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가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만 없었으면 이었다. 그 문장은 태어나기 전부터 씌워진 저주처럼. 바다 건너 푸른 눈을 가진 죄인들에게 찍힌 씻을 수 없는 낙인처럼 내 영혼에 진하게 각인되었다. 아버지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임신한 뒤에 자취를 감추고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홀로 나를 출산해야만 했다. 내가 8살 때 무료 카지노 게임와 함께 시장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탄 적이 있었는데 버스에 붙은 어느 산부인과 광고를 보며 말씀하셨다. 넌 정말 운이 좋은 거야. 이런 비싼 병원에서 널 낳았으니. 돈도 없었는데 애를 뗄 수 있는 병원이 이곳뿐이어서 방문했다가 수술할 수 있는 기간을 지나버려서 어쩔 수 없이 널 낳은 거니까. 넌 내가 살려준 거야.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잔혹하고 섬뜩한 언어들을 입가에 도열했지만 표정과 눈빛은 천진한 아이처럼 해맑았다. 그리고는 주변 사람들이 듣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끊임없이 중얼댔다. 너를 낳으면 그이가 돌아올 줄 알았지. 돌아오긴 개뿔.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여버렸단다. 너만 없었으면 난 훨씬 더 자유로웠을 텐데. 참. 이 병원 미역국은 아주 맛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알 수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끈적거리는 분홍빛 혀로 입맛을 다시면서 그 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켰다. 인육을 먹는 굶주린 악마처럼. 그 음흉하고 변덕스러운 시커먼 구멍에서는 치명적인 병균들이 자라고만 있을 것 같았고 그 구멍이 나를 향해 입구를 열 때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눈과 코와 귀를 두 손으로 막아야 했다. 나는 그녀의 곁에서 제대로 된 양분을 섭취할 수 없었고 진실되게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 내가 배운 거라곤 철저하게 나를 지우는 방법이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의 곁에 내가 없어야 되는 것처럼 그녀 주변에서 나의 존재를 최대한 희미하게 유지해야만 했다. 될 수 있는 한 그녀의 기억과 의식 속에서 나를 지워버리는 방법. 그것이 내가 살면서 유일하게 터득한 생존방식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철저하게 그녀의 삶에서 멀어져 갔으며 그녀 또한 시간이 갈수록 나에게 등을 보였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안방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불필요한 영혼들에게만 들리는 주파수로 흐릿하게 들려왔다. 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에 이끌린 나는 안방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그 이미지가 찰나에 머릿속에 새겨졌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모르는 남자에게 가슴을 맡긴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 남자는 그녀의 벗은 가슴을 애무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위에서 부감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쇄골부터 유두까지 이어진 창백한 피부에는 푸른 정맥이 저주받은 물줄기처럼 그려져 있었다. 그 이미지가 나에게 새겨진 날부터 무료 카지노 게임의 가슴팍에서는 악취가 배어 나왔다.
7.
P는 종종 그녀를 만나 시간을 보냈지만 그녀에게 그다지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P는 동시에 다른 여자를 두 세명 더 만났고 모든 여자들과 깊은 관계로 이어갈 마음은 없었다. 그냥 여자들과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는 것만이 따분한 인생에서 그를 구원하는 길이었다. 그런 P를 보고 나는 술을 진탕 마신뒤에 진지하게 말했다. 나 걔랑 자고 싶어. 누구. 조소과 다니는 애 말이야. 아. 가슴에 멍울 잡히는 애. 새끼. 형이 또 죽여준다고 하니까 그렇게 당기디? 너 마음대로 해. P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싫증난 장난감을 다른 아이에게 건네듯이 아내를 나에게 허락했다. 너는 소설을 쓰고 걔는 조각을 하니까 둘 다 예술 쪽이네. 대화도 잘 통하겠다. 잘해봐. 잘되면 내 덕인 거 잊지 말고 인마. P의 태도와 표정은 너무나도 쿨했고 너무나도 유쾌하게 웃었다. 아내와 처음 자던 날 나는 P가 했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변했다. 내 위에서 희열에 겨운 괴성을 질렀고 나를 껴안은 두 허벅지에는 범접하지 못할 힘이 깃들어 있었으며 내가 상상해보지도 못한 체위들로 나를 흥분시켜 주었다. 그리고 P가 말했던 그녀의 기형적인 가슴은 시릴 정도로 매혹적이라서 그 온도차를 이겨내기 위해 내 육체를 뜨거운 정욕으로 물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사가 끝난 후 그 기형적인 가슴에서는 내가 맡아보지 못했던 미지의 향기가 솟아났다. 그 향기가 나를 곧 낙원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았다. 아내가 이끌고 간 낙원에서 나는 영원히 속박되고 싶었다. 가슴에서 배어 나오는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내 육체의 구성은 낚싯줄로 조종하는 인형극의 인형처럼 그녀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고 그럴수록 내 영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점점 그녀의 영혼에 종속되었다. 결국 나는 아내와 결혼을 했고 내가 한동안 아내에게 빠져있을 때 P는 핀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게 너는 분명히 좋은 무료 카지노 게임가가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말을 전하며 형태가 없는 희망만을 내 손에 쥐어주고 떠났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나는 꾸준히 소설을 썼고 몇 권의 책을 낸 출간작가가 되었다. 플랫폼에서는 구독료를 받는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글만 쓰며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
8.
