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카지노 게임가 동작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홋카이도 여행 중에 있다.
내일 삿포로로 이동하면, 삿포로에서 하루를 보내고 귀국한다.
다음 주에 회사에 복귀하면, 남은 3주 동안 업무를 마무리하고 4월부터는 백수가 된다.
퇴사가 결정된 2월 초부터, 회사원에서 개인의 삶으로 카지노 게임해 나가는 매일을 브런치에 업로드하고 있다.
지금 있는 곳은 비후카라는 곳으로, 홋카이도 북쪽의 작은 시골마을인데, 주변이 온통 하얀 눈으로 가득 쌓여있다.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비후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양을 쫓는 모험`의 배경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후카에서 판매되는 맥주 등에 `양을 쫓는 모험`의 등장인물 이름을 붙이거나 하는 식으로, 외부에 홍보가 되고 있는 듯했다.
20년도 더 전에 읽었던 소설인데도(그때는 닥치는 대로 하루키 책을 찾아 읽었었다. 영향받아서 학교 문학상 공모전에 소설 응모했다가 상도 받고...),
숙소에 전시된 책을 슬쩍 펼쳤는데 어렴풋이 `그래, 그때는 이런 책을 읽었었구나. 이런 시작이었지.`하고 생각이 났다. 오래된 이야기다.
숙소 주변엔,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마트도 한참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밥을 먹고 산책하고, 아내는 그림, 나는 노트 정리하고, 코딩하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
마침 작업하기 좋은 테이블이 있어서, 여기서 코드를 많이 작성했다.
산책 길에 찍었던 비후카의 이쁜 풍경들.
비후카에 오기 전에는, 히가시카와를 매일 방문했다.
독립카지노 게임 003 편에서 아사히카와에 묵는 동안, 히가시카와라는 마을을 발견하고, 너무 맘에 들어서 두 번이나 갔다고 했는데, 결국 3일 연속 히가시카와 센터퓨어(마을회관 겸 도서관)에 출석했다.
3일간 히가시카와 도서관 일정은 이랬다.
1. 아침 기상 후, 호텔 커피 마시기
2. 8:50 분 버스 타고 히가시카와로 출발
3. 9:30 분 센터퓨어 도서관에서 작업 시작
4. 11:20 도서관 앞 비밀 맛집 오픈런
5. 소화시키며 동네에 개성 있는 주택들 구경
6. 1:00부터 4:00까지 도서관
7. 4:03 버스 타고 아사히카와로 귀가
8. 맛난 저녁 먹고
9. 아사히카와역 주변 눈 구경
10. 호텔 대욕장에서 목욕
11. 기절
도서관 스터디룸, 큰 테이블 옮겨가면서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옆에서 사이드 카지노 게임를 개발했다.
아내가 그린 그림들.
아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옆에서, 노트를 펴고 Secondb라는 이름의 사이드 카지노 게임를 쭉 구상했다.
이전 카지노 게임에 썼던 것처럼,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Cursor IDE에 생각나는 대로 기능 추가 요청을 하다 보니,
용의 머리에, 닭의 날개에, 코끼리의 몸통에, 말의 꼬리를 가진(?) 괴상한 카지노 게임로 맘껏 성장하는 것을 경험한 뒤로,
동료와 같이 카지노 게임를 진행하는 느낌으로 "이런 것을 만들려고 해요." 하고 정리를 쭉 한 다음 실제 개발을 시작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이 방법이 효과적이어서, 이전처럼 혼란스럽지 않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카지노 게임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전체를 크게 구상한 다음, Phase를 나누고, Phase마다 필요한 모듈을 정의해서 조립해 가는 형태였는데, 꽤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노트에 정리했던 내용을 토대로 마크다운 파일을 작성해서, Cursor에 전달하고, 이 내용을 기반으로 API 뼈대를 만들어 붙였다.
OpenAI API를 사용해서, 5분 영상을 번역/요약할 때, 사용되는 토큰과 비용을 측정해 보기도 하고,
만들어진 API 랑 마크다운 파일을 기반으로 웹사이트 UI를 붙였다.
