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1. 거울을 보지 않아. 다듬어지지 않는 과거와 마주 보고 싶지 않아서야.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어.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친 오늘이 돼서야 거울을 봐. 그리고 윗입술을 살짝 실룩[191]거려. 통과했어! 그래, 새롭게 태어났어! 두 시간 후, 수료식[192]무료 카지노 게임. 동기 중 대표자로 발탁돼[193]선서해야 해. 거울을 봐. 옷매무새[194]를 다듬어. 그리고 준비한 선서문을 연습해.
“선서[195]합니다.
트리플엑스 23기 대표자 유민서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무료 카지노 게임서, 앞무료 카지노 게임 맡게 될 소임[196]을 성실히 수행[197]하여 국가의 번영[198]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199]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존속[200]을 위해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이행[201]하고, 관련한 업무를 외부에 절대로 발설[202]하지 않으며, 공직자로서 투철한[203]사명감[204]무료 카지노 게임 오직 국가를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또한,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외부 압력[205]에 흔들리지 않고, 대한민국의 가치와 헌법 정신을 수호[206]하는 데 전념[207]할 것을 맹세합니다. 트리플엑스 요원으로서 긍지[208]와 자부심[209]을 품고, 우리가 지닌 모든 능력[210]과 노력[211]을 바칠 것을 굳게 선서합니다.
2196년 11월 5일
트리플엑스 요원 유민서.”
왼팔의 불그스름한[212]상처가 알람처럼 욱신거려. 피부가 괴사해[213]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처럼 변해버린 징그러운 왼팔이 보이네. 오늘도 수치스러운 생존을 확인해.
“그때, 같이 죽었어야 해.”
후회는 미래를 꿈꾸는 자에게만 허락된 작은 선물무료 카지노 게임. 후회한다고 당시의 상황을 바꿀 수도 없어. 사람들은 내게 말해.
“어쩔 수 없었잖아. 자책[214]하지 마.
너라도 살았으니, 그게 천운[215]이지.”
천운이라고? 그때 천운[216]이 다하기를 바랐어. 그 사고 후로,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아.
미세하게 나부끼는[217]나뭇잎의 속삭임.
속삭임을 따라 춤추는 빛의 떨림.
빛의 떨림에 몸을 실어
포근하게 이를 감싸는 섬세한 그림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인데,
이렇게 경이로운[218]세상인데,
오늘을 만끽[219]해서
오늘도 미안해.
오늘은 즐거운 날무료 카지노 게임. 다시 태어나는 날이라고. 안 좋은 생각은 그만해. 트리플엑스라니! 트리플엑스라고! 꿈조차 꾸지 않은 대단한 기회를 잡았어. 이건 혼자 살아남은 고마움을 갚으라는 하늘의 기회야. 동료가 도착해 아래에서 나를 기다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만남.
아무도 널 몰라.
다시 시작해.
다시 시작하자고.
동료의 차를 타고 트리플엑스 공관[220]무료 카지노 게임 가고 있어. 모진 훈련을 견뎌낸 환한 미소를 머금은 동기의 얼굴이 보여. 정말로 지독했어. 지독했다고. 무엇을 위한 훈련일까? 최종 합격 후, 일어나는 모든 일에 궁금하지도 묻지 않으며 그대로 따르겠다는 계약서에 서명 후, 훈련소에 입소했어. 그때만 해도, 나를 버릴 수 있다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했어.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으니까. 이보다 더 힘든 곳이 있다면, 이보다 더 괴로운 곳이 있다면, 제발 날 데려가 달라고 매일 기도했으니까.
“113번 훈련병! 너는 무엇인가? 너를 인간이라고 생각해? 넌 인간이 아니다. 넌 트리플엑스다. 트리플엑스 요원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우리의 임무를 해낼 수 없다. 인간무료 카지노 게임 살아가고 싶어? 저기 보이나? 종? 대열을 이탈해[221] 종을 울려! 그럼 넌 다시 인간무료 카지노 게임 살 수 있다. 그러기를 원해? 대답해! 113번 훈련병!”
“113번 훈련병, 아닙니다.”
“목소리가 작다. 인간무료 카지노 게임 돌아가고 싶어!”
“113번 훈련병, 아닙니다! 트리플엑스 요원무료 카지노 게임 죽고 싶습니다!”
이를 악물고 버텼어. 끝나지 않을 훈련을. 수많은 동기가 도중에 종을 울렸어. 그래도 난 버텼어. 그리고 1년이 지났어. 곧 수료식이야. 버틴 걸까? 아니, 버텨냈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 아니야,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야. 죄책감무료 카지노 게임 눈을 뜨고, 후회로 눈을 감아야 하는 그곳, 현실인 쇠창살로.
“기분은 어때? 대표로 선서하는 기분이?
드디어 끝이다. 끝. 아닌가? 새로운 시작인가?”
114번 훈련병, 아니, 끝까지 옆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한[222]동기, 박도훈. 고마워. 도훈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 줘서.
“도훈아, 그래, 새로운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첫 임무가 무엇일까? 궁금해.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113번 훈련병, 유민서. 수석무료 카지노 게임 훈련소를 졸업했습니다. 약한 소리는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훈련소 교관의 흉내를 내는 박도훈, 다가오는 기쁨과 그로 인해 짊어질 무게의 근심이 잘 배인 상기된 남자다운 얼굴무료 카지노 게임.
