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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새 May 10. 2025

잣 된장 타락죽 마들렌

일상적인 재료에서 발견한 새로운 맛

우리나라에는 쌀에 우유를 넣고 끓여낸 ‘타락죽’이라는 죽이 있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몽골에서 우유를 뜻하는 ‘타락’에서 이름이 유래된 만큼, 고려시대 원나라를 통해 전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할 만큼 귀한 보양식이었으며, 타락을 약재로 여겼기 때문에 수라간이 아닌 내의원에서 제조하여 진상하였다고 전해진다. 나는 중학생 때 처음 타락죽을 접했었는데, 워낙 죽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건강이 나빠진 이후 부쩍 관심이 커졌다. 특히 먹으면 먹을수록 디저트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락죽 관련 논문도 여러 편 찾아봤고, 논문에 소개된 조리법으로 타락죽을 끓여보기도 했었다.


타락죽은 다른 죽과 달리 쌀을 빻은 뒤 볶아서 사용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서양에서 전래한 수프의 조리법에 착안하여 쌀가루를 미리 볶아 고소한 맛을 더하고 동시에 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얻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더해 먹기도 했다. 쌀로 만든 죽에 단맛을 더한다고 하면 저항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팥죽이나 호박죽 등 죽에 단맛을 더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고, 쌀과 우유에 단맛을 더한 다른 나라의 음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곱게 갈아낸 쌀가루에 우유와 물을 더해 타락죽을 끓이고, 단맛을 더해 한 번 더 곱게 갈아내어 체에 내리면 마치 커스터드 크림처럼 달콤하고 걸쭉하면서 약간 쫀득한 질감의 페이스트가 완성된다. 간간이 간이 된 타락죽도 분명 맛이 좋지만, 은근한 단맛이 도는 타락죽도 제법 매력적이었다.


최근에는 타락죽을 새카맣게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머위 된장 마들렌을 만들고 남은 구운 된장 덕분에 오랜만에 타락죽이 떠올랐다. 사실 처음에는 유지방 특유의 부드러운 맛과 산뜻한 산미를 가진 크림치즈를 사용해서 다소 쿰쿰한 된장의 발효취를 한풀 꺾고 구수한 풍미를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크림치즈도 제법 짠맛이 있어서 오히려 생크림을 사용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고민이 되었는데, 문득 타락죽이 떠올랐다. 언젠가 한 번 타락죽을 마들렌 필링으로 이용했었는데, 생각보다 죽이라는 위화감도 크지 않았고 단맛과도 조화를 잘 이루어서 꽤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었다. 타락죽이라면 된장과 함께 전통적인 우리 맛도 살릴 수 있고, 나름 특색 있는 마들렌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늘은 잣 된장 타락죽 마들렌을 만들어 보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는멥쌀대신찹쌀을사용했고우유와물을함께사용해서농도를조절했다. 찹쌀을사용하면멥쌀을사용하는것보다진득한식감을갖게되는데, 곱게갈아낸찹쌀가루에우유와물로농도를조절해서진득하면서도부드러운식감을만들었다. 또한된장의맛이다소강한만큼카지노 게임 사이트의부드러운맛과약간쌉쌀하면서도진한고소함을함께살릴있도록찹쌀은강하게볶아내서사용했고, 설탕을섞어구수하면서도단짝이살아있는색다른필링을완성했다. 거기에버터를섞은마들렌반죽을준비해다소강할있는된장카지노 게임 사이트의맛을둥그스름한고소함으로받쳐줄있도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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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필링을 완성했을 때와는 다르게 타락죽이 식을수록 의도했던 맛들이 생각보다 더 튀는 느낌이라 솔직히 실패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잣의 고급진 고소함을 잔뜩 머금은 마들렌과 만나면서 아주 잘 만든 소금 캐러멜을 먹은 듯, 구수하면서도 적당히 달달하고 짭짤한 맛과 은은하게 퍼지는 쌉쌀한 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굳이 된장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아주 독특한 풍미의 소금 캐러멜을 먹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하지 않으면 캐러멜로 착각할 것 같다는 말은 굳이 된장을 쓰지 않고 캐러멜을 써도 된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캐러멜만으론 분명 그 맛을 낼 수 없다. 당근 케이크를 먹을 때 당근의 선명한 맛이 나지 않는다고 당근을 빼면 절대 그 맛이 나지 않는 것과 같다.


어떤 재료 조합은 이따금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맛의 시작은 언제나 그래 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변에 흔히 존재하는 맛의 형태를 조금 바꿔 새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건 더없이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실망스러운 시도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역시 새로운 맛을 고민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은 역시 간장 캐러멜에 도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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