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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하마 Dec 01. 2024

너는 평생 카지노 쿠폰에 다니면 좋겠다

졸업 이후가 막막한 우리 학생들

Y는 전교에서 가장 즐겁게 등교하는 학생이다.


교문에서 통합학급 교실로 올라갈 때까지 만나는 친구들, 선생님들께 가장 큰소리로 인사한다. "안녕"혹은 "안녕하세요"라고 정확하게 말하진 못해도 그 어떤 인사보다 씩씩하고 명랑하다. 친구들에게는 "아여~"하면서 손바닥을 흔든다. 선생님들께는 "아여~"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이른 아침 등교길에, 출근길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표정은 Y로 인해 억지로라도 활짝 웃게 된다. 활짝 안 웃어줄 수가 없는 해맑은 인사이기 때문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데, Y와 등교길에 만난 행운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하루가 Y로 인해 행복하길 바란다.


Y의 1교시는 통합학급 수업시간이다. 시간표를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일 시간표가 다르면 스스로 통합반과 특수반을 다니기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일일히 간섭하며 데려다주는건 싫어한다. 그래서 Y가 스스로 기억해 다닐 수 있게 초간단 시간표로 짰다. 매일 똑같이 조례+1교시, 5교시는 통합학급 시간. 한 달간 매일 반복했더니 스스로 통합학급을 제 때 오간다. 다행히 다른 교실로의 이동수업시간은 없어서 헷갈리지 않는다. 스스로 통합학급 교실에 갔다가 스스로 내려오면 그것만으로 나에게 폭풍칭찬을 듣는다. 티없이 맑고 순수한 얼굴에 함박웃음이 핀다. 모두가 Y의 이 함박웃음을 너무나 사랑한다.


20개월 아기와 같은 Y는 글자나 숫자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 하지만 통합학급 수업을 누구보다 열심히 듣는다. 칠판을 보며 필기하는 반 친구들을 그럴듯하게 흉내낸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면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이고, 선생님이 칠판에 무언가를 쓰시면 자기도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어떨 땐 동그라미를 여러 개 그리고, 어떨 땐 심장박동 측정 기계의 선 같은 모양을 아주 정성껏 그린다. 우리 Y에 대해 잘 모를 때는 통합학급 수업시간에 심심할까 봐 색칠공부 도안과 색연필을 들려보냈는데, 기껏 들려보내면 꺼내지도 않는다. 그저 반 친구들과 같은 교과서와 노트, 볼펜을 꺼내서 필기(?)하기에여념이 없다. 심심하기는 커녕 그런 행동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다. Y는 그냥 친구들처럼 수업 듣는 것 자체가 좋구나. 나도 친구들과 같은 공부를 한다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 뒤로는색칠공부 도안을 들려보내지 않는다. 교과서의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면 어떤가. 그 교과수업에서 나도 친구들처럼 수업들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온다면 그거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 누구보다 해맑은 표정으로 친구들에게 인사한 후 특수학급으로 내려온다.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특수학급에서 날 보자마자 손짓 발짓으로 신나게 이야기한다.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고, 손바닥을 보이며 "아여~"하고 흔든다. 이건 '나 통합학급 올라가서 친구들이랑 공부도 하고 인사도 하고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구나!"하고 격하게 반응한다. 이것에는격하게 반응을 안 할수가 없다. Y의 손짓, 발짓은 그런 힘이 있다.


나머지 시간은 특수학급 수업시간이다. 특수학급에서 국어시간에는 친구들의 발표를 듣고 Y도 고갯짓이나 몸짓으로 발표를 한다. 다른 친구들이 중심문장을 찾는 학습지를 하는 시간에 글자 획을 따라 쓴다. 아니면 내가 주는 단어카드와 같은 단어를 고르는 활동도 한다. 수학시간에는 친구들이 평면도형의 성질을 배우고 화폐를 계산할 때 볼펜의 갯수를 세고, 그 볼펜을 분해하고 조립도 해본다. 진로와 직업 시간에는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실습을 주로 한다. 친구들을 보며 커피머신을 작동해보고, 반죽재료를 계량하고 틀에 부어 굽기도 해본다. 물론 특수학급 내에서 똘똘한 학생들처럼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인이 모방할 수 있는 직무가 한 개라도 있으면 정말 열심히 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 힘들어도 정해진 시간만큼 서서 작업하는 끈기를 배우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방법도 배운다.


현장체험학습 활동으로 지난 주 금요일에 한국잡월드에 다녀왔다. 청소년체험관에서 우리 Y는 점토로 하트모양을 만들었다. 점토를 손으로 주무르며 녹이고, 모양을 만드는 과정은 나의 전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하트모양 위에 조각난 장식을 올려 꾸미는 것은 Y가 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니 신나서 정말 열심히 했다. 물론 체험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부분 참여'만 할 수 있었지만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Y는 많은 것을 배워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교통카드를찍는 방법을,친구들과 함께 이동할 때 혼자 다른 길로 가지 않고 함께 다녀야 하는 것을,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행동해야 함을, 외출해서도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언제든 의사표현을 하고 다녀올수 있음을.

지난 주 현장체험학습 이외에도 우리는 에버랜드에, 영화관에, 국회의사당에, 한강공원 등 많은 장소를 다녔다. 특수학급 내에서 똘똘한 친구들은 체험학습 중 에버랜드 어플을 혼자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영화의 내용을 기억하고, 국회의 역할과 서울 한강의 이모저모를 알게 됐다. 우리 Y는 다른 친구들처럼 그런 것들을 깨달을 순 없었지만, 다양한 장소로 체험학습을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 질서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어두운 곳이 무서워 가족들과 영화관에 갈 때마다 중간에 나가버린다는 Y가 친구들과 함께하니 영화관에서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아마 '나도 영화관에서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음을 깨닫지 않았을까.

