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늘 입버릇처럼 난 수지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했다. 수지는 내 엄마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딸이고 내 남동생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여동생이었다. 그러니까 동생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동생이니 한참이나 어린 동생이다. 나는 그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고 그 애는 나랑 동갑이었고 수지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도 아직 살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그렇게 어린 아이랑 결혼을 한다고? 저런 아기를?‘ 수지를 업거나 목마를 태워 다니는 그 애를 보면 둘이 결혼하는 것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덕분에 수지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 오빠들과 함께 놀았다. 그때는 나이가 한두 살만 차이나도 무리에 잘 껴주지 않았었다.
복도형 아파트에 현관문을 열고 살던 때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나 아는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 아이들은 나와 동생이 있는 없든 복도에서 뛰어놀다 땀이 나고 더우면 문이 열린 집 아무 데나 들어가 “아줌마~ 물 주세요.”라고 외치고는 냉장고 문을 열어 마실 것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엄마가 줄 때까지 기다리면 물이든 우유든 주스든 원하는 데로 컵에 따라 주었을 텐데, 애들은 늘 성격이 급하다. 바로 옆에 아줌마가 있지만 입을 대고 꿀꺽꿀꺽 마시고는 우다다 또 나가서 복도를 쿵쾅거리고 동네를 먼지 나게 뛰어다녔다. 그럼 엄마는 저녁 식사자리에서 아빠를 앞에 두고 누구네 애가 오늘 입 대고 물을 마셨느니, 우유를 마셨느니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애는 그런 동네 아이들에 비하면 매우 어른스럽고 얌전했다. 엄마가 식사시간에 초대한 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중에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가끔 칭찬하는 애다. 그 애는 생선을 잘 발라먹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그 애는 내 오른편에 앉았고, 엄마는 접시에 잘 구운 갈치 한토막을 올려 그 애 하나 나 하나 두고 맞은편에 앉아 우리가 먹는 걸 지켜봤다.
유치원에서 유일하게 젓가락질을 할 줄 알았고, 그래서 어떤 날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몰려와서 내 어른 젓가락질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그러니 갈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쯤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시가 목에 걸려 컥컥거릴 일이 무서워 피하는 일은 없었고, 게다가 갈치는 가장 좋아하던 반찬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멀뚱멀뚱 지켜보던 엄마는 그 애 얼굴을 보더니 “어떻게 이렇게 갈치를 잘 발라먹노? 로란아 너는 이렇게 못 발라먹겠나?”라고 감탄과 타박을 하는 거였다. 그게 뭐 그리 감탄할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그 애의 접시를 봤는데, 지느러미 쪽 가시는 잘 발라져 있었고, 부스러진 갈치살도 거의 없었다. 그 애는 레고 블록같이 갈치 살을 길쭉한 네모 모양으로 잘 발라서 입에 넣어 오물오물거리고 있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아빠에게 ‘갈치 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신기한 아이’ 이야기를 했다. 졸지에 나는 갈치를 잘 발라먹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나의 자랑거리가 하나 사라져 버렸다.
갈치를 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애는 키가 훤칠하게 컸다. 몸매도 호리호리하고 팔다리가 길어서 동갑이지만 나보다 오빠 같은 느낌이었다. 얼굴도 가무잡잡한 나와는 다르게 하얬다. 수지를 목마 태우고 걸어갈 때면 나는 옆에서 그 애 얼굴과 수지를 올려다봤다. 그럼 그 애 머리를 끌어안고 균형을 잡고 있는 수지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빤히 쳐다보곤 했다. 수지도 얼굴이 하얬고 입술이 발갛고 통통해서 앙증맞았다. 둘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왜 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었다. 그때 내 눈에 그 애는 갈치도 잘 발라먹고 결혼이 뭔지도 알고 있었고 누구와 결혼할지 계획도 세우는 어른이었다.
그날의 식사 이후로 아무도 시키지 않은 갈치 발라먹기 특훈이 시작되었다. 갈치구이나 조림은 좋아하는 반찬이라 식탁에 꽤 자주 올라오는 편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똑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갈치 참 잘 발라먹더라. 아이가 참 신기하게."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 질세라 훈련에 돌입했다. 그러다 제주도 갈치구이 전문점 이모의 현란한 갈치 바르는 스킬 못지않게 갈치를 바를 수 있게 되었다. 우선은 양 지느러미 쪽을 젓가락으로 길게 긁어낸다 그리고 살살 밖으로 빼면 지느러미 가시가 빠져나온다. 그럼 그 위의 살을 들어낸다. 한 번에 들어내다 살이 부서질 것 같으면 옆줄을 기준으로 반으로 나눠 먹는다. 그리고 등뼈를 살살 들어 올리면 아래 살이 접시에 붙어있어 그대로 먹으면 된다. 이 스킬은 잠들어 있다가 회사 회식 자리에서 가끔 발휘되기도 했었다.
그 애는 지금도 갈치를 잘 발라먹을까? 손으로 뭘 만드는 직업을 가지지는 않았을까? 수지랑 결혼은 했을까? 그땐 수지보다 두 배 길게 오래 산 우리가 어떻게 수지랑 결혼하냐며 티격태격했었는데, 이제는 굳이 못할 것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나이가 되도록 갈치를 먹을 때면 늘 생각난다. 그 애는 수지랑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겠지. 그리고 그 아이에게 갈치살을 발라 숟가락에 얹어주고 있겠지.
그나저나 갈치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요즘 아이들은 그때처럼 갈치 발라먹기 특훈 하기는 어려워졌다. 아쉬워서 어쩌나. 지느러미 가시를 잘 발라내고 넓적하고 도톰한 살을 부서지지 않게 들어 한입 가득 넣어 먹을 때 퍼지는 짭조름하고 고소한 풍요로움을 스스로 만들지는 못하겠구나. 나 또한 갈치 살 발라내는 현란한 기술을 자주 펼치지 못해 아쉽다. 기술이 녹슬기 전에 철이 지나기 전에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 먹어 봐야겠다. 이번에도 엄마가 '갈치 잘 발라먹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야기 하나 안 하나 내기나 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