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또다시, 이별
몇 번째 이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가볍게 시작했던 만남이지만, 끝은 이토록 무겁게 끝날 것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가볍게 시작했으니, 가볍게 끝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내 삶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상처 입고, 상처를 입히고 등을 돌리는 것이 이별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연애를 하면서도 나의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고, 어느 순간 내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모두 지킬 수 없었다. 얼마를 모으겠다는 목표도, 글쓰기와 독서와 운동도, 나의 생각들을 기록하고 깊이 사색하는 것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도 연애를 하면서 모두 해낼 수 없었다. 물론 연애도 연애지만, 주 6일 11시간에서 15시간 사이를 일하며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일들이기는 하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걸, 정을 주지 말걸, 기대하지도, 상처받지도 말걸.
나의 비좁은 일상에 들여놓은 사람이기에 나는 당연히도 그 사람에게만 집중할 것이고, 그 사람의 필요를 충족해 줄 것이고, 그 사람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할 것이었을 텐데 전혀 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연애라는 타이틀로 인하여 나는 많은 것을 포기할 것이었을 텐데, 연애를 시작할 때 나는 나 자신을 절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했다. 내 성격상 절대 가벼운 만남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인 줄로만 알아서, 함께 책을 읽고 자영업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며, 나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5개월을 만나면서 알았다. 그 사람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원하는 사람인 척 연기만 했을 뿐 나의 필요를 전혀 충족해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적어도 충분히 나를 이해하고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나를 존중하고 배려만 해주었다면 나는 n번째 이별을 고하지 않았을 텐데, 그는 그러한 정서적인 지지조차 해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
헤어지자고 한 그날 그가 내게 한 말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
“나는 널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 척했지만 한 순간도 널 카지노 게임 사이트할 수 없었어.”
“책과 글쓰기로 영향력을 준다라.. 글쎄 난 모르겠네. 네가 이별하고 싶어서 내 탓하는 걸로 밖에 안 느껴지는데”
그는 지금까지 내가 그에게 했던 말들을 전혀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던 채로 나와의 만남을 지속하려 애썼다. 나는 단 한순간도 오빠를 탓하지 않았고, 연애를 할 수 없는 나의 사정과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했던 생각을 면밀하게 공유했음에도, 내가 해왔던 말들을 그저 본인 탓을 한다고 단순화해 왔던 사실이 나를 너무도 아프게 만들었다.
내가 그를 만나며 썼던 글들을 읽고 이해한 척하고, 내가 나눴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공감하지도 못했으면서 공감한 척했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던 것은, 그는 나의 말을 듣고 자기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묵’을 ‘공감’으로 해석했던 건 나의 실수였다.
나는 꽤 복잡한 사람이다. 문제라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절대 그냥 넘기지 못한다.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기류도,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각도, 지금 당장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의 부재도, 집안에 변기가 고장 나고 전등이 나가는 것과 같은 일들도, 일을 하며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분야의 일 마저도 필요하다면 알아내고, 해내려고 노력한다. 내 능력의 부재는 곧 타인에게 의존하는 행태로 둔갑할 테고 그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선택권과 주도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바로, 내가 느끼는 감정과 떠올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나의 자아와 한평생 동행하는 것일 테다. 나도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타인의 인정과 타인의 이해를 갈망하는 욕구는 언제나 내게 독으로 작용하고는 했다. 이해받길 원했다. 깊은 차원의 이해는 곧 나를 크게 위로해 주었고, 나를 사랑해 준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함께 공유하고 그것에 대하여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나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는데, 현생을 살아오면서 이러한 나의 바람은 생각보다 너무 큰 기대일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이별을 통해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고, 더 이상 타인의 이해를 바라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것은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용기다. 이해받지 않을 용기. 나는 또다시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꼭 쥐기로 마음먹었다. 이해받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나 혼자서도 강인하고도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나는 그저,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고 기록하고 읽으면서 나 자신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