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가 없는 집은 생기를 잃고 갈길을 잃은 난파선 같이 떠돌고 있었다. 혼자 지낸 시간을자유로움으로포장하기에는 내버려진 집구석이 가혹하리만치 방치되었다.
마누라가 설 대목부터 산악사고를 당해 입원하고, 수술하고, 퇴원 후 처가에서 한 달 가까이 장인어른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다마침내지난 2월 말쯤 집으로 돌아왔다.
카지노 게임는 한동안 내가 해주는 밥과 반찬을 먹으며 생활했다. 나는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며 카지노 게임의 역할을 체험하듯이 군소리 없이 묵묵히 해냈다.
이제는 카지노 게임가 밥도 하고 빨래도 하며 다시 예전의 내 마누라로 돌아온 듯했다.
카지노 게임는 집으로 돌아오던 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딸애 방으로 돌아갔다. 다시 각방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인지 알지 못할 미세한 변화가 느껴졌다.
카지노 게임는 밥을 먹으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고 과일이나 후식을 먹을 때도 직장 동료에게 일어난 일과 나의 환갑여행은 어디로 갈 거냐는 둥 이것저것을 이야기했다.그전에는 대화가 별로 없었다.
그녀가 백두대간 종주를 다니던 때와는 생판 다른 모습이다. 나는 그녀의 그런 태도가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날을 세우고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며칠 전 밤에 있었다.
독서모임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갔다가 뒤풀이가 있던 날이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밥만 먹으려던게 저녁식사 중 술이 한순배 돌자 취기가 오른 듯했다. 식당을 나온 일행들을 따라 시내 맥주집으로 갔을 때 시각은 막 10시를 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한잔하고 귀가할 시간에 2차 자리로 이동한 내 모습이 새롭기도 했지만 가볍게 맥주 한잔만 하고 갈 생각이었다.
" 언제 와요?"
11시쯤 되자 카지노 게임에게 톡이 왔다. 그리고 나는 거의 12시쯤 집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카지노 게임에게 전화가 왔다.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건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가 백두대간 종주를 한 달에 두 번씩 다닐 적에는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산이었고 산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었다. 나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는 전혀 없었다.
이번에 심하게 다친 이후로 카지노 게임는 당분간 산행을 하기가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또 그녀가 놀던 산으로 돌아갈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카지노 게임는 산에 가야 힘이 나는 사람이다.
나도 굳이 그녀의 산행을 말리고 싶은 생각이 없고 카지노 게임의 꿈을 거스를 이유도 없다.
카지노 게임가 빨리 회복해서 원래 하고 싶던 것들을 다시 하기를 바랄 뿐이다.
어제 퇴근하고 안방에 들어서는 데 낯익은 액자가 눈에 띄웠다.안방 서랍장 옆 달력이 걸려있던 자리에 카지노 게임의 얼굴이 있었다.
누군가 그려준 카지노 게임의 캐리커쳐인데 집 창고에 처박혀있던 액자가 내방으로 와 있었다.
마치 여기가 내 자리이고 당신은 항상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무언의 계시같이 느껴졌다.
침대에 누우면 그녀의 캐리커쳐가 발치에 보였다.
나는 문득 카지노 게임 자리가 저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산에 오를 때는 그곳이 카지노 게임의 터전이고 자리이지만 결국 마지막엔 내가 편하게 볼 수 있는 곳, 나의 곁이 카지노 게임 자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