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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May 04. 2025

책이 내게 출간을 선물했다

반려가 만든 또 다른 기회


"사람에게는 특별한 감각이 있다."


이 감각 때문에 상대방이 내게 하는 행위가 진심인지 아닌지 금세 알아차린다. 2023년 2월, 난생처음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했다. 당시에 나는 '내 원고는 투고 즉시 채택이 될 거야'라는 착각 속에빠져지냈다. 출판사 담당자가 첨부 파일을 열어서3페이지만 읽어도 "와우! 이건 무조건 베스트셀러지"라는 확신을 가질 거라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명 출판사에서 투고 당일에 즉시회신을 보내왔다. 예감이 참 좋다. 눈치를 살피던 '촉'이 치아를 드러내며 환한 미소를 보인다.



안녕하세요, OO문화사 편집부입니다.

저희 출판사에 관심 가져 주시고 소중한 원고를 투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내 주신 원고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는 맞지 않아서 출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뜻이 맞는 출판사를 만나서 좋은 책으로 만들어지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윽!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 본문에 담겨 있다. 그럼에도 기죽지 않는다.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는 맞지 않아서"라는 문장에 묻어난 아쉬움에서 위로를 얻었기 때문이다. 헉! 그런데 이건 뭐지? 우연히 발견한 증거 하나가 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수신 확인 시간과 회신 메일 발송 시간의 간극이 너무 짧다.

"1분?"

아무리 손이 빠르고, 속독에 익숙한 편집자라 하더라도 1분 만에 메일 본문을 읽고, 첨부 파일을 열어 A4 1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확인한 후, 회신 메일을 작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답은 딱 하나다.

"메일 본문에서 컷!"

흑흑. 자신만만하던 촉이 오작동을 일으킨 게 분명하다. 편집자가 메일 본문에 적힌 소개 글만 읽고 첨부 파일을 여는 대신 다른 용무를 선택했을 거라 예상한다. 어쩌면 제목만 보고반려를 결정했을수도 있다. 화장실이 급해서였을까? 아니면 담배 한 모금이 간절했던 것일까? 답이 너무 궁금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날의 기억이 내게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카센터 대기실에서 책을 읽던 중 회신 메일을 하나 더 받았다. 얼마 전작동이상으로 자존심에 흠집이 생긴 이 상처를 만회하고자 급하게 가동을 시작한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계산을 마친 촉이 결괏값을 내놓는다. "네임 벨류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어차피원고가 좋아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를 예정이니 크게 개의치 마"라고 말한다. 그렇다. 작은 출판사를 키우는 것 또한 작가의 역할이다. 토요일까지 성실히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보니 미래가 망한 출판사라 확신한다. 자신만만해하는 촉을 믿고 이타심이 적정 허용치를 넘긴 상태에서 메일 본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류귀복 선생님

작은 출판사에 귀한 원고 투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자의 상황이 여러 면에서 차별점이 있어
많은 독자가 흥미를 느낄 법한 원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말씀드리는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단순히 취향의 문제일 뿐이오니
하찮은 반려 메일에 상심치 마시고
계속해서 도전해 보시면
분명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뜻한 소망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으아악! 이번에도 반려다. 남성 대표는 본문에서 "취향의 문제입니다"라고 밝혔지만, OO문화사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진심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반복된 거절로우울감이 존재를드러내며 눈시울이 금세 뜨거워진다. 눈치를 살피던 촉은 "작가야, 이번에도 틀렸네. 정말 미안해"라는 말을 남긴 후다닥 자리를 피한다.


"불혹, 모진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다."


나이 마흔, 이제는 눈물을 닦고 도전을 지속하는 게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안다. 나는 '포기' 대신 '도전'을 선택했고, 크고 작은 시련을 반복해서 겪었다. 다행히 계절이 두 번 바뀌면서 지성사에 투고한 원고가 채택되었다. 그렇게 나의 첫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는 6개월간 150번의 투고 과정을 견디며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힘이 있다."


