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2013 solo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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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철은 밝고 가볍고 흥미있는 조각을 선보인다. 물질에 색채와 회화적 흔적의 삽입, 친근한 일상의소재들을 단순화시킨 형태감이 이를 반증한다. 색채와 디자인적 문양의 개입이 중력의 법칙을 받는 물질의 중량과 덩어리감을 가볍게 부양시키는 편이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부피가 은연 중 지워지고, 전적으로 피부에 펼쳐진 색채의 엵을 보다 보면 사물은 납작하게,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물질과 덩어리에 의해 자리하는 조각의 관습적인 언어로 말해지는 조각이 아니라, 전적으로 시각성에 호소하고 몸을 유혹하는 감각적 조각에의 초대다.
재료의 성질과 무게감이 지워진 자리에 홀연 색채와 무늬, 선과 면, 붓의 터치들이 가득하다. 물성의 피부를 덮고 물질의 체취를 가리고 부착된 이 색과 회화적 요소들은 조금 낯설다. 뜻하지 않은 결합으로 인해 보는 이들이 지닌 조각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조금씩 물러나 앉은 자리로 화려하고 명랑한 색과 색면들이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 풍경들은 인체를 단순하게 변형한 것이거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목마나, 달팽이, 풍뎅이, 그리고 새, 닭 등을 회화적으로 만든/그린 것들이다. 아울러 그것들이 몇 개씩 연결되는 순간 이야기 조각, 그러니까 설화적이고 우화적인 세계, 그 조각적 서사의 세계를 부풀려 준다. 만들기와 그리기가 분리되지 않고 한 작품 안에 공존하면서, 그 두 개의 영역이 물려서 자아내는 '이야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
물론 조각이란 시각에 호소하고 몸으로, 구체적으로 밀려들지만, 대부분 그 조각들은 크기, 중량, 촉각으로 채워진다. 조각은 우선적으로 만지고 싶고, 그 둘레를 배회하고, 그 크기와 자신의 몸을 대비하면서 가늠하게 된다. 부정할 수 없고 환영적이지 않은 조각은 실세계 자체이다. 공간을 점유하고 빛과 동선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며 직립해 있는 조각이란 대부분 돌과 철, 나무로 완강하다. 더러 부드럽고 유연하고 시간에 의해 소멸하는 재료들도 쓰여지지만, 여전히 조각의 물질은 영구성과 영속성을 증거한다.
시간에 저항하고 중력에 개입되는 그 물질은 현실계를 지배하고 차지한다. 그래서 조각은 우리 삶의 환경이 된다. 조각적 재료의 역사는 강고해서, 지금도 조각의 일이란 단단한 재료를 구조적으로, 공간적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물성의 변화를 추구하거나 물질의 표정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자, 공간에 물질을 어떻게 위치시키느냐의 문제다. 그것은 이미 조각적 재료의 성질과 그 특성에 상당부분 의존되어 있다.
반면 최성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재료의 성질, 조각적 구조가 중요시되기 보다는 화려한 색채가 우선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물질의 피부에 색채를 입히고 얹혀 놓았다. 색은 물성의 촉각적 성질과 바탕면의 질감, 공간과의 관계보다는 우선적으로 시선에 다가와 박힌다. 종래에 익숙하게 이해하고 있던 조각적 재료인 대리석이나 철 위에 원색의 색상을 알록달록하게 칠해 놓는가 하면, 기하학적 구조들을 연속적으로 채워나가면서 이를 검은 윤곽선에 의해 마감시켜 마치 색유리창이나 모자이크, 혹은 장식성이 강한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어느 날 그는 당연시 되어 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재료인 대리석을 깎고 다듬어 무엇인가를 추출해내거나 그 돌의 물성을 해석하는 작업에 저항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태리 까라라 채석장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서구 대리석 조각의 전통을 경험한 비서구 국가의 조각가가 겪는 문화적 충격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미 아득한 세월 동안 그 돌과 함께 해 온 그간의 서양조각 역사의 무게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으며, 그것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모더니즘 조각 역시 조각의 물성과 재료에 대한 현상학적 이해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회피일 수도 있다. 그가 선택한 나름의 해결책은 그 전통과 역사를 지닌 물질/조각적 매체를 지우고 덧칠하고 다른 것으로 은폐하는 방식이다.
그에게 그린다는 것, 색을 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형상화 시킨다는 의미보다는 지우기, 삭제하기, 감추기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의 작업은 기존 조각 재료의 피부, 표면에 기생하는 작업이다. 돌과 철의 피부에 색과 장식적 문양을 일정한 모듈로 해서 이를 반복해 점유해 나가는 방법론이 그것이다. 각각의 색 면들은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공간을 증식해 나가고, 그 하나하나의 색 면은 검은 색으로 둘러쳐지면서 견고하고 안정감 있는 색상의 궤적을 형성시켜준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본원적이고 원초적인 장식과 함께 몇몇 조각들은 수평의 대지에 누워있거나 펼쳐져 있기도 하다. 바닥에 눞혀진 작품들은 아이들이 올라앉아 쉬거나 놀이기구를 타듯 유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른 바 환경조각, 공공조각의 성격이 강하게 감지된다.
그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심오한 물성의 배치나 재료의 해석이기 이전에,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기고 주변 환경 속에 스스럼 없이 들어가 관객들의 몸과 함께 하나가 되어 일체가 되는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세계, 일상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경계가 순간 무화되는 그런 풍경을 꿈꾸고 있어 보인다.
글. 미술평론가 박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