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1
다음 글로 뭘 쓸지 고민하던 차에, 넷플릭스에서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 (The Edge of War)"를 봤다. 그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한가득 떠올랐다. 영국과 관련된 소소한 잡담들, 그리고 이 영화가 묻는 국제정치의 여러 가지 측면들에 대해 두 세편 정도의 글을 써볼까 한다.
이 영화에서는 영국과 옥스퍼드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여러 가지 국제정치적 질문들도 제기된다. 여기에 맞춰 이번 글에서는 먼저 옥스퍼드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고, 다음 글들에서는 영화가 던지는 국제정치적 문제들을 다뤄볼까 한다.
이번 편은 영화의 줄거리와는 크게 관계없겠지만, 그래도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얼럿!
1. 옥스퍼드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작되는 영화
영화는 옥스퍼드에서의 파티(볼) 장면으로 시작된다. 옥스퍼드에서는 매년 수많은 볼이 개최되고 있다. 더 멋진 볼을 개최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컬리지들도 있기 때문에 실내외에 파티장을 꾸미고, 놀이 기구를 설치하기도 하고, 아무튼 5월이 되면 (난리가 나는 사람들에겐) 난리가 난다.
영화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컬리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꽤나 볼에 진심으로 알려진 케임브리지의 세인트 존스 컬리지 메이볼(2024년)은 대충 아래 사진과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옛날 감성이 있는 영화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볼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나 위 사진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보이지만 볼에는 드레스코드가 있다. 대체로 블랙 타이인 경우가 많은데 턱시도 재킷과 검은 나비넥타이를 메야한다. 영화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드레스코드도 블랙타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블랙타이보다도 옥스퍼드에는 sub fusc (섭퍼스크라고 읽는)라는 것이 있는데,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구두. 그리고 화이트 또는 블랙 나비넥타이에 망토를 걸친 복장이다. 이 복장을 입을 일이 제법 자주 있는데, 우리 시각에서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시험을 칠 때 sub fusc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밤을 새우고 지친 상태에서 추리닝을 입은 채 시험을 보는 것은 옥스퍼드에는 없는 옵션이다.
옥스퍼드에 갔다가 sub fusc를 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있다면, 이들은 시험장(어떤 의미에서는 약간 사극에서 보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장 같기도 하다)에 들어가려고 줄 서 있는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다. 행운을 빌어 주시길 :)
2. 옥스퍼드 in 영국, 그리고 유럽
영화를 빌미로 자꾸 특정 학교를 언급하는 것이 스스로도 별로 탐탁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는 옥스퍼드가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등장하고 있어 TMI로서는 도저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다.
영화만 하더라도 폰 하트만은 독일에 대한 뜨거운 애국심으로 가득 찬 독일 유학생이며, 그의 여자 친구 레나 역시 독일카지노 게임 사이트 온 유대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실제로 옥스퍼드에는 다양한 나라로부터 온 유학생들이 많다. 옥스퍼드측에 따르면 170개 국적의 학생들이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고 있다. 유럽에서 온 유학생들도 많은데, 옥스퍼드가 계속해서 높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는 유럽 각국, 그리고 전 세계로부터 흡수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한, 옥스퍼드의 높은 위상은 세계 각지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며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미국의 압도적 물질적 우위가 지속되면서 옥스퍼드의 위상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 한참 전 일이지만 석사 유학 때 내가 미국 대학원 대신 옥스퍼드를 선택했을 때도 똑같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언제 적 옥스퍼드냐? 미국 가라."
옛 일이 되었지만, 스스로는 옥스퍼드에서의 2년이 나를 더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느낀다.
(옆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이라는 소심한 단서는 달고 싶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이,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나 - 스스로의 기준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더 넓은 세계를 인식(recognise and appreciate)하게 되었다는 측면카지노 게임 사이트 - 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또 영국에 살면서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것의 무형적 득도 조금 본 것 같다. 영화에서 히틀러가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다는 폰 하트만에게 '그래 너 잘났다. 그래서 네가 나보다 더 지적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는 것에서 보듯, (우스갯소리임에도 맥락상 다소 부적절할까 봐 조심스럽지만) 옥스퍼드는 유럽 전역. 특히 영국 내에서 좋은 학교로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영화의 옥스퍼드 사랑(?)은 끝나지 않는데, 주인공 설정부터다.
