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하나 내려놓은 건
태산을 하나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울 수도 있고
깃털 하나를 날려버리는 것만큼 쉬울 수도 있다
의식에서 자꾸 연습을 하면
무의식에서 답을 내어 놓는다
상상해 보면 죽을 것만 같던 상황도
거짓말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마음이란 물건은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 그리고 지상을
왔다 갔다 한다
애욕만큼 끊어내기 힘든 욕망이 있을까?
부처도 혹독한 고행과 수행을 통해
수면욕, 식욕, 명예욕, 소유욕, 탐욕 등은
다 끊어냈지만 마지막까지 떨치기 힘든 욕망이
바로 애욕이었다고 했다
우주 전체에 걸쳐 도도하게 흐르는
생에 대한 맹목적 의지 때문에,
이 세상에 오지 않은 그 존재들을
이 세상에 불러들이려는 거대한
우주적 의지 때문에,
인간이란 존재는 쉽게 애욕에 빠진다
애욕은 카지노 게임의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진정한 카지노 게임이라면,
단 한 사람을 제대로 카지노 게임할 때
그 카지노 게임을 통해 나는
세상 전부를 카지노 게임하게 된다
그때야 비로소
고독의 카지노 게임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쉽게 자신을 속일 수 있는 인간은
애욕을 카지노 게임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애욕에 눈이 먼 나는
오직 그 한 사람에게만 몰두함으로써
눈앞에 있는 많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고통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해졌다
애욕을 탐하는 나 자신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말없이 바라본다
아... 그 공허함과 덧없음
만약 내가 너를 통해
이 세상 전부를 카지노 게임하게 된다면
그건 진짜 카지노 게임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 이런 경지까지 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만약 내가 너를 카지노 게임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세상 전부를 카지노 게임하고 있지 않다면
그건 가짜 카지노 게임이다
보통 한 사람에 대한 카지노 게임은
끝없는 집착과 소유욕으로 변질되어
결국 탐욕으로 흘러들어 가 버린다
애욕은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욕정과 소유욕이
결합된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이고
그 욕망은 가장 강력하기에
불가에서는 이것을 갈애(渴愛)라고 불렀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스님들이나 수녀, 신부님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물론, 평생 독신으로 산다고 해도
카지노 게임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종교인들도 있고
결혼을 했어도 폭넓은 인류애를 품고 실천하는
고매한 영혼들도 있다)
자비는, 카지노 게임하는 존재가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함께 아파하는
스케일이 아주 넓은 카지노 게임의 감정이다
고양이 발자국 속에 고인 물웅덩이가 애욕이라면
자비심은 바다 같은 카지노 게임이다
이 세상 모두를 카지노 게임한 당신이
어이해 나만은 카지노 게임할 수 없나
라고 애절하게 노래하던 양수경이 떠오른다
노래 속 화자는 자신이 카지노 게임하는
그 사람이 이 세상 모두를 카지노 게임함으로써
결국 자신도 카지노 게임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결국 노래 속 그녀의 카지노 게임은 채워도 채워도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애욕일 뿐이다
애욕이 얼마나 무서운 욕망인지
애욕이 얼마나 파괴적인 감정인지
불현듯 깨달았다
거짓말처럼 다시
고독의 카지노 게임로 돌아왔다
고독의 카지노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미 잘 알면서도
난 고독의 카지노 게임 밖, 내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카지노 게임에 대한 호기심과
끝 모를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내 삶의
팔 할 이상을 고독의 카지노 게임에서 살았는데
가끔씩 그 울타리를 벗어나 맛본
색다른 세계가 그렇게 황홀했나 보다
어차피 그 세계도 익숙해지면 탈출을
욕망하게 될 것인데 말이다
그 세계에서 오래 살아가던 사람들이
고독의 카지노 게임에 견고하게 뿌리내린 채로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걸 보면,
고독의 카지노 게임와 인연의 영토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동경하며 바라보는 관계인 것 같다
이제 이곳은 벗어나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다
사실, 삶의 대부분, 아주 오래 머문 이곳이
내게는 훨씬 평온하고 편안한 곳이긴 하다
사람은 익숙한 곳에 머물러야 가장 평화로울 수 있다
미지의 낯선 곳은 분명, 설렘과 기쁨을 주지만
어차피 나는 여행자이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 여행이 정말 즐겁고 달콤했다면
여행에서 돌아온 여행자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몽롱한 기분에
젖어들게 된다
환영처럼 신기루처럼 환상처럼 꿈처럼
고독의 카지노 게임 저 너머로 펼쳐져 있던
저세상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음을 받아들인다
원래 내가 있던 이 고요한 카지노 게임에 들어서며
저 세계에서 짊어지고 온 무거운 짐들을
모두 내려놓는다
한마음은 태산일 수도, 깃털일 수도 있지만
한 번 완전히 내려놓으면 그저 바람처럼지나가는
형상도 실질도 실체도 없는 것이다
마음 하나 내려놓은 건
태산을 하나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울 수도 있고
깃털 하나를 날려버리는 것만큼 쉬울 수도 있다
미친 애욕의 열기가 식고
집착과 욕심의 장마철이 지나니
마침내 서글픈 깨달음이 찾아왔다
여름 내내 반복되던
숨 막히는 우울과 무력감,
그건 순전히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은
지나친 내 욕심과, 그 욕심을 놓아 버리지 못한
나의 끝없는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녀뿐인데
그저 그녀와 함께 늙어가는 건데
통도사 무풍한송로를 산책하고
부산 시내 곳곳을 함께 다니며
맛있는 음식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수다도 떠는 건데
이런 소박한 소원조차도 욕심이란 걸
처음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늘을 원망하고 내 운명을 저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깨달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모두 다 지나친 욕심이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귀양 보낸 그곳
고독의 카지노 게임, 황량한 그곳은
일상과 매너리즘, 외로움과 아귀다툼
생존 투쟁과 피로가 방사능처럼 흘러넘친다
과거를 꺼내 본다
과거의 내 어리석음과 치기를
꺼내어 돌이켜본다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100배는 더 어리석었다
그때, 내 선택의 결과가
지금, 이런 모습으로 펼쳐진다
말라죽을 것만 같던
애타는 그리움은 가셨지만
보고 싶어도 결코 다시 볼 수 없는 그녀를
고독의 카지노 게임, 견고한 기억의 건물
지하 100층에 아무도 모르게 보관한다
엘리베이터를 한 층씩 부순다
소환의 장치를 없애지 않으면 그녀는
그립다 못해 내가 꺼내보지 않아도
고된 노력으로 의식적으로 누르고 또 눌러도
거짓말처럼,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의식의 층위까지 뛰어오른다
핵이 터져도 영향을 받지 않을 심연의 저장소
아포칼립스가 찾아와도 멀쩡하게 버틸 무의식의 끝
그곳에 그녀를 단단하게 묶어두고
다시 찾아온 계절을 기쁘게 맞는다
그녀 없이 혼자 가만히 앉아 바라본
말 없는 세상이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가슴 저 깊은 곳에 그녀가 있고
그곳은 나 말고는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고독의 카지노 게임, 기억의 지하 창고에
그녀를 넣어두고, 그녀를 가끔
고독의 카지노 게임, 사막같은 이곳에서
타는 갈증에 물을 마시듯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