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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택 Jan 27. 2025

불행한 정규직 카지노 게임

<방송 연출 기본기 |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1

김정규(39세)|방송사 정규직 카지노 게임


오전 9시. 출근 후, 뉴스 좀 뒤적이다 커피 한 잔 들고 편집실로 향한다. 오전 10시엔 가편집본 최종 컨펌을 위한 시사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어떠세요, 카지노 게임님?”


가편집본 재생이 끝난 후, 세컨 카지노 게임가 내게 물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서브 카지노 게임들과 조연출들, 작가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약속된 오늘까지 편집을 끝내려고 며칠 밤을 새웠을 것이리라. 그들의 지친 눈이 모두 나를 향한다. 메인 카지노 게임인 내가 OK를 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각자 어디선가 잠시 눈이라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몇 부분이 별로지만 한 번 더 고치자 하면 그리할 수 없는 이유를 대여섯 개는 늘어놓겠지. 그래도 그럭저럭 지난주 방송보단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자질구레한 의견은 쿨하게 넣어두도록 한다.


“좋네요. 고생하셨어요. 종편은 몇 시죠?”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내 콘텐츠로 사람들을 열광시키리라. 제2의 김태호·나영석 카지노 게임를 꿈꾸며 대학 졸업 후, 그 어렵다는 언론 고시를 뚫고 방송사 정규직 제작 카지노 게임로 입사했다. 그땐 파이팅이 있었다. 내가 만들면 히트 칠 거라고, 죽은 콘텐츠도 살아날 거라고 믿었다. 단지 필요한 건 몇 년간의 수련뿐. 마음을 다잡고 배정된 프로그램의 조연출로, 서브 카지노 게임로 밤낮없이 달렸다. 촬영과 편집 등 모든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했고, 열띤 의견을 냈고, 그때마다 스태프들의 인정을 받았다. 자존감도, 시간외수당도 솔찬히 쌓이는 직업. 정말 난 카지노 게임 재질인가 보다. 부장님이 말했다.


“정규야. 열심인 건 좋은데, 주객이 전도되면 안 돼. 회사가 너 기술 가르치려고 뽑은 거 아니다. 우린 손발이 아니라 머리야. 뭔 말인지 알지?”


뭔 말인가 하면, 정규직 카지노 게임는 ‘머리’라는 것이다. 다른 스태프들은 ‘머리’의 생각대로 움직일 ‘손발’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트레이닝은 ‘머리’인 메인 카지노 게임가 되었을 때, ‘손발’을 제대로 다루기 위한 통과의례일 뿐이다. ‘머리’로서 살아라. 회식 때마다 부장님은 정규직인 우리 동기들에게만 넌지시 말하곤 했다.


그렇게 입사 후 6년이 다 돼갈 무렵, 난 한 프로그램의 메인 카지노 게임가 됐다. 비록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아닌 오랜 기간 방영 중인 프로그램에 배정된 것이지만, 어쨌든 입봉작이다. 욕심이 난다. 내 식대로 바꾸겠어. 기를 쓰고 내 의견을 반영하며, 탈진할 정도로 직접 제작에 매달렸다. 하지만 시청률도 화제성도 점점 낮아진다. 뭐가 문제지? 다른 업무도 있고, 이렇게 계속 제작에만 매달릴 순 없는데. 몇 주째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온다. 그래, 놓아주자. 그동안 부장님이 몇 번을 말했어도, ‘머리’ 역할만 하는 메인 카지노 게임들은 솔직히 직무 유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르다고, ‘머리’로도, ‘손발’로도 내가 직접 움직이면 프로그램은 확실히 바뀐다고 믿었다. 근데 아니었다. 이 프로그램은 고정 시청자층이 있어서 내 능력이 어떻든 바뀌기 힘든 프로그램이었는데, 내가 큰 착각을 했다. 어차피 원했던 프로그램도 아니니 사고만 치지 말자. 이대로 유지하면서 진짜 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거야. 그렇게 마음먹고 다른 메인 카지노 게임들처럼 스튜디오 녹화를 제외한 모든 촬영을 서브 카지노 게임들에게 넘겼다. 그리고 ‘입 편집’을 시작했다. 서브 카지노 게임들이 작가들과 해놓은 편집본을 보고 ‘이 부분 약한데.’, ‘다른 건 없니?’, ‘이거 빼자.’, ‘저거 넣자.’, ‘자막 고쳐라.’ 류의 수정 명령을 던지는 것이다. 그래도 프로그램은 평소대로 굴러갔고, 난 일상을 되찾았다. 퇴근이 가능해졌고, 잠을 잘 수 있었고, 여유가 생겼다. 비록 다른 팀원들은 무사하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손발’이고 난 ‘머리’니까. 태생적으로 서로의 할 일은 구분된 것, 꼭 새 프로그램으로 떼돈 벌게 해 드리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애써 지우며, 그들이 만들어 준 여유를 새 프로그램 기획에 남김없이 쏟았다. 미친놈마냥 수십 편의 기획안을 제출했다. 단언컨대 쉬는 날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재능이 없는 건가….’


