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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지윤 Jul 22. 2024

카지노 게임 집 태나고

아들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태나고: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뜻


결혼 이듬해 11월 말, 건강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우리는 열아홉 시간 진통 끝에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리 가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우당탕탕 육아생활. 제일 기억나는 건 제2의 출산이라고 불릴 만큼 너무 아팠던 젖몸살. 나는 젖양이 너무 많아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서라도 직수를 해야 했다. 아이가 먹어줘야 젖몸살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든 적당한 게 최고라는 교훈을 얻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두세 달가량 지나니 2.62kg이었던 아이는 5kg을 넘어 6kg 가까이 나갔다. 아이가 클수록 먹는 양도 늘고 빠는 힘도 세져서 속젖까지 먹어주니 젖몸살은 확실히 줄었다. 그러나 체중이 두 배이상 늘어난 아이를 안고 있자니 손목이 나갈 듯했다. 칭얼거릴 때는 안아서 재워야 했고 두 시간 세 시간 간격으로 수유하다 보니 좀비 같은 생활을 했다. 그 당시 28년 살면서 느낀 최고난도의 생활이었다. 대학생 때는 시험기간이 며칠 밤을 새운다 해도 시험이 끝나면 몰아 잘 수라도 있지 이건 아이에게 완전히 종속된 생활이라 쪽잠인생이었다.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백일이 되었다. 백일의 기적은 무슨. 지금 생각하면 신생아 때보다는 편해진 점이 분명 있었을 텐데 기적이라는 말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초보엄마의 어리석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울음 끝도 짧고 싱글 생글 잘 웃어주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속 시끄러운 일들이 모두 잊힐정도였으니, 나는 확실히 행복한 엄마였다.


모유만 먹던 아이가 처음으로 미음을 먹고 죽을 먹고 밥을 먹고 과일도 먹으며 하루하루 쑥쑥 커갔다. 자는 시간 텀도 길어지고 낮과 밤도 알게 되니 편해지긴 했다. 일 년간은 도장 깨기 미션처럼 뒤집기, 기기, 앉기, 서기, 걷기를 클리어해 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는 듯했다. 아이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다 보니 나와 남편은 항상 바닥을 깨끗이 해야 했고 집안에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곳에는 모서리보호대를 붙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초보엄마인 나는 아이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할 때 내 허리는 점점 바닥을 향해 구부러져 갔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날까 겁이 나서 아이를 한시도 놓지 못했다. 아이를 키울 때마다 내 안의 상처와 불안 때문에 많이 예민했다. 그래서 별일 아닌 일에도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힘들어하며 지냈다. 엄마가 처음이라 그랬으리라. 36개월은 엄마무릎학교에서 열심히 키웠고 코로나 때문에 다섯 살에 바로 기관에 가진 못했다. 다섯 살 여름부터 어린이집에 보냈고 이듬해에 유치원에 입학했다. 학기 초 한 달은 적응하느라 아이도 나도 몸살을 앓을 정도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엔 적응을 해냈고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치원 생활을 했다. 아이는 기관에서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과 즐거운 활동들을 하며 점점 자랐다. 그렇게 자라 학교라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 즈음, 남편의 갑작스러운 제주발령에 이사를 준비했고 올해 초부터 우리 가족의 제주살이가 시작됐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우리 부부는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다. 쑥쑥 커가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아이 때문에 웃고 울고 싸우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도 내년, 후년, 몇 년 후에 보면 다 추억의 시간이겠지 싶어 기록을 결심했다. 우리의 짧은 신혼생활이 아쉽기도 하지만 우리의 시간이 아이와의 시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또 아이의 성장을 함께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참 감사하다. 지난 6개월 동안 아이는 얼마나 의젓해지고 성장했는지 모른다. 말하는 것부터 상황판단하는 것까지. 제주에서 얼마나 멋지게 클지 벌써 두근두근 설렌다. 아이가 커갈수록 우리 부부도 성장을 멈출 수 없다. 아이로 인해 성장을 하고 감정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더 좋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아이도 우리를 키운 셈이다.


매일 나아가는 우리 가족의 발자국을 이어나갈 제주에서는 더 이상 우당탕탕이 아닌 슬기로운 육아생활이 되길 기대하며. 카지노 게임 집 태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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