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까지
"소개팅은 어땠어?"
그때 내 나이 만 29세, 교사 3년 차였다. 일반계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삶에 워라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었다. 아침 7시 50분에 학급 아침조회를 시작으로 7교시까지 정규수업이 끝나고도 8,9교시 방과 후 수업이 있었고, 주 1회 심화반 야간수업이 있었고, 주 1회 야간자율학습 감독까지 해야 했다. 그때는 주 5일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토요일에도 출근을 했었다. 그렇게 교직생활을 두 해 보내고 나니 3년 차 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갑상선기능항진과 간 수치 이상까지... 물론 아픈 건 서글프고 걱정스러운 일이었지만, 갑상선기능항진의 대표적인 증세가 먹어도 먹어도 살이 빠지는 것이다 보니, 고등학생 때부터 늘 통통했던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날씬한 몸매를 경험하게 되었다. 옷가게에 갈 때마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55 사이즈가 나한테 딱 맞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여름방학에도 당연히 방과 후 수업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으나, 젊은 교사가 벌써 이렇게 아프면 안 된다며 선배 선생님들이 배려해 주셔서 그 해 여름방학에는 방과 후 수업 없이 푹 쉬게 되었다. 이렇게 길게 쉴 수 있는 기회가 쉽게 또 올 것 같지 않았다. 이왕 쉬게 되었으니 그동안 고민만 하던 라식수술을 하기로 했다. 억지로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살이 빠져서 평소에 안 입던 치마도 여러 개 사서 입고 다니게 되었고,라식수술로 안경까지 벗은 모습으로 눈두덩이에 아이쉐도우도 발라보면서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과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면서 여름 내내 휴식을 취하였더니 다행히 수치도 점차 회복되었다.
그 해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당시 학년부장 선생님은 동학년을 맡은 후배 교사들을 살뜰히 챙기시는 분이셨고, 학년회의 친목도모를 위해 많은 애를 쓰셨다. 우리 학년은 회식을 해도 그냥 근처 식당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 낭만 가득하게 함께 기차를 타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갔다. 광안리 바닷가의 횟집에서 밥을 먹고, 광안대교 야경을 보며 함께 차를 마셨다.
학년부장 선생님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은사님이시기도 했기에,나를 특별히 많이 아껴주셨다. 막 서른이 된 내게 학기 초부터 말씀하셨다.
"자기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으니까 올해 꼭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할게"
선생님은 '올해'라는 단어에 힘주어 말씀하셨다. 뭔가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셨던 걸까. 그 해 들어 유난히 선생님들이 나의 연애에 관심을 가지셨다.
광안리 해변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동학년의선배 선생님들이 내게 물으셨다.
"만나고 있는 사람 진짜 없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어?"
장난으로 물어보시는 것이 아니었다. 다들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물어보시는 분위기였다.
"신앙이 좋고 성품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한 마디에 어느 선배 선생님이 소개팅을 주선해 주셨다. 그 선생님의 남편분이 근무하시는 학교의 동료 선생님의 조카를 소개해주셨다. 이건 뭐 사돈의 팔촌도 아니고. 사실상 서로서로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이긴 했으나,그쪽도 주변에 신앙이 좋은 여선생님이 있는지 물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성사된 소개팅이었기에 소개팅을 하기도 전부터 이미 동료 선생님들에게 알려졌고, 그 결과도 당연히 궁금하셨던 것이다.
"소개팅은 어땠어?"라는 질문을 받자마자 망설임 없이 한 마디로 대답했다.
"편안하고 재미있었어요."
'올해' 꼭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해 주시겠다던 학년부장 선생님은 나의 이 한 마디에 내가 이 사람과 '카지노 가입 쿠폰'을 하겠구나 직감하셨다고 한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사람! 남편의 첫인상이었다.
키가 183cm라는 이야기를 듣고 만났는데, 키만 큰 게 아니라 몸무게도 100kg이 넘을 만큼 덩치가 큰 사람이었다. 소개팅 약속 장소에서 만나차로식당까지 이동하기로 했다.사거리 신호 대기 중에 갑자기 "잠시만요" 하더니 이 분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아닌가. 그러더니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서 뒷자리에 두고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더운 날씨임에도첫 만남에나름 차려입고 나오느라 재킷까지 입고 와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곰돌이 푸처럼 커다란 덩치로"제가 좀 덥게 생겼죠?"라며던진한 마디에 나는 그만 푸하 웃었다.
