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들
남편은 어제 죽을 날을 받았다.
드디어 그가 죽을 수 있다. 원하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 그는 행복해 보였다. 잘 살다 잘 가고 싶다는 소리를 입버릇 처럼 했던 그는 3번의 심사 끝에 국가로부터죽을 날을 받을 수 있었다.2050년부터 대한민국은 행복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했다.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삶을 연장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질적인삶의 권리를인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국가가 행복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법률을 지정한 데는다른 꿍꿍이도 작동온라인 카지노 게임. 극심한 저출산으로 넘쳐나는 고령 인구를 부양하는데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인위적 인구 조절이라는 잔인한 자본의 계산이 숨겨져 있지만 노인들은 그 법이 지정되자 오히려 환영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니 노인들 뿐 아니라자신의 미래와 노후를 걱정하는 이들이나 그들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젊은 세대,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에 처한 이들 또한알게 모르게 그 법안을 그리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눈치였다.
그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국가가지정한 중앙의료원들은죽을 권리가 자칫 악용되거나 남용될까제출된 서류들을 까다롭게 검토하고 심사한다. 그래서 서류를 제출한 이들 대부분은 한 번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죽을 권리를 승인받는다는 것은 로또 같다.십 수년 전 아파트 당첨을 로또 여겼던 것처럼.
남편은 어느 날새벽 산책 갔다 돌아와 죽어야겠다고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집을 나설 땐 멀쩡하게 나간 사람이 119 구급대에 실려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사정을 알고 보니 낮으막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주저앉았는데 일어서질 못했단다. 한참을 맨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새벽 시간 대라 지나가는 행인도 적었지만출근을 서둘러야 하는 이들에게 도움 청하기가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30분을 넘게 그렇게 찬 바닥에앉아있었단다. 지나가던 아기 엄마가 남편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는지"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세요?"하고 물어보았고 남편은 자신의 사정을 설명온라인 카지노 게임고 한다.
나이 80이 넘은 남편은 작년에 두 무릎을 모두 인공 관절로 대체온라인 카지노 게임. 의학 기술이 발달해 수술과정은 순조롭고 회복과정에서 통증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남편의근육들은 흐물흐물해져 수술한 다리를 단단히 지탱하지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수술한 지 1년이 지나도록 혼자 걷기가 힘들다. 보조 지팡이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활이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산책을 나갔다 일어난 봉변이었다. 그는 나이들면 함부로 나다니지 말라고나다니다 다친다며 내게도 매번 잔소리였다. 그렇게 조심성 많은 그도 피할 수 없었다.
매년하는건강 검진으로 조기에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해 노화와 죽음을 지연시킨다. 하지만 그런 의료 체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넘쳐나는 의료서비스는 생명과 동시에 질병의 고통도 연장시킨다.딱, 죽지 않을 정도만 건강하다. 그리고 죽지 않을 만큼 아픈다.노령의 몸뚱아리는여기저기가 고장 났다고 신호를 보낸다.남편도 그랬다. 그는몸을 일으킬 때면 너무나 고통 스러워 한다. 특히 아침 기상 시간에 침대에서 나오는 일은 여간 고약한 것이 아니다.내가 그의 몸을 함께 일으켜 주어야 겨우 일어나 앉는다. 밤 사이 소변이라도 볼차치면 내 도움이 필요하다. 내색을 하지 않지만 그는 나를 깨우기 싫어 내가 일어 날 때 까지 참은 날도 많은 듯했다.
남편은더 이상 자신의 다리로화장실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어쩌지... 나도 내 몸하나 건사하기 힘든데그를 어찌 감당한담.아이들은 아버지가 걷지 못하면 엄마가 고생하고 아버지도 적절한 보호사의 케어가 필요하다며 요양원으로 보내는 것이 어떠냐 조심스레 말했다. 그들의 삶을 사느라 바쁜 아이들이 내 놓을 수 있는 최선의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남편도 집에 있고 싶어 하며 나 또한 그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힘들어했다.수술 이후 삶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고.자신의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그토록 행복한 것인지 그는 몰랐다고. 그리고 늙은아내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5년 안에 인간의 고장난 신체 일부는 떼어내고 인공적 기계를 장착 할 수 있는 수술이 상용화 된단다. 말 그대로 인간의 일부가 인공지능이 달린 기계로 대체 할 수 있다. 늙은 몸에 일부만 새 것이 되는 인간 사이보그.. 그러다 낡은 것이 자꾸 새 기계로 대체되면 원래의 아픈 내 몸은 없이지고 새로운 몸을 얻는 다면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어쩌면 그 기술이 상용화되어 가격적 부담이 덜 하다면 남편에게 그 수술을 권할 수 있다.그렇게남편이 새 몸을 얻으면 남편의 삶이 다시 행복해 질까? 그러면남편이 좀 더 내곁에 머물 수 있을까?
산책을 나갔다 주저앉아 타인들의 도움을 받았던 그날 남편은결심했단다. 이걸로 충분하다고,,,행복하게 죽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말릴 수 가없다. 나 또한늙고 고장난몸뚱이가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몇 년 후 나 또한 그와 같은 결심을 할 것이기에.....
자신의 죽음을 허락한 서류엔 남편의 사인이 정성스레채워져 있다.
하지만 난, 며칠 째 그 서류를 앞에 두고 망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