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 중 뮤지컬 실습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수업 선택권이 주어진 성인으로서 가장 먼저 듣고 싶은 수업이었다. 고등학생 때 공연에 특별하게 관심을 두고 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궁금했고, 경험 해보고 싶었다. 아마 경험 패티쉬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 아닐까 싶다. 수강 신청 당일, 전공 수업도 제쳐두고 이 과목부터 열심히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인기 수업인 만큼 1초 차이로, 결과는 대성공! 전 학년이 수강할 수 있었고, 당연히 그곳에서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였다. 집에서 늦둥이 카지노 가입 쿠폰딸이다 보니 카지노 가입 쿠폰가 처음도 아닌데, 같은 수업을 듣는 3학년 언니가 항상 그냥 카지노 가입 쿠폰도 아니고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라고 불러주는 게 이상하게 듣기 좋았다. 뭔가 더 가까워진 것 같고 귀염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 이리 와~’라고 하면 꼬리 흔들며 뛰어가는 강아지처럼 도도도도 달려갔다. 하지만 2학년이 되면서부터 카지노 가입 쿠폰인 듯, 카지노 가입 쿠폰 아닌, 카지노 가입 쿠폰 같은 2학년으로 한 동안 카지노 가입 쿠폰 소리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학생 신분을 벗고 사회로 나가면서 카지노 가입 쿠폰로 돌아가게 됐다. 그렇지만 포지션이 카지노 가입 쿠폰였을 뿐, 대학교 1학년 때처럼,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따스한 호칭은 듣지 못했다. 그 표현보다는 신규 직원, 신입이라는 말을 주로 들었 다. 그러다가 2번째로 옮긴 회사 3년 차 때, 새로 만난 팀에서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 라는 호칭을 다시 접했다. 바로 옆자리 K선배가 통화하다가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어어, 그건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가 하고 있어.” 되게 반가우면서, 오랜만에 따스함과 소속감이 느껴졌다. 같은 팀의 L선배 도 다른 사람들에게 ‘응, 여기 우리 카지노 가입 쿠폰, 계피씨’라고 소개해 주는 것도 싫지 않았다. 여전히 그분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배이자 멘토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얘 때문에 우리 애만 혼났잖아!’라는 오 팀장의 울부짖음에 신입사원 장그래가 ‘우리... 애... 라고 불렀다.’라고 혼자 되뇌며 눈물을 글썽였던 이유도 이런 따스함과 소속감을 느껴서 그랬던 걸까.
몇 번의 부서 이동과 연차가 쌓이며 자연스레 카지노 가입 쿠폰 자리와는 멀어졌다. 그런데 8년 차에 돌입한 2023년, 다시 팀의 카지노 가입 쿠폰가 됐다. 갑자기 8년 차에 카지노 가입 쿠폰라니. 해당 팀의 사정으로 신규 직원 자리를 없애고 경력 직원만 받기로 결정했고, 그 첫 발령이 나였다. 부서를 옮긴 첫날 복도에서 아는 직원을 마주쳤고, 별로 친하지 않았기에(좋아하지 않았기에) 인사만 하고 지나치려 했다. 근데 예상과 다르게 갑자기 말을 이어 갔다.
"너 이번에 무슨 팀으로 간 거야?"
"저 00팀이요."
"설마, 카지노 가입 쿠폰 자리?!"
아니나 다를까, 8년 차가 1∼2년 된 신규 직원들이 가는 자리로 왜 이동하게 됐는지 의문을 가질 거라는 예상이 맞았다. 어차피 업무를 하다 보면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를 알게 될 테지만, 말 많은 회사에서 예상과 다르게 벌어지는 일은 언제나 그들의 가십거리였다.
"아니 너 그럼 거기서 000 만들고 그 서류, 그거 담당하는 거야? 야, 너 그건 좀 아니 지 않니?"
도대체 뭐가... 그건 좀 아닌 걸까. 제가 뭘 했나요...?
"아하하하, 기존 업무에 다른 분의 사업 2개 제가 맡아서 하기로 했어요."