식당에 도착한 후에도 많은 대화를 했다. 솔직히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첫 만남이었음에도 대화 내내 유쾌하고 편안했던기억은 지금도 남아있다.
애니어그램 1번(원칙주의자, 완벽주의자)유형에, MBTI 유형이 ENTJ인 나는 매사에 늘 진지하고 작은 일에도 심각한 사람이었다. 일을 할 때는 약간의 완벽주의 기질도 있었고, 인간관계에도 조심성이 많았으며, 마음의 여유를 누릴 줄 모르고 늘 스스로를 다그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내게 애니어그램 7번(낙천가)유형에, MBTI 유형이 ENFP인 남편은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고, 그토록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에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참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소개팅으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인사 차 저녁 일정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친구들과 야구장에 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앗, 삼성 팬이셨군요.
사실 내가 생각한 이상형의 조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상대방이 나처럼 삼성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는 팬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5가지 사랑의 언어 중에서도 나의 사랑의 언어는 '함께 있음'이었다. 그래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하면 남편과 신앙생활도 함께 하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 응원도 함께 하고 싶었다. 그 무렵에 프로야구 삼성팀에서는 양준혁 선수의 화려하고 멋진 은퇴 경기가 있었고, 마운드에만 서면 돌직구로 경기를 끝내버리던 끝판대장 오승환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때였다.
첫 만남을 뒤로하고 남편은 친구들과 야구장에서, 나는 집에서 텔레비전 중계방송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서로 문자로 야구 상황을 공유했다. "오늘도 끝판대장 오승환이 나왔네요."그런 대화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다음 약속을 기약했다.
티켓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서, 삼성의 가을야구 직관을 함께 하자던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너 번의 만남 끝에 가을의 연애를 시작했다.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어느 날, 학교 교감선생님께서 나를 잠시 부르셨다.
"요즘 연애한다며?"
사생활을 침해하시려는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과 예비 시아버님은합창단을 오래 함께 해온 사이이셨던 게다. 내 근무지를 들으시고 반가워하시며 교감선생님께 나에 대해 물으셨던 거였다. 교감선생님께서 나에 대해 어찌나 좋게 말씀을 해주셨던지, 시어른들께서는나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저 예뻐라 해주셨다. 교감선생님도 내게 어른들이신앙과 인품이 참 좋으신 분들이라고 말씀해 주시며 우리 만남을 축복해 주셨다.
비슷한 시기 어느 일요일 낮이었다. 엄마와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나를 교회 담임 목사님이 교회 마당에서부르셨다.
"요즘 좋은 일 있다며?"
어떻게 목사님까지 한 달 된 나의 연애 스토리를 아시는 건가 놀라웠다. 알고 보니 남편의 친척 어른 중에 목사님이 계셨고,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과 신학대학원 선후배 사이셨던 게다. 조카가 연애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에 대해 또 물어보셨던 모양이다. 목사님도 나의 연애를 반가워하시며 축하해 주셨다. 정말 인연을 만난 건가.
