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프카 Mar 12. 2025

쓰지 카지노 게임 사라지는 것들

기사는 썼지만, 내 이야기는 카지노 게임 않았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다. 기사를 쓰고, 사건을 쫓고, 사람을 만나고, 질문을 던졌다. 벗들과 술잔을 기울였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끝나면 피곤에 눌려 글을 쓸 겨를조차 없었다.


올해는 기어코 최유리 콘서트를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일상적인 이야기도 다시 풀어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또 바빠졌다. 사건이 터졌고, 취재 일정은 끝없이 이어졌다. 눈앞의 일들을 따라가다 보니, 내 삶을 기록하는 일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기사는 기사대로, 내 삶은 내 삶대로, 계속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고 싶었다. 하지만 머릿속 생각들을 문장으로 옮기려 하면 이상하게 멈칫하게 됐다. 마치 손을 뻗으면 사라지는 물결처럼, 기록하려는 순간 그 감정과 기억들이 흩어져 버리는 듯했다.


어쩌면 이곳은 나에게 유일한 공간이다. 사건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이야기, 온전히 내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곳. 유일하게 딴짓을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글쓰기. 정처 없이 떠도는 생각의 조각들을 담을 수 있는 곳. 그러지 않으면, 내 삶의 기록도 그저 시간 속에 흩어져 버릴 테니까.


삭제되는 말들이 너무 아까웠다. 머릿속에서 흘러나왔다가 사라지는 단어들, 그때 하지 않으면 다시는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 다시 남기지 않으면, 언젠가는 완전히 잊힐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

오늘은 이렇게 남긴다.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