내가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내 속에서 무언가가 쌓여서 오랫동안 방치된 채 썩고 있어서였다. 그 부패의 냄새가 걷잡을 수 없이 내 안을 가득 채웠을 때 나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 삶이 덤이라고 느꼈을 때부터 뿌리 깊은 열등감에 시달렸다. 누군가에게 덤으로 받은 초라한 인생이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아야겠다고 무의식의 생존시스템이 작동한 건지도 모른다. 열등감을 생존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생에 대한 집착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턱없이 시달리면서내 안에서 썩고 무료 카지노 게임 몹쓸 것들을 배설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내 안에 고인 것들은 모두 절망적인 옷을 입고 있었고 나는 그 옷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절망의 옷은 내 육체와 영혼을 점점 더 조여왔고 그 옷을 벗겨내려 애쓸수록 열등감이 알몸을 드러냈다.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건 지나간 시간들이 아니라 남겨진 시간들이었다.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닌 불변하는 것들에 대한 끈끈한 채무감이 나를 두렵게 했다. 결국 나는 절망감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들과 공생하기로 했다. 살기 위해서. 내 안에서 영원히 변치 않을 잔혹한 것들을 이용하여 소설을 썼고 소설을 쓰면 쓸수록 절망감과 열등감이 내 안에서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있어서 소설은 내 안에서 썩고 무료 카지노 게임 몹쓸 것들이 담긴 배설물이었고 다시 그 자리에 가득 차올라 출렁이는 리비도였다. 배설물을 쏟아내는 그 출구는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일종의 독립적인 기관이었다. 그곳에서 세월의 허물들은 시간의 악취를 풍기면서 배설되었고 나를 집어삼키려는 절망감과 열등감은 점점 옅어져 갔다. 그리고 내 안에 깊숙이 배어있던 악취도 점점 시들해졌다.
9.
그 사람이 댓글을 달기 시작한 건 P가 귀국하고 나서 한 달쯤 지났을 때부터였다. 나는 플랫폼에 신작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찌질한 중년의 남자가 성적인 망상에 시달리다가 끝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독자들은 내 배설물에 꽤 만족했고 출판사에서는 더 이상 플랫폼에 연재하지 말고 장편으로 내자는 출간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출판사에 거절의사를 밝혔고 차근차근 한 편씩 플랫폼에 연재하는 것을 택했다. 나는 모든 일을 한 큐에 끝내버리는 쿨한 인간이 아니었다. 모든 일들을 조금씩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끝내기를 선호했고 특히나 소설을 쓴다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배설의 행위이기 때문에 파탄과 곡예를 반복하는데서 느낄 수 있는 변태적이고 친밀한 통증을 아주 느긋하게 즐기기 위함이었다. 어느 날 연재 중인 소설을 발행을 하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갔을 때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다. 커피를 머그잔에 담아 자리로 돌아와서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댓글이 하나 달려있었다. 소설 잘 읽고 있습니다. 근데 선생님의 글은 어느 일본 작가와 비슷한 구석이 많이 보이네요. 소설의 구성도 그렇고 비유도 그렇고 문체는 가독성은 좋지만 리듬도 없고 평면적인 것이 일부러 번역투처럼 보이려고 쓰신 것 같네요. 플래시 백을 사용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대로 서사를 진행시키는 것도 마치 그 일본작가에게 영향을 많이 받으셨나 봅니다. 선생님이 쓰신 글인데도 불구하고 선생님만에 그 무엇이 소설 속에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흔히들 작가정신이라고도 하지요. 작가정신이 없는 글은 생명력이 부족해 금방 시들어버립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감히 평론을 하자면 머지않아 절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도 예삿일이 될 겁니다. 부디 펜을 꺾기 전에 작가정신을 다시 한번 다듬어 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어느새 미간을 찌푸리고 코가 아닌 입으로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런 씨발. 댓글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악취가 나는 것 같았다.
10.
P와 나는 한남동의 와인바에서 부르고뉴를 마셨다. P는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나타났는데 그 안에는 내가 쓴 책들이 들어있었다. P는 핀란드에서 돌아오자마자 내가 쓴 소설들을 모두 읽었다고 했다. 내 사인을 받기 위해 그는 일부러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책에 사인을 하는 중에 P는 말했다. 내 친구가 이렇게 많은 책을 쓴 작가라니. 믿을 수가 없군. 몇 년 만에 본 P는 덩치가 조금 커졌고 얼굴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눈빛은 날카로워져 있었고 뒤로 빗어 넘긴 머리칼은 힘이 깃든 것처럼 출렁였으며 이마에서는 광채가 났다. 블랙슈트에 반스를 신은 모습이 컬트영화의 주인공 같았다. 예전에는 부드러운 훈남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여자들이 한 번쯤 뒤돌아 볼 법한 수컷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풍모였다. P는 핀란드에서 M&A 관련 공부를 마쳤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버지의 지인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서 영화 미술 관련분야의 투자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P는 자신이 했던 공부와 지금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나는 30퍼센트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오랜 친구를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뒤에 만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노력한 자는 타고난 자를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지. 나도 무료 카지노 게임가가 되고 싶었는데 말이야. 어렸을 때 너를 보면 나는 평생 저 친구처럼 쓰지는 못하겠구나 싶었지.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한 거라고. 속으로는 내 노력이 가여워서 슬펐지만 내가 들인 노력만큼 너를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출국하기 전에 했던 말 기억하지? 네가 작가가 된 걸 보니까 가여웠던 내 노력에 더 이상 연민은 안 생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무거운 짐을 덜어낸 기분이야. 나는 싱겁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느 정도 짐을 지고 있는 게 흔들리지 않고 좋은 법이야. P는 와인을 입에 머금고 입술을 동글게 말아서 공기를 빨아들였다. 와인에서는 제비꽃 향기가 났다. 나는 P가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짙은 절망감과 뚜렷한 열등감을 껴안고 살던 시절이 나를 무료 카지노 게임가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나는 꽃향기가 나는 값비싼 부르고뉴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