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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지윤 Mar 08. 2025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상처받지 않는다

드라마 <사랑의 이해 대사 중

시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 청년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입주 지원을 받고 있다는 공고를 보고 마감 날짜에 맞춰 서류를 넣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 또한 큰 법.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기뻤고 함께 한 언니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 즐거움도 잠시. 발표 준비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발표라는 걸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발표하는 직업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긴장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발표는 대학 졸업 논문 발표가 마지막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던 내가 다수의 청중 앞에서 창업 아이템을 소개하는 발표라니, 너무나 떨리고 긴장됐다.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며칠을 중얼거리며 시도 때도 없이 발표 대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 간 터라 실수 없이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대본에 없는 질의 응답시간이었다. 준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마인드 컨트롤이 관건이었다. 텀블러에 담아온 물을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질문은 쏟아졌고 운이 좋게도 준비한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마지막에 온다고 했는가. “대표님은 이쪽에 경력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뿔싸. 나의 경력에 대한 질문이라니. 나는 임신하면서 일을 그만 두고 십 년 동안 경단녀로 지냈다. 당황스러울 때는 오히려 정면승부로 가보자는 주의인지라 머리보다 입이 먼저 말을 하고 있었다. “저는 출산 전에 방송작가였는데요. 아이를 낳고 경력 단절이 되었고, 이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를 키우며 따놓았던 자격증들로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말하면서도 경력이 없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 내게 감독관이 말했다. “경력 이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네~” 약간의 빈정거림에서 기분이 상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는 인정했다. 나의 단절된 경력을. “경력을 열심히 기워나가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사무실 입주에 최종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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