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안 되는 사람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해도 되는 사람으로
(필사의 말들) 캐럴라인 냅 『무료 카지노 게임들』
얼마 전 스물여섯 딸로부터 받은 생일 엽서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엄마,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의 30, 40대는 오빠랑 나 케어하느라 엄마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지금은 글도 쓰고 책도 내고 혼자 여행도 가고 미술관도 다니는 걸 보면 멋져. 앞으로도 엄마가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의 인생을 응원해.”
나이가 들기 시작하니 엄마의 30,40대가 생각난 걸까? 딸이라도 누군가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알아준 것 같아 눈물이 고였다. 그것도 고등학교 내내 자식 케어가 1순위였던 엄마가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용을 썼던 딸에게서 듣는 말이라 뜻밖이었다. 아! 딸이 지금의 나를 이렇게 보고 있구나! 딸에게 비친 내 모습이 이런 거구나!
지금 딸의 나이 스물여섯에 결혼한 나는 미음만 먹으면 더 다닐 수도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발적으로(?) 전업주부가 되었다. 전업주부가 된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솔직히 애도 키우고 직장도 다닐 자신이 없었다. 그 당시 드라마 속에 자주 비치던 옷자락을 부여잡고 출근하지 말라며우는 아이를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내가 좀 덜 쓰고 아끼자’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편으론 어린 시절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는 내가 받지 못한 걸 다 주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물론 부모님은 부모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셨다. 좀 더 나은 환경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렇게 자식 케어가 1순위인 전업주부가 되었고 열에 여덟은 전업주부인 시대였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30,40대를 돌아보면 양대 산맥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 모으기와 자식 케어였다. 더 상세히 말하자면 알뜰살뜰이 아니라 지독하게 돈을 모으고 자식 케어가 1순위인 세월이었다. 이 당시 “당신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무엇인가요?’”라고 누군가 물었다면 선뜻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가 내 무료 카지노 게임인 줄 알고 살았다. 나 자신을 위한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있는지도 몰랐고 뭘 욕망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친정엄마에게서도 그런 건 배워본 적이 없다. 엄마 역시 생활력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정신이 없으셨기에 자신의 무료 카지노 게임가 무엇인지 뭘 욕망해야 하는지 모르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런 엄마와 내게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말은 사치에 가까웠고 엄마와 나의 필요는 가족의 필요를 위해 포기해야 했다.얼마 전 국립 현대미술관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미술가들전시회에서 보았던 조이스 호의 비디오 영상 <베라 X 일기 은 나와 엄마의 이런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음식을 차리고 상 밑으로 들어가는 여자, 설거지를 하고 싱크대 밑으로 몸을 숨기는 여자, 옷을 정리하고 옷장문을 닫고 들어가는 여자. 마치 묘기하듯 집안 구석구석 어떻게 해서라도 몸을 욱여넣는 여자의 모습에서 엄마와 내가 겹쳐 보였다. 그녀는 그 어디에서도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고 배경으로만 존재했다.