입봉작을 거쳐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을 옮겨 다니며 메인 카지노 게임를 한 지도 몇 년이 흘렀다. 하지만 모두 내 기획은 아니다. 단 한 편도 채택되지 않았다. 자신의 기획으로 신규 프로그램을 제작해 입봉한 동기들을 보면 조바심이 난다. 대박 나 유명해진 후배들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 이 회사는 내 기획을 받아들이긴 너무 고루하다. 여기를 나가야 해. 하지만 십억 원이 넘는 계약금과 연봉을 약속받고 이적한 후배들과는 달리, 날 스카우트하려는 방송사는 아무도 없다. 있는지도 모르겠지. 난 네임드 프로그램을 못 한 무명의 카지노 게임니까. 그렇다고 경력 카지노 게임로 다른 방송사에 들어가기엔 연차가 너무 쌓여버렸다. 나가서 외주 프로덕션을 차려 을로서 경쟁할 용기도 없다. 난 사회생활을 갑으로 시작한 사람이니까. 사방이 막혔다. 갈 곳이 없다. 이제 내게 기회를 주는 일은 없겠지. 앞으로도 회사는 있어도 없어도 모를 프로그램들만 내게 던져줄 것이다. 아니, 그나마 던져주면 다행이다. 나도 이제 곧 올드 보이다. 제작에서 제외당한 무능한 선배들의 행렬에 서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고작 난 이 정도였던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회의 중, 정규직 조연출 후배의 어설픈 의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예전, 날 향한 그 끄덕거림은 내 능력을 인정한 게 아니었구나. 그저 살아남기 위해 정규직 카지노 게임와 적을 두지 않으려는 노력일 뿐이었구나. 언론 고시라는 마약에 취해 내가 능력자인 줄로만 알았다. 난 그저 능력도 없이 나댄 천둥벌거숭이다.


마흔도 안 됐는데 일이든 뭐든 즐겁지가 않다. 기획도 멈춘 지 오래고, 도전이 지친다. 무색무취한 하루하루가 흘러 입사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나는 방송에 적합한 사람인지 갈수록 회의감만 든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런 내가 차장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방송국에서 끗발 좀 날리는 줄 알겠지. 욕심만 안 부리면 정말 좋은 직장이다. 내 욕심으로 뛰쳐나가지만 않는다면, 실적이 있든 없든 세월 따라 진급과 정년을 보장해 줄 것이다. 안심해도 된다. 혹시나 제작과 상관없는 이런저런 부서로 좌천되거나 보직 변경되더라도 쪽팔릴지언정 잘리는 일은 없으며,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유지한다. 이 모든 ‘철밥통’ 보장은 가족들만 누리며, 가족은 물론 정규직만을 의미한다. 언론 고시 합격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정작 직업 만족도를 느끼는 부분은 근무 환경이다. 어쨌든 반은 창작자 마인드의 회사이다 보니 근무 환경이 일반 회사에 비해 자유롭다. 산책하러 가든, 사우나를 가든, 잠을 자든, 친구를 만나든. 범죄만 아니라면 모두 창작을 위해 영감을 얻거나 리프레시하려는 행위로 인정받았다. 퇴근 시간 후 업무 외 행위도 적당히 시간외수당을 신청하곤 했다. 그런데 이 역시, 창작자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떠날 수가 없다. 나는 이대로 늙을 것이고 더 이상의 기회도 없을 테지만, 밖은 정글이고 여긴 온실이란 사실도 잘 알게 됐다. 어른이 된 연후엔 아이 때 것들을 버린다고 했던가. 나는 꿈을 버리고, 갑으로 사는 인생을 택했다. 방송국은 날 완벽히 길들였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다고 하는데, 카지노 게임란 직업에 꿈과 희망을 주입하는 밝은 글은 너무 많고, 어두운 글은 너무 적습니다. 그것도 요약하면 ‘며칠 밤을 새울 정도로 일이 많아 힘들다.’란 내용입니다. 글뿐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카지노 게임 하면 피곤에 절어있는 모습을 그려 이제 카지노 게임가 힘든 일이란 건 누구나 알지만, 정확히 왜 힘든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일이 많아 힘든 것 따위 이겨낼 수 있어! 정신력으로 극복해 주겠어!’란 각오로 도전했다가 ‘이런 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포기하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어두워도 카지노 게임 지망생과 입문자들이 찾아 헤맸던 이야기, 꼭 필요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담아야 했습니다.허구지만 우리가 모르는 대다수 방송 제작 카지노 게임들의 현실을 반영한, 그래도 현실이 조금은 나았으면 하는 바람에 최대한의 우울을 적신 이야기.『방송 연출 기본기』의 첫 번째 글을 브런치에 공개합니다.현재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 예약판매가 진행 중입니다. 링크 남겨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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