가을의 연애에서 시작하여 그 해 겨울을 보내면서 우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료 선생님들의 뜨거운 관심과 축하를 받아가며, 또 양가 부모님들의 극진한 관심과 배려 속에 카지노 가입 쿠폰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카지노 가입 쿠폰 준비를 하면서 나는엄청난 축복을 누렸다. 몇 군데 신혼집을 알아보던 중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다. 여러 조건을 맞추어 계약을 할 때쯤, 이전 집주인인 노부부께서 우리에게 혹시 피아노가필요한지물으셨다. 조율한 지도 얼마 안 된 괜찮은 피아노인데, 당신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운반을 하는 것도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니까 혹시 원하면 피아노를 두고 가시겠다고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도 말한 적 없지만, 사실 내게는어린 시절 피아노에 관련된 사연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집안 형편이 좋은 친구들은 피아노 학원 원장 선생님의 소개로 피아노를 구입하고 대회에도 나갔다.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부모님은 내게 피아노를 사주실 수 없었고, 난 그게 너무 속상했다. 부모님이 안 사주시면 내가 돈을 모아서 사겠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세뱃돈이며 용돈이며 열심히 모았다. 그렇게 고1이 될 때까지 아끼고 열심히 저축해서 이백 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으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까지 전세로 살던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주택을 장만하려고 하면서 목돈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고등학생이 되어피아노를 사기에도 애매해진 나는 거의 10년 가까이 모은 큰돈이었던 이백만 원을 통장째 부모님께 드렸더랬다. K-장녀의 숙명인 걸까. 우리 가족의 첫 집 장만에 도움이 된 것은 뿌듯했지만, 마음 한편은 아쉬웠다. 그런데 이후 잊고 지냈던 피아노를 카지노 가입 쿠폰과 함께 거저 받게 된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다가 카지노 가입 쿠폰과 함께 짠~ 하고 선물해 주는 듯했다.
그뿐만이아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준비를 하고 있던 중에 새 학년이 시작되었고, 나는 고2 문과 여학생반 담임을 맡게 되었다. 학기 초에 학급 학생들과 개별 상담을 했다. 그중 실장으로 당선된 학생과 상담을 마무리하면서 자유롭게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실장이 자기는 소원이 하나 있다고 했다.
"선생님, 저는 담임선생님이 카지노 가입 쿠폰을 해서 반 친구들과 카지노 가입 쿠폰식 축가를 해보는 게 소원이에요.전년도에 카지노 가입 쿠폰하셨거나 다음 해에 카지노 가입 쿠폰하신 선생님은 있었는데 담임을 맡은 해에 카지노 가입 쿠폰하신 선생님이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소원이었는데지금까지 이루질 못했어요. 올해 선생님이 꼭 카지노 가입 쿠폰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렇구나. 하하하. 나는 우리 반 실장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담임이 되었나 보다. 그 해우리 반 실장은 소원을 성취했다. 서른 명 정도의 반 학생들과 함께 웬만한 합창단 저리 가라 할 만한 놀라운 축가 합창을해주었다.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 중이신 시어머니마저 감동하실 정도였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과 축복 속에 나는 5월의 신부가 되었다.
가을에 소개팅으로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겨울에 카지노 가입 쿠폰을 준비하여 봄에 카지노 가입 쿠폰을 했으니 세 계절 만에 카지노 가입 쿠폰한 셈이었다. 축복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으니, 신혼 두 달 만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여름에 임산부가 되었다. 무슨 동화 속 스토리도 아니고 이렇게 해피엔딩일 수가.
그런데..
남편이 불쑥 주말에 낚시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임산부 와이프를 혼자 두고 주말에 지인들과 낚시를 가겠다고?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그동안 연애할 때는 안 그랬는데 갑자기 왜 낚시를 가냐고 했더니, 낚시는 여름이 제 철이란다. 그걸 왜 이제 이야기하냐고 따져 물었더니, 낚시 함께 하는 분들이 카지노 가입 쿠폰 전에 말하지 말라고 했다나 뭐라나.
가을에 만나 겨울에 연애하고, 봄에 카지노 가입 쿠폰을 했더니 여름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몰랐던 거였다.
아, 이래서 옛날부터 어른들이사람은1년은 만나봐야 한다고 했던 거구나. 깊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리고 왜 수많은 옛날 동화 속 러브스토리가 카지노 가입 쿠폰을 하는 것에서 해피엔딩으로 급하게마무리했는지 알게 되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생활을 하며 앞으로 얼마나 서로 부딪히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 그리고 얼마나 서로 많은 이해와 노력을 해야 할지 그막막함이란.
카지노 가입 쿠폰 카지노 가입 쿠폰은했고,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우리는평생을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겠다고 약속한 부부니까.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며 진짜 러브 스토리를 써 나가야 하는 거겠지. 어느새 그렇게 세월이 흘러 카지노 가입 쿠폰 13주년이 다 되어간다.
그림 출처: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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