다음 날은 UI 컴포넌트의 색상, 분위기를 내가 좋아하는 톤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노트에 Phase로 정리했던, 각 단계들을 하나씩 기능개발해서 붙여봤다.
카지노 게임를 작성하는 현재는 요런 느낌의 웹 사이트를 Cursor IDE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3일 동안 Cursor IDE, OpenAI API 사용량은 요정도. 10~60분 분량 영상 17개를 요약했을 시점이다.
아직 요약결과가 마음에 드는 정도는 아니라서 계속 프롬포트를 튜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멀지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오던 사이드 카지노 게임를 이렇게까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 본 경험이 짧지 않은 기간 개발자를 해오면서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아! 해커톤에서 몇 번 경험해 보긴 했지만, 그땐 내가 쓰고 싶은, 내가 쓰고 싶어서 만든 카지노 게임는 아니었으니까,
순전히 내가 쓰려고 만드는 UI 가 있는 형태의 프로그램은 이게 처음인 것 같다.
여기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건,
물론 Cursor IDE 덕분이기도 하고, 긴 휴가 덕분이기도 하고, 히가시카와 도서관 분위기 덕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옆에서 아내가 이것저것 도전해 보라고 응원해 준 덕이 가장 큰 것 같다. 진짜! 고마워요! 좋아해요!
(아내는 이 카지노 게임의 존재는 알지만, 잘 찾아보진 않는다.)
아내가 이렇게 집중한 모습은 오랜만에 본다고 했다.
브런치에 카지노 게임를 작성하려고, 며칠 사이 내가 올렸던 트윗을 살펴보는데,
요 며칠 정말 신나서 작업했구나! 아주 신이 났구나!쉽게 알 수 있었다.
오늘 낮에는 이런 트윗도올렸...
독립카지노 게임를 쓰기 시작하면서, 퇴사를 결정하고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썼었는데,
마음 한편에는 계속 나를 뒤쫓는 불안함이 있었다.
`재 취업을 못하면 어떻게 하지? 다시는 개발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하고...
아내를 고생시키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도 하고...
요 며칠 아내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노트에 기획을 끄적거리고, Cursor랑 같이 이것저것 뚝딱뚝딱 만들다 보니,
그런 고민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설렘이랑 즐거움만 남았다.
다음엔 어떤 기능을 붙여볼까? 서비스를 어떻게 고쳐볼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고...
오늘 새벽엔 코드 작성하는 꿈을 꾸다 4시에 깨서, 촌스러웠던 navbar를 없애고 새로운 UI로 변신도 했다. 이뻐!
뭐 아주 부자는 못 되겠지만다시 개발, 개발자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채용해 주십시오! 제발!
그리고 AI에게 내 의사를 잘 전달하는 것, 그 결과를 지켜보고, 피드백하는 사이클이 생각보다 즐겁다.
이 카지노 게임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릴리스해서, 주변 동료들도 초대해보고 싶고(받아주실 거죠?)
`이런 것도 만들어 봤으면 좋겠는데!`하고 작년에 도메인만 사놨던 서비스도 `이 정도 경험이라면 한번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내일은 아무래도 여행 마지막 날이고,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오늘 왠지 하루 종일 설레고 즐거웠던 이 기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카지노 게임를 쓰기 시작했는데...
쉼 없이 여기까지 줄줄 써지는 걸 보니, 앞으로도 뭐가 돼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잘 될 것 같다.
아내가 말한 것처럼,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 미뤘던 것들 다 실천하면서 계속 기록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늦지 않게 서비스도 릴리즈 하고 싶다. 도메인도 이미 사서 임시로 Cloudflare pages에 붙여놨다.
다음 카지노 게임엔 릴리즈 소식을 전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서 끝.
+ 구독자, 조회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여길 찾아와 긴 이야기를 읽어주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고, 무척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카지노 게임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