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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바드 Apr 02. 2025

습작의 창고

설계도 위의 삶, 한국에서 파리로

어제는 참 오랜만에 누나를 만났다.

누나는 건축학을 10년 넘게 공부한 사람이다. 이른바 고학력자다.


영국의 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와 University College London, 그리고 MIT, 하버드 등 세계적인 건축학교들 중 한 곳에서 10여 년을 건축학에 몰두했다. 그런 누나가 어느 날, 느닷없이 한국에 나타났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살아온 누나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시간이 그리웠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 정착해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쯤 된 것 같다.


그런데 올해 5월, 다시 프랑스 파리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이유는 명확했다. 한국에서 건축가는 여전히 ‘노가다꾼’처럼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가진 창의성과 전문성이 한국의 건축현장에서는 철저히 무시된다. 모든 것이 주먹구구식이다. 현장에는 매뉴얼이란 것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고, 설계와 시공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영국계 프랑스인 매형도 그런 한국의 비합리적인 구조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클라이언트가 건축가에게 행하는 각종 ‘갑질’은 그에게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건축가는 정말 멋진 직업이다. 공간을 디자인하고, 시간 속에 남을 구조물을 만든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멀었다. 여느 직업과 다르지 않게, 그 안에도 고충이 있고, 제약이 있었다.


게다가 유럽연합 카지노 게임 사이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한국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사무소를 운영하려면 법적·행정적으로 여러 제한이 따랐다.


나는 누나와 매형과 함께 여행을 갈 때가 가장 좋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공간, 미술에 대해 물어보면, 마치 도슨트처럼 끊임없이 이야기해 준다. “왜 이 나라의 도시는 건물들이 밀집해 있을까?”, “왜 저 나라의 도시는 수평 구조로 펼쳐져 있을까?”, “이 외장재는 왜 아름답지만 단열엔 부적합할까?” 그런 질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느새 도시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도시의 감각, 거리의 결, 카지노 게임 사이트물의 호흡이 귀로 들리고, 눈으로 보이는 듯해진다. 그게 참 행복하다.


어제는 잠깐 서점에도 들렀다. 누나가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줬다. 아쉽게도 서점에는 재고가 없어 바로 사지는 못했지만, 꼭 읽어보려고 한다. 그 책의 저자는 렘 콜하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로, 리움미술관을 설계할 때 참여했던 세 건축가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의 책은 분명 흥미로울 거라고, 누나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누나가 추천해 준 책은 늘 옳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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