이렇듯 가족들의 필요에 의해 매번 귀퉁이로 쑤셔 넣어졌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머리를 쳐들기 시작한 건 둘째 아이가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난 해부터였다. 아이들이 다 컸으니 이제 나가서 일 좀 했으면 하는 눈치인 남편에게 선언했다. “20년 동안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친정엄마한테 지독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돈을 모았고, 당신도 알다시피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케어하느라 내 생활이 전혀 없었다. 이제는 좀 나를 위해 살아야겠어요. ” 지독한 세월 덕에 가정 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고, 아이들도 그만하면 잘 자라주었기에(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20년 동안 무료 카지노 게임를 누르고 산 대가인 것 같아 치사하기도 했다. 왜 나는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내 무료 카지노 게임를 무료 카지노 게임하지 않았을까? 캐롤라인 냅은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많은 여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 감정은, 갈망은 그 자체로 어쩐지 부당하거나 잘못된 거 같다는 느낌, 원하는 대로 마음껏 누릴 권리는 대가를 지불하거나 스스로 노력해 얻어내야만 한다는 생각, 무료 카지노 게임를 채우려면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채우려면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내면화되어 있던 걸까? 희생을 치렀으니 이제 무료 카지노 게임해도 되지 않느냐고 요구하는 걸까? 딸이 봤을 때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산 30,40대는 왜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안 되었을까? 왜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살았던 걸까? 왜나 자신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충족시키려면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했을까? 그럼 이렇다 할 명분이 없으면 무료 카지노 게임조차 무료 카지노 게임할 수 없는 걸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20세기 후반에 성년이 된 여자라면 어떤 형태로든 분명 그 말을 들었을 것이다. 너무 많이 먹지 마. 너무 커지지 마. 너무 멀리 가지 마.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마. 너무 많이 원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모두 ‘하지 마’의 세계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세계에서 자란 나는 지금도 어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생길 때면 내가 이걸 해도 되는 사람인가 의심부터 한다. 내가 무료 카지노 게임해도 되는 사람인가 따지는 것이다. 값비싼 비용이 드는 골프를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하는 남편과는 다르게 비용이 저렴한 복지 센터 탁구 레슨 말고 4-5배는 더 비싼 사설 탁구장으로 옮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걸 해도 되는 사람인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격이 있는 건가, 하는 자기 의심과 싸웠다. 비단 운동뿐 아니라 나의 모든 무료 카지노 게임들에 던지는 통과의례 같은 질문이었다. 그 누구도 욕망할 권리가 있다고 가르쳐주지 않았고 ‘너무 많이 원하지 마’라는 말이 내면화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비싼 옷을 사도 ‘결혼식 같은 행사 때 입을 옷을 위해서야.’라는 명분이 있어야 했고, 혼자 여행하는 것도 ‘취재를 위해서야.’라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필라테스를 시작할 때에도 ‘나이 들면 근육운동 하기 어렵다고 해서 시작하는 거야.’라는 입장표명을 해야 했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명분, 이유, 입장표명 같은 걸 반복하다 보니 뭘 이렇게까지 변명해야 하나 싶었다. 애초에 욕망할 권리가 없는 사람처럼 무언가를 욕망할 때마다 왜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지? 그냥 좋은 옷 사고 싶어서, 여행 가고 싶어서, 필라테스하고 싶어서 하면 안 되나? 왜 나는 내 필요와 무료 카지노 게임를 치장하지 못해 안달인 걸까? 애초에 내게 욕망하고 원할 권리가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무료 카지노 게임를 스스로 허용하기로 했다. 변명에 지치기도 했지만 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딸은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살았던 30-40대의 나를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살았던 엄마'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무료 카지노 게임해도 되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멋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내가 원하는 바에 따라 행동해도 된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 너는 욕망할 권리가 있어. 무료 카지노 게임해도 괜찮아. 엄마처럼 무료 카지노 게임를 위해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돼. 무료 카지노 게임를 유예시키지 않아도 돼. ”
저자는 딸의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다. “어머니가 결코 갖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나 자신에게 허용할 수 있어?” 딸, 엄마는 너를 위해서라도 무료 카지노 게임해도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어. 네가 너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너 자신에게 흔쾌히 허용할 수 있게. 원함에 관해 조금은 본받을 수 있는 모범이 되어야겠어. 저자는 "너무 많은 걸 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기쁨을 얻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던 어머니"에 대해 분노한다. 내 기쁨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사는 삶이 딸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를 위해서는 더 중요하고.엄마가 아빠가 없을때는 대충 김치 하나 놓고 식사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엄마도자신을 위해 예쁜 그릇에 엄 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담아 먹었으면 좋겠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내 무료 카지노 게임도 죄책감없이 허용할 수 있게.
엄마, 나, 딸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이렇듯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