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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윤 Apr 23. 2025

서문

내 꿈은 원래 카지노 게임 선생님이었다. 카지노 게임을 배우면 배울수록 그 신비와 경이로움에 매료되었고, 학교가 끝나면 내가 배운 것들을 친구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물론 듣는 이들은 꽤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꿈은 서서히 흐려졌다. 그 시절의 여느 수험생들처럼(물론 나만 그랬을 수도 있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공부에 치여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움의 목적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았다. 그저 ‘취업’이나 ‘좋은 직장’이라는, 사회가 입력해 놓은 목적지를 향해 힘겹게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당시 진학한 학교나 배운 학문과는 어쩌면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현재의 일을 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성취를 이뤘으며 그로 인해 지켜야 할 것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자 예전의 꿈꾸던 시절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천체관측부 활동을 하며 광활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두 눈에 담았던 기억. 어둡지만 찬란했던 그 검은 공간은 내게 경이로움을 안겨주었고, 언젠가 저 공간을 향해 항해해 보고 싶다는 꿈을 심어주었다.

카지노 게임을 사랑했던 10대의 소년이 내 안에서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교사라는 직업 자체보다 그 앞에 붙은 ‘카지노 게임’이라는 단어가 내게 더 큰 꿈을 꾸게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그 꿈의 시작이다. 물론 평범하고 볼품없이 얕은 지식을 가진 내가, 카지노 게임책 같지만 카지노 게임책이 아니고, 철학책 같지만 철학책이 아닌, 이 글을 써 내려가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 이 책은 카지노 게임적 깊이는 얕고,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 책을 펼치는 누구나 이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 끝에, 나와 같은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로 포장된 카지노 게임에 대한 찬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카지노 게임는 ‘우주’ 일수도 있고, ‘질서와 조화’ 일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나는 그 카지노 게임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 책을 읽는 이들도, 그 카지노 게임 안에 흠뻑 빠져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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