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섬뜩한(Uncanny) 것이란, 본래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었고 아주 익숙했던 것이 낯설고 무섭게 돌아온 그런 공포의 범주이다."
Sigmund Freud, "Das Unheimlich",1919.
1.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
정보라는 한국의 소설가로 초현실과 현실을 교차시킨 독특한 문학적 세계를 만들었다. 러시아, 폴란드 등, 슬라브 문학의 환상성과 사회적 메시지에 영향을 받았다. 현실의 뒤틀림과 불완전성은 초자연적인 세계와 연결되면서 호러, 환상, 주술, 저주, 업, 내세, 초 현실 등의 다양한 가상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여성의 몸과 무의식, 여성의 출산과 임신에 대한 공포와 각성, 약자들의 생존과 저항의 목소리, 그리고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녀의 당부대로 그녀의 글은 그럴듯한 분석과 해석시도 없이도 독서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저주토끼》는 오랫동안 내가 여러 상황과 서로 다른 맥락카지노 쿠폰 연결되지 않는 상태로 쓴 각양각색의 이야기 중카지노 쿠폰 뽑아낸 열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같은 사람이 쓴 이야기이므로 공통된 관점이나 태도가 보일 수 있지만, 책 전체를 통해 전달하려는 특별한 교훈이나 메시지는 없다. 《저주토끼》는 환상 호러 단편집이고, 환상 호러 장르는 대중문학에 속하며, 대중문학은 교훈이나 가르침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장르이다.”
정보라 , 『저주토끼』
정보라의 단편집『저주토끼』를 구성하는 10편의 단편들은 익숙한 듯 하지만 매우 낯설고 괴이하다. 말 그대로 기이함과 으스스함으로 가득하다. 이야기들은 대부분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환상적 사건들이다. 저주에 쓰는 물건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저주토끼를 만들어 복수하는 이야기, 여성의 분비물과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변기 속 머리에 대한 이야기, 죽은 자와 산 자의 세상에서 계속 헤 메이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 마을의 안전을 위해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진 아이 등 모두 비현실적 동화와 유사하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요정들이 등장하는 말랑말랑한 동화가 아니다. 하나 같이 읽고 나면 기이하거나 으스스하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공통점은 낯선 무엇에 대한 집착이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 말이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매력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을 즐긴다’는 개념으로는 획득할 수 없다.”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The Weird and The Eerie』
소설은 허구와 환상들로 가득하다. 말 그대로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허구. 거짓말이라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독자는 찝찝하다. 급기야 읽고 있던 책을 놓고 내 뒷 통수나 화장실 변기를 확인하고 싶을 수도 있다. 왜 그녀의 이야기들은 이런 느낌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나?
사실 이야기기가 재현되는 공간들은 매우 익숙하다. 집, 자동차, 마을, 산, 화장실 등 매우 현실적이고 일상적 공간이다. 짐작 가능한 평범한 사건들이 일어나야 마땅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어느 순간 매우 낯선 공간이 된다. 현실과 비현실( 초현실, 저승, 유령, 괴물의 세계)의 세계를 잇는 통로가 된다. 인물들은 익숙한 공간을 순식간에 낯선 공간으로 인식하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현실의 질서와 명료함, 확실성을 보장할 수 없는 낯선 세계카지노 쿠폰 인간은 기이함과 으스스함을 느끼며 매우 불안해진다.
정보라가 빚어낸 세계는 인간의 인식과 이해 범위 너머에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세계를 이해하려 하지만 기존의 정보로는 논리적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들의 공포와 혼란, 갈등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불쾌하지만 매력적이다. 불안 속 그 기이하고 낯선 세계 덕분에..
기이한 것이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기이하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떤 감정의 형태의 동요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이 포함된다. 기이한 존재 혹은 대상은 너무나 이상해서 존재하지 않아야 된다고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그런 존재 혹은 사물이 여기에 있다면, 그때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껏 차용해 왔던 정보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결국 기이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우리의 이해가 불충분했을 뿐이다. “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The Weird and The Eerie』
결국 낯섦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와 마주했을 때 기이함을 느낀다. 그 후의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은 결괏값이다. 무슨 사건이 발생될지 몰라 독자들은 불안 불안하지만 다가올 이야기에 흥미진진하다. 기이하고 으스스함은 근본이 진부함과 거리가 멀다. 낯선 것, 날 것의 매력은 독자를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한다.
2. 인간과 닮은 전혀 다른 존재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은 인공지능 생성형 로봇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미래 있음 직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낯설고 이질적인 감정을 만드는 이야기와 예상치 못한 섬뜩한 결말은 독자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대충 스토리는 이렇다.
나는 세 번째 인공 지능 로봇, 세스를 구매한다. 나는 세스의 웃음이 약간 소름 끼치지만 동기화 항목에 세스의 웃음을 삭제시키라는 의견을 남긴다. 그리고 세스 이 전에 구매했던 데릭에게 세스를 소개한다. 데릭은 거의 웃지 않는다. 나와 더 오래 있어 익숙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데릭이 지난 두 달 동안 나와 지내며 알게 된 정보를 세스에게도 동기화시킨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는 일과 모든 정보들을 세스와 데릭은 둘 다 실시간 동기화 할 것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다.
