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2
이 영화를 보며 감탄했던 점은 국제정치의 여러 가지 질문들을 다양하게 제시했고,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 있으며, 그리고 작가 나름의 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의 답이 맞다고 강요하는 대신,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해석들을 던져주고 관객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Without further ado, 아래에서는 영화가 제시한 질문들을 하나씩 간단하게(?) 논해보려 한다.
스포일러는 별로 없지만, 여전히 스포일러 얼럿!
카지노 가입 쿠폰 원인은 무엇인가?
a. 체제 vs 개별 국가. 지도자? 심지어 감정?
국제정치의 근본 질문은 다소 거칠게 요약하자면 전쟁과 카지노 가입 쿠폰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중 주류 이론이자, 누구나 국제정치 뉴스면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관점은 - 특히 한국인이라면 - 현실주의적 시각일 것이다.
(신)현실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정은 국제정치가 무정부 상태(anarchy)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는 국내 정치 내에서의 개인과 달리, 국제정치에서는 국가보다 상위에 존재하면서 개별 국가의 생존을 담보해 줄 수 있는 기관이나 권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정부 상태에서 국가들은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둘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로 각자도생을 추구하다 보면, 나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행위(예를 들어 군사력 증강)가 상대에게는 안보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안보 딜레마 상황이다.
여러 갈래의 현실주의적 시각 중에서도 가장 주류를 점해 온 신현실주의는 이러한 국제정치의 체제적, 시스템적 속성을 강조한다. 어차피 판이 이렇다면, 개별 국가가 어떤 국가인지, 지도자의 성향이 어떠한지, 여론이 어떠한지도 중요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2차 세계 대전은 히틀러 개인의 잘못이 아닌 무정부적 국제정치 환경 그 자체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 맥주집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와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폰 하트만의 울분은 2차 대전의 원인 중 하나로 자주 손꼽혀 오던 내용이다. 즉, 패전국인 독일에게 1차 대전의 책임을 "거의 몰빵 하여" 전가함으로써 발생한 독일인들의 불만이다. 전후 질서에 대한 독일인들의 분노는 나치 집권의 토양을 제공했고, 이는 결국 2차 대전 발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폰 하트만은 '사실은 똑같이 나쁜 놈들일 뿐인 위선적인 영국 놈들'이 1차 대전이 끝나고도 카지노 가입 쿠폰 잘못을 독일에 계속 전가해 왔던 것. 전후 질서에 대해 독일인들이 느끼는 분노를 승전국인 영국이 알겠냐며 거의 절규하다시피 분개한다. 이는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대학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모두를 끝장내 버리는 사건이 된다.
실제로도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에 대한 이견이 적은 2차 대전과 비교할 때, 1차 대전은 책임 소재가 다소 분명하지 않은 편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촉발할 만한 요소는 차고 넘쳤다. 1871년 독일 통일 이후로도 지속된 독일의 급속한 국력 성장과 세력균형의 변화. 점차 본격화되는 해군력 증강, 식민지 확장 등 독일의 세계정치(Weltpolitik)에 대해 영국이 가졌던 불만과 두려움. 한쪽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 휘말리면 다른 한쪽도 끌려들어 갈 수밖에 없는 경직적 동맹구조의 하나였던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오.헝) 동맹.
또, 다민족 국가로서 언제든 폭발적으로 찢어질 수 있었던 오.헝 제국의 정정 불안. 나폴레옹 시절 대육군(La Grande Armee)의 영광과 유럽 대륙 최강국의 자존심을 잃고, 독일 통일 과정에서 프랑스가 느꼈던 굴욕감과 좌절감. 이미 영국과 프랑스가 사실상 양분한 전 세계 식민지 기득권에 대해 후발 제국인 독일이 느꼈던 불만족... (and the list goes on)
이 같은 여러 가지 상황적 요인들은 있었지만, 그러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차 대전에 참전한 열강 중 어느 국가도 매우 분명한 침략적. 팽창적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1차 대전은 수많은 '할 수밖에 없었고'가 반복되며 발생했다.
