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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Mar 06. 2025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좀 챙길게요. 열둘

나를 살리는 일 들 중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들의 소식을 끊어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아프게 하는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가족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질문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어쩌면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은 나의 존재와 관련된 사람들이니까요. 원가족을 부정하는 일은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과 소식을 주고받는 일을 끊어내는 것을 내 손으로 하는 것, 그것은 내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환상 속에 살아가던 저는 끊임없이 그 환상을 쫓았습니다.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 자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거기에 벗어나는 상황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보여주는 자녀 사랑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가능할까? 생각하며 나의 마음에 없는 행동들로 상황을 변화시키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애쓰면 쓸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고, 진심이 아닌 나의 행동에 상대방도 나도 상처받기 일쑤였습니다.


자녀를 낳고 나는 나의 가족을 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내가 부모가 되고 나니 더 힘들어졌습니다. 도움을 바란 적도, 도움을 주신 적도 없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는 평범하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지만 나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자녀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소리들을 여기저기 통해서 듣게 되자 나는 무너졌습니다. 뭐가 문제인지도,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하나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바라던 가족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이상을 좇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넘어가면 두 번은 안 그러겠지 생각했던 나의 안일한 생각은 세 번 네 번 아니 그 이상의 아픈 말들을 허용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맷집이 없는지 상처는 더 아프지고 깊어졌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나는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고 울분에 차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내뱉었습니다. 슬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몸에 스며들어 기운 없고 우울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그날 수술대 위에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죽음 앞에서 가장 걱정하고 후회하는 것이 뭘까? 그러고 나니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닥치는 대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의 책을 읽고 영상을 시청하고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나의 삶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사는 것. 나는 그것을 진정 원했으나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선뜻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습니다. 나의 영향을 무조건적으로 받는 나의 아이들, 나의 가정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가정은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지금의 가정은 내가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소식을 끊어내기로 하였습니다.


나의 존재와 관련된 사람들, 가족의 소식을 끊어내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선을 넘어버린 그들의 소식을 끊기로 한 날,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나도 완벽하지 않고, 실수투성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나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내 삶에서 불안이 서서히 사라지고 편안함이 자리하게 되자 나는 슬프지만 나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에게 화가 난 그들이 나를 비난할 것이 두려웠는데 그럴 때마다 수술대 위에서 했던 생각들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나와 내가 선택한 가정이었습니다. 감정도 습관이라는 말이 참 맞는 것이 불안에 끊임없이 노출했던 삶을 편안한 쪽으로 옮기니 나의 마음에 행복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여러 통로를 통해 그들의 소식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소식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도 있습니다. 그들의 소식과 나를 향한 이야기들이 전처럼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사실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절연하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힘든 과정을 겪고 그 결과 관계를 끊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 끝까지 노력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슬프지만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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