당직을 서다가 체임벌린 총리를 만난 주인공과의 대화에서 이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체임벌린: "로마카지노 게임 사이트 답이 왔는가?"
주인공: "아직입니다..... 다만,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체임벌린: "Hah! 내가 보기엔 아직도 덜 만들어진 것 같네만."
한국어로는 도저히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바이브를 무려 총리에게 선보이는 주인공과, 그걸 또 지지 않고 받아치는 총리의 모습에서 나는 이것이 바로 앵글로색슨의 언어문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너무 거친 단순화일지 모르나, '토론의 중요성 +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고, 말로 설득할 수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외국 생활이 길어지고 있어 그런지 나도 언제부턴가는 공부를 할 때 '구어'로 아웃풋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항상 생각'은' 하게 되었다.
아무튼 이 장면에서 체임벌린 총리는 주인공의 학력 배경을 호구조사한다. 드러난 정보는 : 1) 주인공은 옥스퍼드(학부)를 졸업했다; 2) 독일어 전공; 3) 한 토론한다(debating was my thing).
여기서도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또 있다. 전공이 뭐였냐고 묻는 총리의 질문인데
"What was your major?" "What did you study?"가 아닌 "What did you read?"라고 묻는 것이다.
나도 영국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여기서는 "read"라는 표현을 쓴다. 즉, 예를 들어 경제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I 'read' economics."라고 하는 것이다.
내 영어 실력이 짧았던 것일지 모르겠으나 한국카지노 게임 사이트 영어를 배우는 동안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던 표현인데 이제는 나에게도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영국식 영어가 한국인에게 더 쉬울까에 대해 쓴 글)
다시 주인공과 관련된 이야기로 돌아가, 옥스퍼드에는 옥스퍼드 유니언이라는 유명한 토론 모임(?)이 있다. 주인공이 한 토론한다니까 바로 떠오른 게 옥스퍼드 유니언이었는데, 학생들 간의 토론은 물론 세계의 명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는 전통 있는 모임이다.
토론에 자신 있다는 주인공을 환영하며 체임벌린 총리가 하는 말이 "여기(정치판 & 총리실)에서도 다들 하는 것이라곤 '토론' 뿐이지"인데, 실제 영국 의회를 보더라도 정말이지 열심히 토론하고, 어디서나 토론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토론에서 이기지 못하면 (내가 보기엔) 표를 얻기도 어렵다.
역대 58명의 총리 중 31명이 옥스퍼드 출신인 것은 단순히 옥스퍼드가 그냥 명문대여서가 아니라, 이런 영국식 토론 문화의 정점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한 곳에서 하드 트레이닝 (당)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TMI 답게 계속하자면, 체임벌린 총리는 영국 총리로는 드물게도 옥스퍼드가 아닌, 버밍엄 대학을 졸업했다.
3. 반전
이 영화가 던지는 여러 가지 국제정치적 문제들에 대한 질문이나, 나름의 답들이 비교적 균형적이고 다각적이었던 것이 인상 깊어서 잠시 엔딩 크레딧을 지켜보았더니, 이 영화는 Robert Harris의 동명 소설 '뮌헨'이 원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분. 검색해 보니 옥스퍼드가 아니라 케임브리지 출신이었다.
위키피디아에서 이 분의 Education 항목을 읽어보니 영화의 영국측 주인공인 레갓이 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옥스퍼드를 이토록 띄워준 것은 영국식 자기 자랑이 아닌가 하는 불충한(?) 생각이 좀 들었다.
작가 본인은 케임브리지에서 영문학사를 취득했으며, 옥스퍼드 유니언의 카운터파트에 해당하는 케임브리지 유니언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니 말이다. 게다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서로를 영국에서 '두 번째*'로 좋은 대학이라고 부르는 만큼, 상대 학교를 높이면 내 학교는 자동적으로 높아지는 마법(완전 럭키비키잖아!)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 분야나 전공 등에 따라 영국 내카지노 게임 사이트조차 옥스브리지보다 더 좋은 학교들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학벌주의를 조장하고자 하는 글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ㅠㅠ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글에 어느 정도 드러내야 할지 늘 고민한다고 한다. 다만, 완전히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은 결국 우리의 경험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구성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 TMI 1편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