Y가 어릴 때에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매일 떼를 쓰고 울고, 낯선 장소에서 자꾸 뛰쳐나가려고 했단다. 하지만 초등카지노 쿠폰부터 고등카지노 쿠폰까지 카지노 쿠폰생활을 하면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는 것.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발달장애가 없거나 아주 경한 다른 친구들은 보호자의 단 한마디 충고로 알게 되는 사회적 규칙을 우리 Y는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언어가 아닌 몸으로 체화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Y와 같은 학생들은 손톱처럼 자란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세월이 어느정도 지나 보니 성장에 있는 것,


지금 Y는 고등카지노 쿠폰 3학년이다.

Y가 너무 행복하게 다니는 카지노 쿠폰를 이제 한 달 남짓 지나면 다닐 수 없는 것이다.


특수학급 내에서도 학생들의 진로는 천차만별이다.


발달장애인이어도 인지수준과 기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과 읽기, 쓰기, 셈하기가 되는 학생들. 소근육운동능력과 눈손협응력이 발달해 작은 부품들도 딱 맞게 조립할 수 있는 학생들(이하 취업가능학생들)은 사실 진로를 걱정할 게 없다.10년 전과 다르게 사내복지가 좋은 발달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늘어났으며, 특수카지노 쿠폰 전공과(고등카지노 쿠폰 졸업 후 직업기능이나 자립 위주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 대학 내 발달장애학생들을 위한 학과까지 그 수가 정말 많아졌다. 게다가 지역 복지관 내 직업연계프로그램, 발달장애인훈련센터 등도 있어 '취업가능한 발달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은 넘쳐난다. 졸업 이후에도 갈 곳이 많다는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발달장애학생들이 학령기 이후 전환할 루트가 많아졌다는 것은 큰 발전이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Y같은 학생들이다.

알고 나면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취업할 인지적, 신체적 능력에 한계가 있는 학생들.

대부분의 활동에서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 부분적 참여만 하던 학생들.

Y같은 학생들이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게 되면, 카지노 쿠폰에서 배웠던 다양한 정의적 측면들이 서서히 퇴행하곤 한다. 부모님들의 돌봄에 대한 피로, 스트레스 문제도 생긴다. 특수교사로 10여년을 지내며 그런 학생들을 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


Y의 부모님은 Y가 졸업 후 '집에만 있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셨다. 그 결과 간신히 지역 내 사설 주간활동센터에 등록할 수 있었다. 나도 Y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부모님은 얼마나 노심초사하셨을까. 너무나 다행히 운이 좋아 사설 센터에라도 자리가 생겨 향후 몇 년간은 그곳에 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대기를 걸어놓은 복지관 프로그램 순번이 되면 복지관으로, 그리고 또다른 지역 복지관으로..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다른 활동센터를 알아보며 성인기를 보내겠지.


특수교육대상학생의 50%이상을 차지하는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과 자립이 어려우니 (내가 특수학급에서만 근무해봐서 50%라고 체감하는지도. 특수카지노 쿠폰에 다니는 친구들까지 포함한다면 80%이상일 것 같다)이 이런 식으로 성인기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만난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카지노 쿠폰를 평생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 우리 아이들은 평생 카지노 쿠폰에 다니면 정말 행복할텐데.

우리 학생들은 고등카지노 쿠폰 졸업 이후에도 다닐 수 있는 카지노 쿠폰가 있으면좋겠다. 부모님이 백방으로 알아보지 않아도,복잡한 서류를 구비하지 않아도.. 고등카지노 쿠폰 졸업 후 바로 입학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지노 쿠폰. 복지관 산하에서 관리되는 조그만 센터가 아니라 해당 지역 발달장애인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카지노 쿠폰와 같은 규모였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교육부가 관리하며 특수교사가발령나면 좋겠다(이럴 경우 특수교육인력도 획기적으로 충원돼야 할 것이다.). 카지노 쿠폰처럼 규칙적인 일과를 지키고, 단체생활을 배우고, 때로는 체험학습도 다니고, 일상생활교육, 기초학습기능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런 교육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초등카지노 쿠폰 저학년까지만 배워도 충분한 것이지만 우리 발달장아앤들은 평생 지속적으로 배워야 그 기능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이 성인기에 부모님의 집에서, 혹은 자립지원주택에서살기도 하고, 그룹홈이나 시설에 입소해 살기도 한다. 어디에 살든 그건 저녁 이후의 삶이고, 낮에는 평생 카지노 쿠폰를 다닐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학군 내에 있다면 번거로운 절차 없이 누구나 입학했던 카지노 쿠폰처럼, 부모님의 큰 도움 없이 모든 발달장애인이 졸업 후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카지노 쿠폰가 생기면 좋겠다. 이 곳에 근무하는 교사들도, 보조 인력들도.. 현재학령기카지노 쿠폰와 비슷한 여건에서 근무할 수 있다면, 양질의 교육 일자리도 창출될 텐데.


음...

'Y가 평생 카지노 쿠폰에 다니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역시 나는, 정작 학생들과 활동하고 수업할 때 필요한손재주와 꼼꼼함은 부족하면서,생각만 무궁무진한 못말리는 특수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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