오.헝 제국의 페르디난트 대공이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의 손에 암살당했을 때 오.헝 제국은 세르비아를 응징할 수밖에 없었고(위신을 잃으면 제국은 유지할 수 없으며, 발칸에서의 슬라브 민족주의가 더 이상 고조될 경우 다민족 국가인 오.헝 제국의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그런데 솔직히 독일이 도와줄 거라는 기대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원인이 되긴 했다),
오.헝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 하자 슬라브족의 큰 형님을 자처하고 있던 러시아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그렇다면 남은 동맹은 오.헝밖에 없는 독일은 고립을 피하기 위해 오.헝을 도울 수밖에 없었고,
1894년부터 러시아와 동맹 관계였던 프랑스는 다시 또 그 반대편에 설 수밖에 없었고, 1904년 프랑스와, 1907년 러시아와의 앙탕트로 묶여 있던 영국은 러시아, 프랑스와 함께 할 수밖에 없었고(3국 협상)...
BBC에서 만든 1차 대전의 발발을 그린 '랩'배틀. 무려 1,600만 뷰를 찍었다. 비엔나 소시지처럼 엮여 들어가는 기적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https://youtu.be/kCEUZ4rFiac?feature=shared
<왼쪽에서부터 러시아, 독일, 영국, 오.헝, 세르비아, 프랑스. 이탈리아는 어디에?
그러나 1914년 7월 개전 당시만 하더라도 크리스마스면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1차 대전이 1918년까지 무려 4천만 명이 넘는 사상자(이 중 군 전사자는 약 850만 명)를 내고야 끝났을 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고, 베르사유 체제라고 불리는 1차 대전 전후 체제는 독일을 그 책임자로 지목하며 성립되었다.
독일은 심지어 카지노 가입 쿠폰조약 협상 과정에서 제대로 된 발언권조차 가지지 못했고, 프랑스의 숙원이었던 알자스-로렌 지방(독일 제국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독일이 꿀꺽했던 꿀 땅이었다..)을 반환하였으며, 폴란드가 부활하면서 동부 영토를 포기해야 했다(또한 이때 폴란드에게 해양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형태로 국경이 설정되면서 2차 대전의 또 다른 떡밥이 되는 단치히 회랑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역사에도 등장하는 윌슨의 14개 조 항목 중 민족 자결의 원칙은 독일의 식민지 상실로 이어졌으나 같은 원칙은 승전국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사족이지만 일본도 승전국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독일은 피폐해진 경제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으며, 이는 결국 통화 남발,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중산층 몰락으로 이어지며 1차 대전 이후의 독일을 철저히 파괴했다. 나치는 이런 절망을 파고들었다. 영화는 히틀러가 독일인들에게 얼마나 새 시대의 희망으로 비쳤는지 보여주고 있다.
1차 대전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정글과도 같은 국제정치의 세계 그 자체? 아니면 식민 제국들의 탐욕? 역사적, 감정적 앙금? 19세기부터 이미 고조된 민족주의적 열망을 억누르고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다민족 & 식민제국의 반동성?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무기와 카지노 가입 쿠폰 형태가 불러올 파괴성에 대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인간의 무지? 비밀 외교와 경직된 동맹 체제들로 점철된 유럽의 근대 외교? 이 모두?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b. 선의는 정치적 미덕인가? 선의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막을 수 있는가?
영화에서 체임벌린 영국 수상은 1차 대전에 참전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고백하며, 카지노 가입 쿠폰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저기 저 벽 앞에 세워져 총을 맞아도 좋다고 말한다. 영화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한 체임벌린의 태도가 진실되다는 점을 여러 번 보여준다. 레갓을 감동시키는 이 장면과, 의회에서의 연설 중 히틀러가 동원령을 내리는 것을 연기했다는 것을 전달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 그러하고, 또 협정 체결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비행기 장면은 특히 체임벌린이 히틀러의 의도를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라, 후세에 자신이 바보로 비난받을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카지노 가입 쿠폰. 혹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타당한 명분을 자국에 부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적 평판의 심대한 손상을 감수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즉, 육체적.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측면 양면에서 체임벌린은 진심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를 애호(peace-loving)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역사적 기록을 통해 영원히 '박제'될 수밖에 없는 정치가로서 이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진심을 보여준다.
히틀러는 어떤가? 영화는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는 시청자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장치로서 협정 체결을 기념하는 만찬에서 폰 하트만이 빠져나가려다가 딱 걸리는 장면을 연출한다. 여기서 히틀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독일을 위해서라면 천 번도 더 부정직함을 감내하겠네만, 나 자신을 위해서는 절대 아니라네."
