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6. 이상화 님을 말없이 카지노 가입 쿠폰가. 더는 질문하지 않아.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됐거든. 이상화 님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해.
“머물 곳이 좀 누추[308]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쉬세요. 마을 관련해 궁금한 게 있으면, 창문 너머 보이는 교회를 카지노 가입 쿠폰 내려오세요. 주민자치센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저를 찾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상화 님이 떠난 후, 숙소에 덩그러니 놓여있어. 주위를 둘러봐. 나무 창틀로 된 창문을 오랜만에 보네. 창틀만 보아도,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해. 전원[309]적인 풍경이 싫지 않아. 오히려 좋아. 얽히고설킨 현재의 고민을 묻어둔 채, 과거로 여행 온 방랑자. 누구에게도 아픔을 들키지 않고 누구도 나를 모르니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으니까. 창문 너머로 깊숙하게 머금은 내면의 무한적인 굴레를 비추는 빨간색 네온사인, 십자가가 오늘카지노 가입 쿠폰 크게 보여. 따뜻해. 교회인가? 신을 믿지는 않아. 내 기도도 들어주실까? 전화벨이 울려. 폰을 확인해. 내 것이 아닌데. 들고 온 가방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 가방을 열어서 소리의 출처를 확인해.
“국장이다. 잘 도착했나?”
“감사합니다. 잘 도착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보안폰으로만 보고해. 도청도 녹음도 불가[310]하니까.”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어디로 가야 합니까?”
“숙소에 창문 너머로 십자가가 보인다. 그곳으로 가라. 그곳에서 다른 요원과 접촉하라.”
“요원을 식별할 수 있습니까? 숙소를 안내한 사람은 민간인이었습니다.”
“그곳으로 가면, 요원이 다가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습니까?’ 이처럼 물을 거다.”
“네, 말씀하십시오.”
“마태복음 10장 39절,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를 암구호[311]로 답해.”
“받들겠습니다.”
“유민서 요원,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곳에 일어카지노 가입 쿠폰 모든 일은 외부로 알려지면 절대로 안 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다가올 새로움을 상상해. 눈을 감아. 그리고 다시 떠.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아. 카페인을 먹은 기억은 없어. 그런데도, 심장은 의지와 다르게 너무 나대. 새로움에 대한 설렘?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감당[312]해야 한다는, 그러한 위험을 경고하는 육감[313]? 모르겠어. 미친 듯이 나대는 심장만이 이유를 알 거야. 그게 무엇이든 담담하게 나아가야 해. 다시 살려고 이 길을 선택했어. 불안의 불을 잠재워. 벌어졌거나, 벌어진 일이거나, 벌어질 일이니까.
커튼으로 가려진 쇠창살
뾰족한 쇠창살 끝에 걸린
혐오스러운 진물과 섞인
형태가 없는 스산한 물체.
그 끔찍한 것이 다가온다.
그리고
나를 어루만진다.
괴롭다. 벗어나고 싶다.
누가 나를 구해줘.
제발.
무슨 꿈이야. 끔찍해. 잠자리를 바꾸어서? 꿈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5분 지났어. 뇌에서 무슨 영상을 송출[314]했는지 모르겠어. 다만, 꿈의 폭력은 강렬하게 남았어. 혐오스러워 구역질 나. 소름 끼쳐. 온몸의 모든 털은 곤두섰어. 침대 시트가 땀으로 흥건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전화가 오네. 박도훈이야.
“유민서! 그동안 전화를 왜 안 받아? 어디로 발령받은 거야?”
“아침부터 시끄러워. 도훈아. 넌? 할만해?”
“할만한 게 어디 있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우리 역할인데.”
“그건 그래, 우리는 생각해서는 안 돼.”
“그래서, 도대체 어디로 발령받은 거야?”
“미안해, 도훈아. 말하기 어려워.”
