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약속에 후배가늦은 이유
“오메, 선배님, 혹시 나오셨어요오??”
팝콘 같은 벚꽃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이 터질 것 같은 화창함을 폭식할 수 있게 해준 오늘의 약속이 감사했다. 카톡의 주인공은 내가 방금 감사해 마지 않았던 후배. 나는 얼른 대화창에 대답을 입력했다.
“왜용. 다시 돌아가기 싫오용.”
진심이었다. 나는 이제 겨우 팝콘을 먹기 시작했을 뿐이다. 약속 장소까지 천천히 걸어가면서 먹고 또 먹고 또 먹을 참이었다. 그렇게 벚꽃으로 배를 꽉 채우면 내 앞에 사랑하는 후배가 짠 하고 나타나야 했다. 그러려고 내가 얼마나 분주했는데….
어젯밤 늦게까지 작업을 한 나머지 아침에 늦잠을 자버렸다.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고 놀라 벌떡 일어났다. 4년 만에 만나는 후배다. 사무실에서 몇 년을 짝꿍으로 지냈던 직장 동료. 나이보다 한참은 앳돼 보이는 그에게 세월의 흔적을 내보이기 싫었다. 4년 만에 만나 건넬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라는 그의 인사성 멘트 앞에 귓불이 빨개지고 싶지 카지노 게임.
세월은 어떻게 가르마를 타도 허옇게 정수리를 채우는 흰머리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번 달라붙으면 떨어지지 않는 이 찰거머리를 물리치는 단 하나의 방패는 염색. 조건은 섬세한 빗질과, 뒤통수 흰머리까지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력과, 1시간 30분의 여유다. 30분은 염색 시술의 시간, 30분은 염색약이 스며들도록 기다리는 시간, 30분은 물들인 머리를 여러 번 감고 트리트먼트를 잔뜩 발라 머리카락을 보호하는 시간이다. 늦잠으로 30분이 부족했다. 나는 후배에게 아주아주 미안하지만 약속 시간을 30분 늦춰달라 했다.
오늘따라 염색약은 사방의 벽지로, 대충 두른 가운 밖으로 날아갔다. 닦다가 손에 묻은 염색약이 목에 묻는다. 머리를 감을 때 그곳을 박박 닦았는데 거울 앞에 서니 염색 약물이 그대로였다. 후배의 카톡 내용을 상상하기 싫었다.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픈데 남편이 나가고 없어서요, 큰애 학교에서 봉사활동 어머니가 빵꾸 났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런 멘트는 안 된다, 받지 않겠다.
“제가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요, 늦을 것 같아요,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갈게요.”
이 정도는 얼마든지.
“아휴, 괜찮아요.”
카지노 게임 진심으로 괜찮아서 답을 보냈다.
횡단보도 맞은편, 초록불을 기다리는 인파 속에서 후배의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인다. 후배야말로 4년 전 그대로다. 4년 전에도 그 4년 전과 똑같았다. 숱 많고 검게 빛나는 긴 머리에 하얀 피부. 그래, 오늘의 염색은 잘한 결정이었어.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그를 안았다. 그가 나를 향해 감탄한다.
“아니, 왜 이렇게 영young해지셨어요.”
아하하, 카지노 게임 속으로 크게 웃었다. 그녀의 멘트는 4년 전보다 사회적으로 진급해 있었다.
“제가 나가려는데, 남편이 저를 붙잡고 염색을 하고 가라는 거예요. 근데 30분을 잘못 계산한 거예요. 이거 보세요.”
나는 눈이 똥그래져서 백설공주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백설공주의 이마에 갈색 선이 그어져 있었다. 마녀가 시샘한 자국이었다. 지워지지 않는 염색약을 놔두고 나만큼이나 서둘러 나왔을 후배를 붙잡고 나는 깔깔깔 웃어제꼈다. 백설공주도 어느새 40대 끝자락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녀를 위협하는 마녀는 염색약이라는 사과를 선물로 남겼다.
우리 머리 위로 벚꽃이 떨어졌다. 염색약으로 감춘 정수리 흰머리 위에 살포시. 우리의 황금 카지노 게임은 저물었는지 모른다. 자꾸만 하얘지는 정수리가 한 카지노 게임이 지났다고 말한다. 염색약으로 짙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는 외쳤다. 우리의 계절은 아직 바뀌지 카지노 게임고. 아직은 환절기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