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다.
사람들은 브런치에 로그인하면 가장 먼저 어떤 페이지를 볼까?
나는 종종 통계페이지를 열어본다. 비공개 계정이 아니다 보니사람들의 반응이 늘 궁금하다. 인지상정이 아닐까? 하지만 통계는 누적 수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오래전에 쓴글들이 상위에 올라와 있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 아들과의 태국여행'에 대한 글이 유독 반응이 좋다. 10년 전쯤 태국여행에서 호텔 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무료 카지노 게임 이렇게 반응이 좋지?'
내가 쓴 글인데도 제목만으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구독자의 마음으로 제목을 클릭했다.
'세상에! 이렇게 형편없는 글을 썼단 말이야?'
얼굴이 화끈거렸다. 첫 문장부터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았고, 이야기의 핵심이 명확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때는 글을 쓰자마자 곧바로 업로드했다. 문맥을 다듬거나 다시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무료 카지노 게임 제목에 끌려 클릭하는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엄마들이 초등학생 아이와 여행을 준비하면서 호텔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들의 고민을 꿰뚫은 내 글은 여전히 알고리즘을 타고 검색 결과에 노출되고 있다.
당장 지우거나 수정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냥 브런치를 확 닫아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