“뭐야, 섭섭하게. 수석 유민서 요원이라 이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쓸데없는 소리 하려면 끊어.”
“까칠하기는, 여하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아니,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연락하라는 게 아니고, 평소에 연락해. 동기사랑 나라사랑 아니냐.”
“그래, 고마워.”
뒤숭숭한[315] 아침이야. 그래도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은 가라앉아. 부산스러운[316]도훈이 덕분에. 박도훈 요원, 고개를 돌리면 언제나 옆에 있는 든든한 동기. 고마운 사람. 박도훈. 시간이 벌써? 나가야겠어.
끼이익 띠리릭 철컹
아직 녹지 않은 눈은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을 반사해. 첫 임무를 맡기에는 적당하게 아름다운 날이네. 청송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317]하는 가운데 자연의 섭리[318]를 경험하게 해. 참 오묘한[319]마을이야. 귀가 먹먹해. 생각보다 고지대에 있는 청송동. 왼쪽으로 펼쳐진 푸르른 산맥과 맞닿은 눈앞에 펼쳐진, 알록달록한 절벽과 어우러진 구름정원과 섞인 아기자기한 오두막집과 삐뚤빼뚤하게 놓인 옛 유럽이 떠오르는 건물.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면, 비탈길을 카지노 가입 쿠폰 쭉 이어진 세련된 현대식 건물. 에너지 효율을 생각했을까? 지붕 모두 태양광 구조물이야. 대한민국에 이처럼 신비한 도시가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야. 그 길을 카지노 가입 쿠폰 걷고 있어. 보이는 십자가를 나침반 삼아서. 저 멀리 사람이 보여. 다른 요원인 듯해.
“유민서 요원?”
“안녕하십니까. 유민서입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오게.”
검게 탄 왼쪽 얼굴에 길게 그어진 자상[320]은 그동안 선임의 걸어온 삶이 보여.
“선배님을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오늘 이후로, 날 만카지노 가입 쿠폰 일은 없어. 국장님이 말하지 않았나? 이곳은 본인 혼자 관리하는 지역이라고.”
“알겠습니다.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유민서 요원, 질문이 많네. 근무지에 도착하면 알려주겠네.”
차가운 눈덩이를 한꺼번에 씹어먹은 느낌이야. 이처럼 차가운 바람이 부는 대화라니. 더는 물으면 안 돼. 그의, 그래 지금부터 당신을 노바디라 부를래. 노바디의 등을 보면서 뒤카지노 가입 쿠폰가고 있어. 키도 크지만, 주먹은 망치처럼 커. 주요 임무가 무엇일까? 테러리스트 암살? 인질 구출? 여하튼, 평범한 임무와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체격이야. 무시무시한 러시아 흑곰 같네. 그런 사람에게 안내받다니. 걱정이 앞서. 얼마나 막중한[321]임무이길래. 그래도, 노바디 선배님, 만나서 반가워요.
to be continued......
[308] 누추(陋醜): 지저분하고 더럽다.
[309] 전원(田園): 시골. 교외.
[310] 불가(不可): 가능하지 않음.
[311] 암구호(暗口號): ⦗군⦘ 야간에 아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정해 놓은 말《매일 바뀌며 모든 군이 같은 암구호를 씀》. 암호.
[312] 감당(堪當): 일을 맡아서 능히 당해 냄.
[313] 육감(六感): 순간적 또는 본능적으로 느낌이 드는 (것).
[314] 송출(送出): 전기·전파·정보 따위를 기계적으로 전달함.
[315] 정신이 어수선하고 불안한 모양.
[316] 급하게 서두르거나 시끄럽게 떠들어 어수선한 데가 있다.
[317] 공존(共存):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
[318] 섭리(攝理):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
[319] 오묘(奧妙): 심오하고 미묘하다.
[320] 자상(刺傷): 칼 따위의 날카로운 것에 찔린 상처.
[321] 막중(莫重): 매우 중요하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019333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019334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