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이라는 소설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우연이 알게 됐다. 아오모리에서 근무하게 됐다고 하니 누가 그랬다.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이라고. 그때 인간실격의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라는 사실과 그가 아오모리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 알고 보니 그는 일본 소설가 중에서 독보적이 존재인 모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소설가라는 글을 어디서 보았다.
소설 인간실격은 전 세계에서 천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인간실격 외에도 달려라 메로스, 사양 등 다양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한국에서 널리 소개되고 있으며, 꽤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한 지인에게 물었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지, 아는 작가가 있는지. "일본 소설을 잘 모르지만 가끔 읽는데, 기억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음...다자이 오사무?"
이렇게 유명한 다자이를 잘 몰랐던 내가 말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지명도에 비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많이 안 알려진 모양이다. 아니 조금 오해도 있는 듯하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다자이 오사무 하면 왠지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가 강하다고 한다. 이는 그의 살아온 인생이 밝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실제 그의 인생은 소설을 제외하면 알코올, 여자, 약물, 자살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인간실격은 그의 자서전 같은 소설로 알려졌는데, 이 소설은 문학적 가치와는 별개로 그의 인생에서 부정적인 부분을 오려 붙여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그가 원하는 소설적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그의 인생이라는 콘텍스트(Context)에서 그가 원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일부 부정적인 텍스트(Text)를 뽑아 구성한 작품이 아닐까. 소설에 필요한 텍스트가 부정적인 부분이 많았고 그 결과 다자이 오사무는 우울하고, 어둡고, 나약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에는 오해가 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그 외의 밝고 사교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그의 기행문 같은 소설로 알려진 책, 쯔가루를 우연히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한국에선 쓰가루로 번역돼 있다.) 쯔가루는 다자이 오사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지명이다. 일본 열도 중에서 본토라고 불리는 지역의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 현. 그런 아오모리 현에서도 서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명이다.
이 책은 그가 그의 고향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 같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처음 읽었을 땐 읽기 어려운 기행문같은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사실적이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지만 오래된 책이고 역사적인 기술이 꽤 포함돼 있기에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기행문은 소설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소설적 요소를 가미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떤 부분이 꾸며진 부분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가니타의 다자이 카지노 가입 쿠폰 추모비. "그는 사람 웃기기를 누구보다 좋아했다"
이 기행문 같은 소설을 읽고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이미지가 변했는데, 그 이유는 이 소설 속에는 인간실격에서는 볼 수 없는 다자이 오사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가 순례라고 명명한 쯔가루 여행에서 실제 친구, 지인, 가족과 만나는 다자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소토가하마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는 그의 꾸밈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소설보다 진실된 그의 모습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진지한 인간미 넘치는 그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실제 쯔가루 소설에서 등장하는 죽마고우인 N군은 그의 추모비에 "그는 사람 웃기기를 누구보다 좋아했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이 글귀가 N군이 생각하기에 다자이 오사무를 가장 잘 표현한 글이라 한다. 위의 사진은 쯔가루에 등장하는 그의 죽마고우인 N군이 지인들과 가니타의 작은 야산에 세운 추모비이다. 이 작은 야산은 다자이 오사무가 가니타의 N군 집을 방문했을 때 함께 올라 꽃구경을 한 간란산이라는 곳이다. 가니타 지역의 다자이 연구소 회장님이 글을 가리키며 필자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간란산에서 바라본 가니타 지역
그래서 필자는 다자이의 소설을 알고 싶으면 인간실격을, 인간 다자이를 알고 싶으면 쯔가루라는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특히 그가 왜 이 책을 집필하고자 하였으며, 쯔가루 기행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이 여행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을 살펴보면 또 다른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쯔가루인들의 성향, 쯔가루의 자연과 문화 등에 대해서도 다자이의 섬세한 필체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 또한 다자이 오사무를 이해하기 위한 힌트가 된다.
물론 약물, 자살, 술, 여자 등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어두운 모습이 있지만 또 다른, 아니 그의 진솔한 모습을 쯔가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한 출판사에서 풍토 기행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쯔가루 지역에 대한 집필을 다자이 오사무에게 의뢰하여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경에 살고 있던 다자이 오사무가 흔쾌히 승낙하고 그의 고향 쯔가루를 기행하기로 한다. 그는 왜 고향을 방문해서 기행문 같은 소설을 쓰고자 했을까? 다자이 오사무가 북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