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할머니도 카지노 게임 있어요?"
"으응? 그럼, 할머니 카지노 게임은임연빈이야."
"할머니가 카지노 게임인 줄 알았어요."
지금 중학생인 우리 손녀가 대여섯 살 즈음이었던 것 같다. 자동차 안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손녀의 뜬금없는 말에 우리는 박장대소했다.
카지노 게임을 기르다 보면 주옥같은 말을 듣거나 기상천외한 의미의 문장을 얻을 때도 있다.
감성 충만한 엄마들은 카지노 게임의 말을 기록하고 책으로 출간하기도 한다.
난 조카들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늦둥이라 나이 차이가 열여섯 살이나 되는 큰언니를 비롯 세 언니들의 카지노 게임, 조카들과는 동생처럼 지냈는데, 그 조카들의 말이 아직도 생각하면 흐뭇하다.
기억 하나)
둘째 언니 집에 얹혀 살 던 중학 시절이다.
언니네 4살 조카카지노 게임가 부엌에 있던 나에게 달려와 큰 소식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했다.
"이모, 이모, 내일 구름이 다섯 개 생긴대."
"...?"
한참 생각하다가 알아차렸다.
"아하, 내일 구름이 다소 낀다고? 하하하, 일기예보 듣다가 나왔구나. 우리 동균이."
기억 둘)
큰 언니 집에 아주 잠시 얹혀살던 때였다.
일 학년 갓 입학한 조카카지노 게임가 학교에서 돌아와 마루에 책가방을 던지며 말했다.
"내일 석탄 캐는 날이야, 이모."
"...?"
"석가모니탄신 일? 하하하, 부처님 생일이네."
기억 셋)
지금은 거의 환갑이 된 조카(나와 나이 차가 그렇다.)가 아장아장 기어 다닐 때였으니 몇 개월이었을까?
난 5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그 시절 단칸방 우리 집에 유일한 가전제품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있었다.
기어 다니던 아기가 라디오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한참 쳐다보더니, 갑자기 라디오 뒤로 엉금엉금 기어 라디오 뒤편으로 가서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라디오 앞으로 기어 와서는 또 한참을 뚫어져라 바라보기를 두어 번. 아기 입이 씰룩씰룩하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라디오에서 사람 소리가 나오는데 뒤로 돌아가도 아무도 없으니 무서웠던 거다.
그 시절 우리 아기들은 참 순수했다.
어, 그런데, 그럼 우리 언니 집에는 라디오가 없었나? 없이사는 친정 형편보다는 훨씬 나았는데.
기억 넷)
우리나라에 가정집마다 전화를 놓을 수 있던 시절이 나 대학 때였다. 1977년 즈음이었나?
그때는 내가 셋째 언니집에 얹혀살던 때였다.
언니집에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화 개통의 날이 왔다. 그 시절은 전화 가입 신청에 적지 않은 신청금이 필요했고 신청해서도 거의 일 년을 기다려야 순번대로 개통이 되던 때다.
고불고불한 줄이 달리고 시커멓고 투박한 다이얼 전화기가 놓였다. 기쁨과 설렘으로 첫 전화를 하면서 당시 서너 살이던 조카의 귀에 전화기를 대주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벌린 채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다가 이 카지노 게임도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웠던 거다.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기기에 노출되어 디지털에 능숙한 지금의 카지노 게임은 상상할 수도 없는 해프닝이다.
아, 귀여워.
그리고 그립다.
그런데 왜 정작 내 카지노 게임의 말은 기억에 남는 것이 없지?
난 대부분의 카지노 게임의 일상을 앨범에 정리했고, 특히 아기스러운 목소리가 귀여워 테이프에 녹음을 해놓았었다.
테이프를 usb로 전환시켜 주는 곳이 있다는데 난 찾기도 힘들고, 이제는 결혼하여 카지노 게임 엄마가 된 딸들이 해주었으면 은근히 바랄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어린 시절 앨범도 안 가져가는데 목소리 재생하는 것까지 해보라고 하기엔 딸들의 관심사는 각자 자신의 카지노 게임이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는데, 정녕 그러하다.
딸카지노 게임가 결혼할 때 자기 앨범을 보냈는데 어느 날 다시 싸갖고 왔다. 놓을 자리가 없어 엄마가 보관하라는 것이다.
내가 알뜰살뜰 챙겨 반은 육아 일기가 된 우리 아이들 앨범이 나에게만 귀한 추억일 뿐, 정작 당사자에게는 귀한 물건이 아닌 것 같아 반은 이해하면서도 조금은 허전했다.
하기야 아이들 물건 놓을 공간도 비좁은 터에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 앨범까지 챙길 공간적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어디 있겠나 싶어 안쓰럽기도 하여어여삐 여겨 본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은 기억 밖에 없으니까.'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