2023년 가을, 출간 계약 이후 첫 책을 홍보하기 위해 브런치에 뛰어들었다. 익명으로 연재한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가 흥행을 일으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본디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첫 책이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길 기대하며,저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연재한 글로 두 번째 투고를 결심했다. 브런치 작가들과책을 무료 카지노 게임한 출판사에 투고하면 반응이 좋을 거라 예상했고,카센터에서회신을받았던'책과이음'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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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요아 & 최민진 작가의 출간 도서


"책과이음에 두 번째 투고를 했다."


결과는 처음과 마찬가지다. 출판사 대표는 "원고가취향과는 맞지 않지만 작가님은 분명 또 멋지게 해내실 겁니다"라는 응원포함한 장문의 회신을 보내주었다. 바쁜 와중에 정성스레 메일을 보내준 그에게 고마움과동시에미안함을 느꼈다. 1년전, 책과이음에처음 투고 했을 때는'거절'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형식적인 회신이라 생각했지만,지나고나서 보니나의 착각이었다.이제는 따스한 응원의 메시지가 눈으로 읽히고, 가슴에도 와닿는다. 나의 촉이 오작동을 일으킨 바람에 첫 투고 시 받았던 회신에 담긴 진심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돈보다 귀한 세상이다."


책과이음은 1인 출판사다.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 존버(존엄하게 버티다) 중인 남성 대표는 이후에도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내가 보낸 메일에 친절하게 을 보내주었다. 감사한 마음이 부피를키울수록출판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다. 책과이음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접속하니 <편집자의 노트&라는 코너가 보인다.대표는 10년이 넘는 경력의 편집자답게 글을 꽤나 잘 쓴다. 천천히 읽다 보니 책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게다가 책과이음은재정 상황이 어려워도 끝까지기획출판을 고집한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렵지만 올바른 길을 걸어가대표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기대하며, 그날 이후로 책과이음에서 출간하는 책들을 꾸준히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있다.


"어느 날 책이 내게 출간을 선물했다."


책이 제작자를 대신해서 은혜를 갚은 것일까?책과이음에서 출간한《사서의 일이라는 책을 도서관에 신청한 후 대출할 때,옆에 놓인 책권이눈에 들어왔다. 《책쓰기부터 책출판까지라는 책이다.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작가는 책쓰기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더블:엔에서 출간한《책쓰기부터 책출판까지》를 함께 대출해서읽은 후기적처럼번째 무료 카지노 게임의기회를 얻었다. 돌이켜보면책과이음과의인연이 아니었다면 더블:엔에서 출간한 나의신간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세상에 나올 수었다.


"퍼즐이 하나둘씩 모여 그림을 완성하는 게 인생이다."


책과이음의대표는 내게 "저는 불안과 우울이 느껴지는 글을 좋아합니다"라는 말을 남기며거절 의사를 밝혔다. 유쾌한 글을 쓰는 나와는 결이 맞지 않아 끝내 출간을 함께 하지는 못 했다. 그럼에도 서로에게의미 있는성과가남았다고생각한다. 책과이음은 열혈 독자를 얻었고, 나는 두 번째 무료 카지노 게임 기회를 얻었기때문이다.단언컨대삶에서결과를 만드는 건오직 행동뿐이다.실패가 두렵다고 가만히있으면 원하는 바는 영원히 얻지 못한다.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원고를 믿묵묵히투고하다 보면, 눈 밝은 출판인이 나타나 "작가님, 글이 딱 제 취향입니다. 저희와계약하시겠어요?"라고 제안하는 날오리라믿는다.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출판계약서에 도장을 '!' 하고 찍는 기쁨을 상상하며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보자.


"촉과 취향을 모두이기는 건 결국 꾸준함이."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이 당신에게무료 카지노 게임의 기회를 선물할 수 있도록 꾸준히 읽고, 쓰고,투고하길 바란다. 행운을 빈다.




P.S.많은 브런치 작가들이출판사의'독자'에서 '작가'로 인연이 이어지길 소망하며,내게 무료 카지노 게임 선물한 책의정보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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