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를 마치고, 20대의 마지막 봄이 찾아왔다
제설차 운전병으로 파견을 간 지 어느덧 3개월이 되었다.
파견의 목적은 눈이 오면 도로에 제설차를 투입하는 일이었지만, 이번 겨울은 이상하리만큼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날이 운행 대기였다.
그로 인해 결국 포상휴가는 받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꽤 카지노 쿠폰했다.
영선대에서의 생활은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모두가 나에게 다정하고 친절했다.
매일 아침 인사로 맞아주고, 작은 일에도 수고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일병은 죽어라 일만 해서 일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 시절, 나는 참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덕분에 하루하루가 가벼웠다.
정비대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도 경험할 수 있었다.
목공 지원을 나가 나무를 다듬고, 굴삭기로 나무뿌리를 들어 올리며 땀을 흘렸고,소방지원을 함께 나가서 도로를 청소하며 꽤나 성취감도 느꼈다.
발전기를 점검하고 호스를 교체할 때는 손끝까지 기름이 밸 정도로 하루를 보냈다.
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충만했다.
내가 쓸모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행복했던 파견 생활도 끝이 났다.
다시 정비대로 돌아갈 시간이다.
복귀와 동시에 상병이 되며, 혹한기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걱정이 앞선다.
운전병으로서의 실전 경험은 부족하고, 정비대 선임들의 시선도 차갑게 느껴진다.
나는 그들이 나를 좋게 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긴장된다.
하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다.
잘 버텨내고, 좋은 상병이 되고 싶다.
나 자신에게도, 후임들에게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
혹한기 훈련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혹독했다.
3월이면 조금은 풀릴 줄 알았던 날씨는, 오히려 날카롭게 추웠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칼카지노 쿠폰이 불었고, 10km 행군과 경계 근무를 번갈아 서며 A형 텐트에서 야외 취침을 이어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텐트 위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아 천장이 카지노 쿠폰데로 푹 꺼져 있었다.
아침밥을 먹고 30km 행군을 시작하려는 순간, 소대장님이 나와 동기들을 부르셨다.
식사 추진을 맡기로 했던 선임이 독감으로 쓰러졌고, 대신 운행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손을 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설 수 없었다.
괜히 눈치만 더 보였다.
미운털이 박힌 상황에서 먼저 나서는 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소대장님은 나를 지목하셨다.
운행을 하며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지만, 한편으로는 30km 행군을 피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카지노 쿠폰.
이제 군 생활은 300일이 남았다.
정기휴가는 임용시험 준비와 가산점에 필요한 토익, 한국사 시험을 위해 써야 한다.
그렇게 계산해 보면, 앞으로 8개월간은 휴가를 나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외박이라도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카지노 쿠폰.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휴식이 없어야 열심히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은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카지노 쿠폰.
이 시기를 잘 이겨내고 나면, 더 단단해진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펼치던 중, 누군가 연필로 써둔 문장을 보게 되었다.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래, 다시 시작하면 된다.
초심을 잃지 말자.
그리고 30대의 첫 시작을, 초등학교 교사로서 웃으며 맞이하자.
그 목표 하나 붙들고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