"아 그래?~"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는 식의 반응. 내가 이 자리에 오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오고 싶어 했던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해명해야 하는지. 왜 이 사람에게 이해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해명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짐작한 시선인데, 대놓고 보고 들으니 더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나 역시 신규 직원이 오는 자리에 8년 차가 왔으니, 팀원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특히 신입직원보다도 못한다는 소리는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위치가 부담감으로 밀려왔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아닌데 카지노 가입 쿠폰 자리에 있어서. 새로운 사업도 사업이지만 이전에 카지노 가입 쿠폰가 하던 업무도 그대로 해야 했기에, 그 업무는 더욱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용 업무 외에 카지노 가입 쿠폰용 잡무도 있었다. 그중 파쇄 업무가 있었는데, 당연하게 내 자리에 쌓여있는 서류를 파쇄하면서 양이 많은 날은 파쇄기를 2, 3번씩 비워가며 갈았다. 삐삐~ 파쇄기 상자가 가득 찼다는 신호와 함께 파쇄기를 열고, 꽉 차다 못해 빽빽하게 상자에 끼어 있는 봉투를 한쪽 발 을 상자에 올려 두고 있는 힘껏 끄집어 올렸다. 그럴 때마다 흩날리듯 여 기저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 조각들이 마치 혼란스럽게 흩어져 있는 내 생각 같았다. 그럼 묵묵히 흩어져 있는 하얀 종이 조각과 생각을 쓰레 받기에 주워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파쇄기에 갈갈갈갈. 서류와 영혼을 갈아 넣었다.
옆자리 P씨는 말했다.
“계피씨,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거예요. 계피씨 오기 전엔 이 많은 양의 업무를 다 수작업했었는데, 계피씨 전임자가 혼자서 엑셀로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있게 해 놓은 거예요.”
“작년에는 이것보다 양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새벽에 퇴근했어요.”
본인들이 겪었던 노고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던 걸까...
‘그렇구나, 간단해진 거구나.'
'그렇구나, 양이 적은 거구나.'
근데, 나는... 힘든데... 작년에 비해서 괜찮은 거라는데, 나는 왜 힘들지?..내가 문제인가?
내 전임자는 일을 똑 부러지게 잘했구나. 1년 차도 잘한 일인데, 내가 못 하면 안 되는데, 나는 왜 힘들지?
아니 근데, 그 직원은 지금 나처럼 사업 2개가 없었잖아?...하긴 나는 그 직원보다 최소 6년은 더 일했으니까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징징거리 지 말자, 사업 2개가 뭐 대수니...
내 속에 너무나 많은 내가 서로 논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결국 2024년 1월 계속되는 두통과 이명에 찾아간 이비인후과에서
"말씀하시는 증상들이 신경계 쪽 문제 같아요. 메니에르병일 수도 있으니
대학병원 한번 가보세요. 진단서 써 드릴게요."
병이라니, 처음 들 어보는 단어와 예상하지 못했던 진단이었다. 멜라닌 색소는 들어 봤어도 메니에르병은 대체 뭐란 말인가. 진단서를 들고 대학병원 어지럼증 센터에 갔는데, 정밀 검사는 3월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머리는 계속 어지럽고, 이명도 이틀에 한 번꼴로 계속 나타났다. 급한 마음에 동네 신경과를 갔더니, 애매하다고 하셨다. 아니라는 게 아니라 애매하다니. 메니에르병으로 확정 짓기엔 애매하지만, 왼쪽 전정 기능이 저하됐고, 왼쪽 청력도 중등도로 떨어졌다고 하셨다. 휴가를 내고 조금 쉬어보면 좋겠다고 하셨다.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시고 피로도 심하신 것 같아요."
마음의 병인가 싶어 다시 찾아간 정신과에서도 쉬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선생님, 저 근데 작년이면 모를까, 지금은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없는데요? 먹는 것도 잘 먹고, 웃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농담도 하고 그러는데요...?”
가만히 듣 던 선생님이 내게 물으셨다.
“계피씨 지금 이렇게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어느 정도 신호를 보내야 힘든 건데요? 갑자기 길거리에서 쓰러져서 어딘가가 부러져야?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일어나지 못해야?”
결국 계속된 두통에 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결과를 들으러 4월에 방문한 어지럼증 센터에서 담당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자, 다행히 뇌 신경에 문제는 없어요. 괜찮아요. 하지만 이건 감기 같은 거예요. 몸이 힘들면 또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 알아 줘야 해요. 근데 한 가지 걱정되는 건 1월에 측정한 불안과 우울 수치가 조 금 많이 높은 편이에요. 잠시 일을 줄이고,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을 조금 가 져보면 어떨까 싶네요.”
순간 눈물이 눈에 차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나 쉬어야 했구나.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