나는 옷장을 열고 1호의 전원을 킨다. 전원이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들어왔다 해도 작동할지 의문이다. 1호는 최초의 인공 반려자다. 1호의 녹색눈동자를 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다. 그것은 나가 개발하고 만든 피조물이자 반려자였다. 아무리 발전된 후속 모델을 데려온들 1호가 나에겐 가장 소중했다. 1호는 평균사용기간이 지나서 걷다 중지되어 넘어졌다. 팔이 뒤틀려 전원을 끄고 그대로 옷장에 넣어 두었다. 나는 1호의 전원을 켜기 위해 업데이트하고 데릭을 통해 동기화시키려는 노력을 해보았지만 의미 없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세스가 1호의 이마에 맞댄다. 세스는 1호가 가진 기억과 감정들을 복제한다. 하지만 1호는 켜지지 않는다. 나는 울고 싶다. 1호와의 추억과 기억들, 첫 번째 입맞춤, 그리고 사랑이 나를 슬프게 한다.
“나는 옷장 속에 쓰러져 있는 1호를, 아니 1호의 몸을 생각했다. 굳게 감긴 눈과 창백한 피부, 전원을 연결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꺼지지 않는 손바닥의 주황색 경고등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 오래 전의 노래를 조용히 흥얼거리던 세스의 낮고 깊은 목소리, 나를 안고 춤추며 거실을 돌던 그의 가슴과 내 허리를 감싸던 그의 팔을 생각했다.”
1호의 모든 기억은 세스에게 옮겨졌다. 그리고 1호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한다. 1호의 시신이 재활용품으로 처리될 것을 생각해 오랜동안 망설였지만 1호와 거의 비슷한 인공반려자를 발견하고 나는 그를 본사에 수거 의뢰하기로 결심했다.
“방에 불이 켜지는 순간, 칼이 가슴을 찔렀다.”
로봇 셋이 서있다. 1호와 데릭, 세스는 서로 전원과 중앙처리 장치를 연결해 쓰고 있었다.
나를 찌른 건 데릭이지만 데릭의 기억이 1호의 기억이고 세스의 기억이다. 셋은 하나이다.
“카지노 쿠폰을 닮은 기계가 아니었다. 카지노 쿠폰과 전혀 다른 존재, 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1호가 다시 한번 속삭였다.「안녕, 내 사랑」”
자신을 폐기 처분하려 했다는 이유로 로봇이 인간을 칼로 찌른 것이다. 인간을 해하지 않는다는 로봇의 기본 법칙은 파괴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의지하고 사랑했던 존재들이 인간인 그녀 '나'를 제거했다. '나'도 독자도 아주 익숙했던 것이 완전히 낯선 존재로 돌아왔다는 공포에 직면한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을 죽이는 인간의 감정과 로봇의 감정이 너무 흡사해 섬뜩하다.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증오와 배신의 감정이 로봇의 것이 되니 너무나 낯설다. 그것들이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기이하다. 그것들이 인간의 인식 범위를 벗어나있는 존재,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3. 불쾌한 골짜기카지노 쿠폰
1919년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운하임리히("Das Unheimlich")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친숙했던 것이 억압된 후 낯설게 돌아오는 것을 설명했고 문학과 일상에 나타나는 기이한 감정을 분석해 카지노 쿠폰의 무의식이 불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탐구했다. 운하임리히(Unheimlich)는 언홈리(unhomely)의 의미에 가깝지만 영어로는 언캐니(uncanny)로 번역된다. 섬뜩하고 낯설고 소름 끼치고 으스스한 것이란 의미이다. 겉으로는 매우 익숙해 보이지만 뭔가 기이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말한다. 프로이트의 운하임리히 이론은언캐니 벨리(Uncanny Valley 카지노 쿠폰 골짜기) 이론으로 발전된다. 이 이론은 1970년 일본 로봇 공학자 모리 마아히로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존재, 인간형 로봇이나 캐릭터의 존재를 볼 때 인간이 느끼는 기이하고 이질적인 감정을 일컫는다. 쉽게 말하면 너무나 인간과 유사해 불쾌하고 소름 끼친다는 말이다.
아마 가까운 미래 인류는 어쩌면 “안녕 내 사랑”속 인물처럼 인공 지능형 로봇과 함께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류는 불쾌한 골짜리를 잘 건널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로봇을 인간과 닮지 않게 해서 그것들이 인간이 아님을 시각적으로 전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을 구분하고 그것을 로봇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경계를 긋고 확실하게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없애고 분류화시킨다면 덜 불안할까?
그걸로 가능할까? 생성형 인공지능들은 이미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인간에 대한 정보를 학습해 습득한다. 논리와 수리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라 여겼던 예술, 음악 등의 창의적 영역에서 일군의 활약 중이다. 몸을 가진 인간형 로봇에게 그런 지능이 장착된다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인공지능의 처리기능이 단순할 땐 인간의 통제 안에 있지만 이야기의 존재들처럼 그것들이 복잡한 감정들을 어떤 과정을 거쳐서 처리하는지 그 결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을 닮은 기계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인식 범위에서 벗어난 인간의 모습을 한 인간과 전혀 다른 존재가 탄생한다는 말이다.
인류가 불쾌한 골짜기를 건너지 못하고 골짜기 아래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면 로봇과 인간의 경계는커녕 혼란의 대 환장 파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진실로 궁금하다.인류는 다가올 미래를 잘 준비하고는 있는지....
참고문헌
1. 정보라,『저주토끼』, 래빗홀, 2024.
2. 마크 피셔,『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The Weird and The Eerie』, 역 안현주, 구픽,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