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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하마 Oct 06. 2023

4. 2011년, 처음이자 마지막 무료 카지노 게임의 추억

가격도 강도도 매웠던 Persnal Trainig

쇼윈도에서 날 사로잡은 옷들은 모두.. 짧거나 타이트하거나 둘 다였다.


엉덩이 바로 밑까지 오는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허벅지가 2/3이상 드러나는 미니원피스.

알록달록한, 혹은 워싱이 멋지게 들어간, 골반부터 발목까지 마치 풀칠한 듯 쫙 붙는 스키니 진.


2009년 무렵 2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던 소녀시대는 'Gee'라는 노래로 스키니진을, '소원을 말해봐'라는 노래로 핫팬츠를 대유행시켰다. 스키니진과 핫팬츠를 입고 군무를 추는 소녀시대는 정말 아름다웠고, 소녀시대가 불러서인지 노래도 좋아 자주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스키니진과 핫팬츠를 전국적으로 대유행시켰다는 것이다!! 이 유행은 2009년무렵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2010년대 중반까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소녀시대처럼 가느다란 다리라인을 드러내면 정말 예쁜 옷이었지만, 전체적으로 통통한데 그 중 하체는 더 통통한 내가 입으면 그 맵시가 절대로 나지 않았다. 당시 **한방 다이어트 대실패 후 요요도 제대로 찾아온 터라 더했다.


2011년. 25살. 교직생활 2년차.주말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지금의 남편인 이웃 학교 남자 선생님과 기나긴 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기도 했다. 학창시절보다 훨씬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연인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예뻐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퇴근한 저녁이나 주말 여유시간이면 시내를 돌아다니며 옷을 구경했다. 그 때 참 많은 옷을 샀는데, 막상 옷을 사 집에 와서 입어보면 생각했던 핏이 아니라 속상하기도 했다.


'이 좋은 때에, 통통한 몸 때문에 예쁜 옷을 예쁘게 못 입어서야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0% 식단조절 위주의 지난 다이어트와는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쇼윈도 건너편에 있는 피트니스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굶어서 빼지 말고 운동해서 예쁘고 날씬한 몸을 만들어야겠다.'


피트니스센터에는 대학생일 때도 다닌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때는 친구들과 호기심에 아무 생각 없이 등록했고, 주로 런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걸으며 수다나 떨었다. 그들과 운동기구들도 조금씩 건드려봤지만 한두번 하고 너무 무겁다며 호들갑을 떨고 낄낄대며 장난만 쳤다. 이제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면 런닝머신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운동기구까지 알차게 다루며 제대로 운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피트니스 센터에 들어가 회원등록을 하며 나의 다짐을 이야기하니 트레이너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이라는 것을 제안했다. 지금이야 PT가 뭔지 중고등학생들도 안다지만 당시 나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였다. 트레이너 선생님께 1:1로 운동 레슨을 받는다는 것, 몸의 상태와 변화에 따라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가르쳐준다는 것, 무작정 굶는 식단이 아닌 체계적이고 무리 없는 식단을 짜는 것도 도와주신다는 것이 PT의 주된 내용이였다. 얼떨결에 난생 처음으로 체성분측정이라는 것도 했다.


"회원님, 회원님은 지금 표준체중에서 과체중 사이이고요, 이 체중의 대부분이 체지방이에요. 체지방률이 너무 높은데 근육량은 표준 이하네요. 이런 상태라면 반드시! 체계적인 운동을 해야 돼요. 제대로된 운동 없이 다이어트 하시면 예전에 그러셨던것처럼 금방 요요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무료 카지노 게임 20회를 결제하게 됐다.


PT는 주 2-3회정도 진행됐다. PT수업시간에 배우는 운동은 이제껏 내가 해 본 운동중에 가장 강도가 높고 힘들었다(2023년인 지금까지도, 당시 받았던 PT수업만큼 강도높은 운동은 해보지못했다). 온 몸의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트레이너가 내 신체능력의 한계치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PT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침부터 두려웠다. 학창시절부터 체육이 가장 싫었던 나에게 이렇게 강도 높은 운동이란 즐겁거나 보람찬 것이 아니라, 지독히도 어렵고 하기 싫은 숙제였다.

근데 PT수업시간에만 운동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PT시간 20분전에 도착해 몸에 열을 내기 위해 간단히 런닝머신을 했다. 그리고 50분간의 PT수업은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이니 체지방을 빼는 유산소운동은 따로 해야했다. 그래서 추가로 40분 런닝머신 위에서 달렸다. 그러니PT수업이 있는 날엔 퇴근 후 내내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만 하다가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PT수업이 없는 날에도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요가, 런닝머신, 사이클 등 스트레칭이나 유산소운동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여가시간은 대부분이 운동으로 채워졌다. 온전히 쉬지 못하니 자연히 스트레스가 쌓였다.


PT기간 첫 2주는 특별히 식단을 제한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1.5kg정도 줄었다. 3주차 접어드니 정체기가 찾아왔고, 트레이너는이제 식단조절도 들어가야 정체기를 극복한다며 대략적인 식단 가이드를 해줬다. 한방다이어트때처럼 극도로 적은 양을 먹지는 않았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분명 한정됐다. 치킨, 피자, 족발처럼 지방 함량이 많은 것, 케이크, 빵, 쿠키처럼 당이 많은 것은 먹지 못했다.아침과 점심은 제한이 없었으나 운동 후 저녁식사는 무조건 닭고야(닭가슴살, 고구마, 야채) 식단이었다.


20회만 받아도 충분하다는 무료 카지노 게임수업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만 연장됐다. 2월쯤 시작한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가을바람이 불어올 무렵까지 계속됐다. 그 기간동안 몸무게는 3kg이 줄어 48kg이 됐다. 한방다이어트 이전 원래 내 몸무게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몸은 분명 달랐다. 많이 가늘어지진 않았지만 훨씬 탄탄했다. 옷맵시가 예뻐지고, 여전히 다리가 얇진 않았지만 그래도 신체에서 다리만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몸이 균형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체성분을 측정해보니 체지방은 4kg정도 줄고, 근육량은 1kg가 늘어난 상태였다.


분명 예쁘고 건강한 모습의 몸으로 바뀌었는데 나는 행복하지가 않았다. 매일 하는 운동이 고역이니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머리속에 운동, 다이어트, 식단과 같은 단어들만 맴돌았다. 20회에 60만원인 PT수업 비용도 부담이었다(2011년 당시수업료이다. 지금은 회당 5만원이 넘어간다고 한다). 이 정도 몸이면 괜찮지 않을까. 근육량을 많이 늘렸으니이제 혼자 다른 운동을 하며 좀 쉬어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이 생활을 당장 끝내고 싶었다. 퇴근 후 저녁시간은 운동하지 않고 온전히 쉬고 싶었다.


그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수업을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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