“약한 소리는 더는 안 해. 트리플엑스 요원이니까. 도훈아, 나 너무 긴장했어? 얼굴에 보여?”
“네, 그렇습니다. 너무 긴장하셨습니다. 유민서 님은 훌륭한 대원이십니다. 모든 게 잘 됩니다.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Amor Fati), 초인(Übermensch)으로 살아간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신조. 도훈이가 항상 하는 말이야. 도훈이는 하루에도 열두 번은 아모르파티를 외쳐. 그래서 니체를 만나고 싶었어. 알고 싶었어. 니체가 말하는 초인의 삶을. 정말로 운명을 사랑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면, 쓰디쓴 과거의 아픔도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우리는 정말 우리 삶의 시인이 되고자 한다.
나는 사물에 있어 필연적인[223]것을 아름다운 것무료 카지노 게임 보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렇게 하여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즐거운 학문 -프리디리히 니체-]
내가 좋아하는 말이야. 나도, 나도, 내 삶의 시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어서. 삶의 시인이 되어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 그동안 나를 옥죄던 끔찍한 과거가 희망의 메시지로 변하기를 바라니까. 그것만이 그들에게 보답할 유일한 방법이니까. 과거는 기억이야. 기억은 확증편향의 옷을 입고 있어. 무엇을 확신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으니까.
의미와 해석을 달리하려면,
기억의 산물을 다르게 바라보려면,
그렇게
삶의 주인이 되어 앞무료 카지노 게임 나아가려면,
사물의 필연적인 것을
인간의 필연적인 것을
찾아야 해.
인간에게 필연적인 게 있을까? 답을 찾고 싶었어. 지금부터라도 무채색인 세상을 유채색으로 바라보고 싶어서. 괴로워. 수십 번이 뭐야?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아니야, 수억 번을 날이 없는 무딘 칼로 마음을 찌르고 또 찔렀어. 염치[224]없지만, 마음에 상처가 나는 게 싫어서. 그래, 싫어. 아프잖아. 그런데, 행복할 수도 없어. 그런데, 자꾸 웃으려 해. 과거에 묶인 그들을 잊어.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어찌해야 해? 누가 좀 속 시원히 말해 줘.
인간에게 필연적인 것은
시간의 흐름과
흐름의 종착역인
죽음이지 않을까?
시간은 멈추지 않아.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어. 이것은 필연적이야. 시간의 흐름이 필연적 요소라면, 결국 죽음에 이르면, 인간의 시간은 멈추겠지. 죽음으로 이르는 시간의 과정을 아름답게 느껴야 해. 그동안 내게 일어난 과거를 부정하지 않아야 해. 그래야만 해. 똑바로 봐야 해.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죽음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민서아, 도착했어.”
to be continued......
[191] 근육의 일부분이 갑자기 움직이는 모양.
[192] 수료(修了): 일정한 학과를 다 배워 마침.
[193] 발탁(拔擢): 많은 사람 가운데 필요한 사람을 뽑아 씀.
[194] 옷을 입은 맵시.
[195] 선서(宣誓): 여럿 앞에서 성실할 것을 맹세함.
[196] 소임(所任): 맡은 바 직책 또는 임무.
[197] 수행(遂行): 계획한 대로 해냄.
[198] 번영(繁榮): 일이 성하게 잘되어 영화로움.
[199] 이미 한 일이나 앞으로 할 일이 틀림없음을 확인하거나 강조하여 말함.
[200] 존속(存續): 어떤 대상이 그대로 있거나 어떤 현상이 계속됨.
[201] 이행(履行): 실제로 행함. 말과 같이 함.
[202] 발설(發說): 입 밖으로 말을 내어 남이 알게 함.
[203] 투철(透徹―): 속속들이 뚜렷하고 철저하다.
[204] 사명감(使命感):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는 기개나 책임감.
[205] 압력(壓力): 남을 자기 의지에 따르도록 압박하는 힘.
[206] 수호(守護): 지키어 보호함.
[207] 전념(專念):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씀.
[208] 긍지(矜持):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마음.
[209] 자부(自負): 자기나 자기와 관련된 일에 대하여 스스로 가치나 능력을 믿고 자랑으로 여김.
[210] 능력(能力): 일을 감당해 내는 힘.
[211] 노력(努力): 목적을 위해서 힘을 다해 애를 씀.
[212] 조금 붉다.
[213] 괴사(壞死): 생체 내의 조직이나 세포가 부분적으로 죽는 일.
[214] 자책(自責): 스스로 뉘우치고 자신을 나무람.
[215] 천운(天運): 매우 다행스러운 운수.
[216] 천운(天運): 하늘이 정한 운수. 천수.
[217] 가벼운 물체가 바람을 받아 흔들리다. 또는 그렇게 하다.
[218] 경이롭다(驚異―): 놀랍고 신기한 데가 있다.
[219] 만끽(滿喫): 욕망을 마음껏 만족시킴.
[220] 공관(公館): 공용 건물.
[221] 이탈(離脫): 어떤 범위나 대열 등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떨어져 나옴.
[222] 격려(激勵): 마음이나 기운을 북돋우어 힘쓰도록 함.
[223] 필연(必然):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
[224] 염치(廉恥):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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