한편, 그 순수해 보이는 체임벌린도 '카지노 가입 쿠폰를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한다. 영화에서 그는 폰 하트만이 목숨을 걸고 전달한 독일 수뇌부의 회의 결과 문서의 내용을 무시하고, 심지어 그런 자료가 존재했다는 것조차 없던 일로 만드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위해서라면, 영국 땅도 아닌데 통 크게 남의 땅(주데텐란트)도 독일에게 떼준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체임벌린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다양하다. 순진한 바보라는 사람도 있고. 영화에서도 묘사되듯 카지노 가입 쿠폰 협정 체결로 인한 2차 대전 발발 지연으로 히틀러의 전략이 꼬였고, 또 이 모든 선의를 배신하고 전쟁을 일으킨 독일의 전쟁을 더욱 부당한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 등에서 체임벌린의 유화정책이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 국제관계의 맥락에서 영어로 단 한 단어. "Munich (카지노 가입 쿠폰)" 이라고만 말했을 때, 이는 아직까지도 나약함, 어리석음, 실패한 유화정책의 동의어에 다름 아니다.
비행기 장면에서 말했던 체임벌린의 꿈 아닌 꿈. 오욕을 감수하고서라도 카지노 가입 쿠폰를 지키겠다는 선의는 끝없는 오욕과,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아닌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쟁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체임벌린이 거짓과 모략을 일삼는, 대신 더 유능하고 교활한 정치인이었다면 2차 대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원래 역사대로든 반대였든 상관없이 2차 대전은 히틀러가 존재하는 한 일어났을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나? 히틀러만 없었다면 2차 대전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나?
설령 체임벌린이 진정한 카지노 가입 쿠폰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카지노 가입 쿠폰를 위해서라면 남의 땅도 떼주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모두 괜찮은 것인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디까지 정당화되는가? 우리가 정치인으로부터 선의와 유능함 중 한 가지만 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 선택의 결과는 정치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그런 정치인을 선택한 우리의 책임인가?
개인적으로는 체임벌린을 비난하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진다. 특히 영화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오늘날, 아니 심지어 카지노 가입 쿠폰 협정이 체결된 지 겨우 1년만 지난 시점에서도 체임벌린을 바보라고 폄하하기는 쉬웠겠지만, 그건 오답률이 높은 문제를 보며 답안지를 손에 든 채로 '에이, 이것도 못 맞춰?'라고 평가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우리가 오늘날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복잡한 국제정치의 난제들조차, 훗날 많은 자료들이 공개되고 전지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또 얼마나 다른 관점에서 평가하게 될 것인가?
다른 한편으로는 체임벌린이 설령 유화정책을 펴지 않았더라도, 카지노 가입 쿠폰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독일인들의 생활공간, 레벤스라움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통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려면 독일이 1차 대전 전후 체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나치 독일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들은 영토, 가치, 도덕, 위신 등 물질적. 비물질적 측면 모두에서 전후 질서와 양립하기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또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로서의 체임벌린은 역사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비난받거나 폄하당할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지는 것은 지도자의 숙명이다. 책임을 지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겠지만, 2차 대전의 발발과 함께 수상직을 내려놓는 이외의 방식으로 책임을 질 기회가 체임벌린에게는 부여되지 않았다. 만약 그가 물러나지 않고 전시 내각을 지휘하여 결국 승전했더라면, 오늘날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가정은 '처칠이 아니었더라도 2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은 끝까지 싸울 수 있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다음 편은 영화에서 독일의 팽창주의적 의도를 보여주는 장치로서 언급되는 지정학에 대한 글이 될 예정이며, 두 가지의 인용과 함께 질문으로 점철된, 의도보다 길어졌던 이번 편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은 루즈벨트가 미국을 유럽의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하도록 몰아간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정치적으로, 그러나 점차 물질적으로도" (헨리 키신저, Diplomacy, p. 381)
"1938년에 몇몇 영국인들은 카지노 가입 쿠폰 협정을 수치스럽게 느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수치스럽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 협정의 체결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체임벌린을 수치스럽게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임벌린 씨가 비록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정직하게 행동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정직한 실수에 대해 수치를 느끼지는 않는다" (E.H. 카, 20년의 위기, pp. 150-151)
※이 주제에 관한 어떤 요소에 대해서도 다른 분들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