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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Jan 21. 2025

방 한 칸이 줄어드는 카지노 쿠폰 이사할 방법은? ②

가구 속 물건 버리기

방 한 칸에 있던 물건들이 방 한 칸과 함께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둘째, 부피를 차지한 가구 속 물건 버리기


물건은 다양하지만 큰 부류로 묶으면 다음 네 가지다.

책, 옷가지(신발 포함), 장난감 및 학용품, 폐가전제품.


여름에 책장 속 책 일부를 일곱 보따리로 묶어서 한번 버렸던 게 이렇게 기특한 일일 줄이야. 사실 그렇게 버렸지만 책장은 여전히 꽉 차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주인은 안다. 그 빈자리의 크기를.


책을 버리는 일 못지않게 옷을 버리는 일 또한 어렵다. 옷이 소환하는 추억의 장면으로 자꾸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생일선물로 형님이 사준 원피스를 입고 회사에 출근했던 날, 점심을 먹고 후배 한 명이 나를 학교 담장 앞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어주었어. 그때 내 미소는 화사했지.

-북토크 행사 때 사회를 본다고 샀던 원피스는 신랑이 선물한 목걸이랑 쌍으로 빛났었어.

-와, 이 원피스는 마치 출근복처럼 여름 한 철을 나와 함께 밀린 버스 속 후덥지근한 공기를 마셨더랬어.

이렇게 옷 하나하나를 들춰볼 때마다 옷을 버릴 수 없는 끈적한 과거가 내 손에 덕지덕지 묻는다.


추억이라는 접착제의 끈적임과 싸워내며 나는 쇼핑백 네 개를 묵은 옷들로 채웠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내게 죄를 짓는 기분을 털어내며.


승리는 버려서 생기는 죄책감을 가지기보다 추억을 짊어지고 가는 쪽을 택했다. 주말 하루를 승리 방 정리하는 날로 정하고 나와 승리가 승리 방에 가 앉았다. 옷장 속 가방, 서랍 속 물건, 책장 속 책 등을 모두 바닥에 쏟아냈다. 퀴퀴한 냄새와 회색 먼지로 엉킨 그 물건들 대부분은 일반 쓰레기용 봉투로 들어가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물건의 주인공은 먼지 않은 액자를 마주할 때처럼 물건을 바로 쓰레기봉투로 집어넣지 못한다. 제3자가 개입을 해야 한다. 나는 과감하게 물건에 손을 댔다. 그러다 내 과감함이 과연 괜찮은가, 점검차 승리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카지노 쿠폰야, 졸업 축하해. 언제 어디서나 빛이 날 카지노 쿠폰를 응원할게. 수학 원장쌤이. 이거 버려도 돼?”


그건 3년 전에 초등학교 졸업 때 받은 카드로, 이제는 다니지 않는 수학학원 원장쌤이 원생들 전원에게 주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카드를 투명 플라스틱 통에서 빼내서 분리수거를 하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잘 안 빠지던 카드를 마침내 플라스틱 통에서 빼냈다. 이야, 힘들었다. 물론 승리의 대답이 “응, 버려.”라고 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했던 행동이었다.


“안 돼.”


카지노 쿠폰의 대답은 단호하고 담백했다.

헉. 카지노 쿠폰가 이런 아이였군.

나는 깜짝 놀라 접었던 플라스틱 통을 원상태로 돌려서 그 안에 카드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통을 깨끗하게 걸레로 닦은 뒤 책장 맨 위 칸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까, 승리한테 물어보지 않고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던 초록 토끼귀 머리띠가. 그 또한 초등 졸업 때 친구들과 인생네컷을 찍으면서 찼던 머리띠였는데, 왠지 선생님과의 추억을 소중하게 승리라면 그것도 버리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봉투를 뒤져 다행히 아직은 위쪽에 있던 그 머리띠를 꺼냈다. 일단 걸레로 잘 닦은 뒤 마치 봉투에 집어넣은 적이 없었던 양 들고 카지노 쿠폰에게 물었다.


“이것도 안 버려?”

“당연히 안 버리지. 그건 친구들하고 약속한 거야. 영원히 간직하자고.”

‘영원히?’

나는 놀라서 속으로 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약속했구나. 누구랑?”

“그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여하튼 소중한 거야.”

카지노 쿠폰

휴, 정말 다행이었다. 누구랑 한 약속인지는 기억을 못해도 약속을 중히 여기는 승리에게 이걸 버렸다고 말했으면 쓰레기봉투를 다시 집으로 끌고 와서 75리터 쓰레기 속을 탐험할 뻔했다!


나는 카지노 쿠폰의 소중한 약속을 간직한 초록 토끼귀 머리띠를 다시 한 번 걸레로 잘 닦았다. 원장쌤의 카드 뒤편에 쓰러지지 않도록 잘 세워두었다. 그사이 카지노 쿠폰는 할머니할아버지이모삼촌들께 받은 용돈 봉투를 차곡차곡 개고 있었다.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거나 건강을 기원하는 글귀가 적힌 봉투들이었다. 이번에 나는 그런 봉투마저 버렸는데 카지노 쿠폰는 아니었다.


나는 포스트잇에 ‘소중’이라고 크게 적어서 카지노 쿠폰의 책상 서랍장 하단에 붙였다.


“승리야. 여기가 ‘소중’ 칸이야. 네가 소중하게 간직할 것들을 담아.”


카지노 쿠폰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용돈은 없는) 용돈 봉투,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과 기념품, 학교에서 만든 소품들을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았다. 카지노 쿠폰 얼굴이 무척 즐거운 표정이었다.


물건과 쓰레기를 구분하는 일이 어느새 쓰레기와 추억을 구분하는 일이 되었다. 어쩌면 그걸 구분하는 방식이 한 사람을 말해주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방 한 칸 줄어드는 집으로 이사하는 일은 추억을 정리하는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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