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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Feb 12. 2025

하교 후 바다 카지노 게임

언제든 바닷가

나트랑에 머물며 정말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카지노 게임가 가깝다는 점이었다. 해변 따라 길게 뻗은 도시인만큼 카지노 게임 접근성이 좋았던 데다가 우리 숙소는 해변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훌쩍 카지노 게임에 닿을 거리!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후 4시쯤 되었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를 맞이하며, “우리 오늘 카지노 게임 가서 놀까?”, “응! 너무 좋아~” 이내 모래놀이 도구를 챙겨 들고 친구네와 함께 카지노 게임로 향하는 날도 많았다. 하교 후 해변을 놀이터 삼아 갈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선물 같은 일상이었다. 길을 건너 해변에 다다르면 약속이나 한 듯 모래사장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그리고 자리를 잡고 모래를 만지작거리는 뒷모습을 보며 엄마들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한 번, 아이들 한 번 번갈아 바라보며 늦은 오후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다 보면 이것이 육아인지 여행인지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곤 했다. 마치 무지개 색색들의 그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너무 좋다~!” 이 말이면 충분했다.


푸르던 하늘에 보랏빛 어스름이 드리우면 카지노 게임 너머 빈펄섬의 조명이 켜진다. 섬 놀이공원의 대관람차, 그리고 섬과 육지를 오가는 케이블카의 반짝임이 알전구를 달아놓은 듯 황홀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아래 카지노 게임의 색도 점차 깊어지고 파도의 철썩임도 제법 세차졌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꿈쩍 않고 하던 카지노 게임에 푹 빠져 있다. 하늘빛이 어떻건 파도가 어떻건 간에 아이들의 시선은 그저 모래 속에 폭 파묻혀있다. ‘그렇게 재미있을까?’ 유아기를 지나도 모래카지노 게임를 이토록 좋아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그러다가 한국의 일상이 떠올랐다. 모래 없는 아파트 카지노 게임, 그조차도 평일에는 가기 어려운, 저녁 6시가 되어서야 학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맞이하던 퇴근길. 낮에 집에 아무도 없는 우리는 보통 그 시간이 되어야 재회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눈앞의 이 순간은 그야말로 어린이의 삶다운 모습이 아니던가! 자연을 벗 삼아 실컷 노는 딸아이를 보며 순간의 행복에 웃음 짓고 긴 안타까움에 미안했다. 어쨌건 이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만끽할 것! 저녁 어둡도록 엄마들은 햇빛 대신 조명 아래서 놀고 있는 카지노 게임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았다.


“저녁 먹으러 가자~” 놀던 카지노 게임을 멈출 수 있는 건 역시 허기짐이었을까.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어내고 비치 바(beach bar)를 향해 걸었다. 알전구로 줄줄이 장식해놓은 그곳에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바가 있었다. 모래사장 위 푹신한 빈 백에 앉아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갖춰진 넓은 식탁이 아니라 아이들과 식사하기에 편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저녁, 낭만이 불편함을 이겼다. 까만 밤 속 노랗게 반짝이는 그곳은 멀리서도 달려가고 싶을 만큼 예뻤고, 파도 소리는 다른 어떤 소리보다도 시원했다. 귀로 들어온 감각이 마음속까지 개운하게 쓸어가는 걸까, 아니면 마음에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걸까. 아이들은 모래카지노 게임에 이어 이번에는 허겁지겁 음식에 몰입했고, 엄마들은 다시 한번 이 순간이 흐뭇했다.


하교 후 카지노 게임가 놀이터가 되고 식탁이 되는 곳.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카지노 게임를 찾을 수 있는 건 한 달 살이 중 큰 행운이오, 선물이었다. 그날 들은 파도 소리만큼, 손에 쥔 모래알의 수만큼 나트랑에서의 순간순간들이 아이들에게 알알이 행복으로 담겨있길 바란다. 자라면서 영양 가득한 경험이 되고, 훗날 미소 가득한 추억이 되도록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어떻게 담기고 되살아날지 바라보며 살아가야지. 보랏빛 하늘 아래 몸을 웅크리고 앉아 노는 카지노 게임, 저 멀리 섬의 반짝이는 불빛, 그때의 웃음과 바람들. 어느 순간 이것들이 떠오르는지, 떠오른 감정들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 주는지 구름을 쫓듯 따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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