 열지 닫을지 마음먹기까지의 시간. 수애는 '틈'을 열어 연결과 이음으로 다른 세상으로 한 발 옮겼다.
조급하지 않게 시간 안에 존재하는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려고 한다.
오늘은 다시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다. 지난 경기를 지켜보며 수애는 냄비처럼 끓어오르는한국의민족성과는 다른 자신의 내면을 읽었다. 그동안 숨기며 소리 내지 못했던 내면의 울분과 무료 카지노 게임을 포효하듯 수없이 많이 뱉어낸 후 자신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그래서 경기가 있는 오늘도 있는 힘을 다해 뱉어내겠다고 다짐한다. 이곳에 모인 붉은 인파에서도 개인적 서사 하나하나가 울분과 한이 서린 민족성을 뛰어넘었다. 그런 급류 한가운데 수애 자신이 서 있다. 소리와 호흡이 아직 경기까지 시간은 여유로웠으나 사람들은 나라 전체가 들끓는 모습에 이미 흥분했고 온 민족이 한마음인 듯 거리 곳곳에서 노래와 함성이 들려온다.
얼마 전 같으면 수애는 지독한 고독으로 6월 중순이 지난 이 계절에도 한기를느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그녀의 몸에서 열이 난다. 더는 손끝과 발끝이 시리며 고통스럽지 않았다.민이가 그녀 곁에서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빠른 회복과 도덕적 프레임 안에 더는 강압적으로 움직이거나 갇혀 지내지 않으려 마음먹은다음, 수애의 시선에 다시 새로운 삶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수애는 자신을 제대로 보려고 한다.그녀 스스로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그것을 항상 주변에서 찾았다. 그녀는 아픔의 근원을 타자와 운명적 경험에 핑계 대며 자신의 삶을 가두고 그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남편도 그녀도 더는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시 공부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탁 위에 얌전히 누워있던약 봉투가 공부방을 향하던그녀의 시선을 잡았다. 수애는 약 봉투를 잡고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프레임 안에서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고개 돌린 적이 없었던 그녀에게 약은 프레임 전환에 꼭 필요한 도구였다.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의 전환. 갇힌 그녀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이제 그것을 포기하려고 한다. 잠시 머뭇거린 후 그녀는 약 봉투를 한 손에 잡고서결심이 선 듯잘 열지 않았던서랍을 열어 깊숙이 약봉투를 던져 넣었다. 의지가 담긴 것처럼자신의 손에서 떨어져 서랍속에 담긴 약을 확인한 후 서랍을 천천히 꼭 닫았다.
수애는 사람들 사이 붉은 바다 한가운데여전히 어색한 표정과 자세로 서 있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 붉은 스카프를 하고 한발 한발 내딛던민이의 환영이 그녀와마주한다. 사람들 사이를 정신없이 비집고 환영을 쫓아겨우 아이와 재회할 수 있었다. 민이는 수애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등을 토닥이고 자신의 입꼬리로 수애의 손을 가져가 댄다. 마치 이제조금더웃고 편안해지라는 듯.
수애는 여전히 어색한 붉은 물결의 바다를 건너다잠시 멈췄다. 그곳에서 만난 민이 환영과 붉은 물결이 전하는 민족성을 한데 묶어서 바다 한가운데 두고 그 모습을 아련히 쳐다본다. 해가 더할수록 무료 카지노 게임이나 아픔의 무게대신 민이는 점점 가벼워지고 옅어지리라 짐작한다. 또한 붉은 물결의 민족성은 더 단단해진다는믿음으로오늘 밤 수애는 간만의 단잠을 잘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 어떤 것에도 기대지 않고.
복잡한 감정의 무게가 수애를 짓누르지 않았다. 오늘 밤 꿈에서는 선명한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여전한 듯무료 카지노 게임이 여전하지 않았다. 아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여전히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흔은 아픔을 옅은 기억으로 가끔 아름다움으로 덧씌운다. 발버둥 치는 아우성도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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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소설 무료 카지노 게임 밀도는 11화로 마무리합니다. 소설의 수애를 통하여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면 가득 차 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 높은 무료 카지노 게임을 덜어냅니다.
소설은 아픔을 통한 내면이 성장하는 부분에 초점을 두기보다 상실을 겪은 수애를 통하여 상실 이후 그들의 아픈 마음이 제대로 위안을 받는지 치유되는 과정을 보입니다. 그것이 개인이나 사회를 어떤 색으로 변화시키는지 다시 돌아봅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상실도 수애를 통해 옅어지기를 기대하고 위로합니다.
작가님들♡ 읽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