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Marina di Bibbona
여행 셋째 날, 계획보다 이르게 카지노 게임 주에 들어섰다. 비 예보를 피해서 급하게 내려오느라 피렌체도, 피사도 그냥 지나치고 작은 바닷가 마을 ‘마리나 디 빕보나(Marina di Bibbona)’까지 달렸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와 물이 제공되는 오토캠핑장을 찾아온 것이다.
안전한 이곳에서 며칠 머무르며 날씨를 살피기로 했다. 비는 아직 오지 않고 흐리기만 했지만,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맞이하는 악천후에 걱정이 됐다. 이날 밤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 불안한 마음에 힘들게 차를 고정시켰는데, 작업을 마치니 거짓말처럼 바람이 잦아들어 허망해하기도 했다.
차라리 빨리 한바탕 쏟아지고 말았으면 좋겠는데 이틀째까지도 비는 오지 않고 카지노 게임은 계속 잔뜩 찌푸린 채로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예정인 북부보다야 사정이 낫지만, 좋아하는 피렌체와 아직 가 보지 못한 피사도 건너뛰고 급하게 내려왔는데 날씨도 애매하게 별로고, 주말이 되어 사람도 갑자기 많아지는 바람에 한적함마저 사라져 버렸다.
캠핑장도 캠핑카로 가득 차고 어디든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떠났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전기도 쓸 수 없는 곳에서 발이 묶일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주말이기는 해도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딱히 볼 만한 것도 할 만한 것도 없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다 둘러보니 이곳은 카지노 게임 주에서는 나름 인기 있는 휴가지인 모양이었다. 비어 있지만 잘 관리되고 있는 콘도 같은 건물들이 정말 많았다. 성수기인 휴가철에는 이 많은 건물에 빈 방이 없을 정도로 휴가객이 몰릴 것이다.
다음 날 오전에는 날씨가 잠깐 좋아져서 바다에 갔다. 자전거로 여러 해변을 둘러보다 한적한 도그비치를 발견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해가 나왔다 카지노 게임갔다 하는 해변에 앉아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들과 바다를 바라봤다. 그러다 캠핑카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다시 흐려진 하늘 아래 산책을 했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시간이 천천히, 평화롭게 흘러갔다.
저녁에는 산책하다 봐 둔 조각피자집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딸기우유색으로 물들었다가 진한 다홍빛으로 어두워져 가는 카지노 게임을 바라보며 피자를 먹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많아 시장통처럼 북적이는 곳이었다. 주문하려면 사람들 틈에 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했다.
한참을 소리친 끝에 우리가 주문한 것은 종류별로 고른 피자 여섯 조각과 병아리콩으로 만든 얇은 파이인 파리나타 한 조각. 피자는 한 조각에 2유로 남짓, 파리나타는 1.5유로로 저렴한 음식이었지만 기름을 넉넉히 둘러 구운 파리나타와 토핑이 듬뿍 올려진 피자가 참 맛있었다. 사실 돈을 아끼느라 평소에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아서 밖에서 사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내친 김에 와인도 주문했는데, 남편은 염증약을 복용하는 중이라 혼자 마시려고 0.25L짜리 와인을 시켰더니, 손잡이가 달린 작은 유리병에 담겨 애기 주먹 만한 귀여운 와인잔과 함께 나왔다. 끝맛에 알코올 향이 강하게 올라오는, 싸구려임이 분명한 와인이었지만 그래도 카지노 게임에 와 있으니까 이것도 카지노 게임 와인이겠지 하며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는 동안 해가 완전히 저물어 하늘은 다시 푸른빛을 띠었다.
해가 지는 광경은 참 아름답다. 천천히 해가 기울고, 기우는 해에서 석양이 번져 나와 하늘을 물들이면 파스텔 톤의 밝은 하늘에 옅게 퍼진 구름이 연한 분홍색으로 서서히 물든다. 연한 하늘빛과 연한 분홍빛이 번지듯 물드는 하늘. 석양이 점차 진해지는 동안에도 하늘은 어쩐지 환하고, 타는 듯한 주황빛 태양이 하늘을 어둡고 진한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완전히 저물면, 붉은 빛은 금세 사라지고 밝은 군청색 하늘이 남는다. 그리고 천천히 조명이 꺼지듯 어두워지며 밤이 온다.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가슴속 깊이 감동이 밀려온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 카지노 게임라고 하늘과 해가 특별할 리 없는데, 이곳의 노을이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이유를 한참 동안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다. 다만.. 어쩌면 카지노 게임의 일몰이 특별히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해가 지는 과정을 찬찬히 바라볼 여유가 이제야 나에게 생긴 것뿐인지도 모르겠다고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