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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써 보는 의사 Jan 28. 2025

거부할 수 없는 뿌리 정서 - 카지노 쿠폰 숲 읽기

소설 감상평인 척 제멋대로 지껄이기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아련함.


낡은 나무 냄새, 혹은 신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은 신비한 어떤 여인의 향기.

아니 오히려 기분 좋은 비누향을 맡았을 때처럼 혹은 평화로울 정도로 게으른 오후처럼 나른한,

아주 오래된-수천 년은 된 듯한 냄새.

냄새라는 표현이 맞기는 할까?


나는 알고 있다, 공기 중에도 화석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그 사람과 함께 숨쉬었던 모든 공기는 화석이 된다. 공기층 사이사이에 깊이 박혀 버려서, 어딜 가도 그 사람의 향이 난다. 수백만 년 간 쌓인 중생대 화석처럼 캐도 캐도 계속 나온다. 그래서 숨을 멈추지 않고는 그 향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화석처럼 오래되고 깊은 냄새.


다르게 말하자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돌아가야 할 고향, 나의 조상과 태곳적 내 영혼이 머물던 곳에서 울리는 북소리.

그 소리는 돌아오라는 신호 같다. 혹은 잊지 말라는 당부 같다.

나면서부터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배우게 되는 온갖 욕망들로 가득찬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자꾸 잊게 되는, 그러나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뿌리깊고 본질적인 정서.



그래서 이 책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항상 그렇게 아련함과 기분 좋은 몽롱함,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짙은 향으로 기억되는 책. 상당히 좋아하는 책카지노 쿠폰.


그런데 정작 책을 손에 들면 문장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쩌면 번역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다시 번역될 일은 요원해 보인다. 찾는 사람이 없을 듯). 어찌 됐든 쭉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저자가 쓴 문장들은 몽땅 증발되고, 문장들 사이의 이미지만 남는다. 그 이미지는 저자 혼자서 만든 건 아니다. 내 상상이 70프로쯤은 기여했다. 그러나 그 상상의 문은 작가가 열어줬다. 설사 작가의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들, 길을 열어준 이는 작가카지노 쿠폰. 그것으로 충분하다.


예술가의 능력은 때로 그 작품 자체의 탁월함이 아니라 감상하는 이의 상상력과 깊은 정서를 얼마나 끌어내느냐로도 평가될 수 있다. 작품성이나 심지어는 통속적인 재미와도 전혀 상관없이 말카지노 쿠폰.

예술가의 능력이 뛰어날수록 감상자가 잘 알지 못했던 내면의 영역까지 가닿는다. 그 내면의 영역이 독자가 평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지점까지 이른다면, 독자는 그 경험을 더 이상 '감동'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보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체험'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카지노 쿠폰. 만약 독자를 이 세계에서 들어올려 저 세계로 옮겨 놨다면 그걸로 이미 게임은 끝난 것카지노 쿠폰. 문장이나 내용이 훌륭하냐 마냐는 이미 사소한 문제가 된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한국 사람인 내가, 대사가 무척 많은 세르비아 영화를 자막 없이 보는데 그 영화에 빠져들다 급기야는 속수무책 눈물까지 흘리고야 마는 상황이랄까? 세르비아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데도 말카지노 쿠폰.

(세르비아가 문득 떠오른 이유는 어쩌면 '세르비안 필름'이라는 영화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전혀 추천하지 않으므로 재밌으리라 오해는 말길. 아주 충격적이고 잔인하다. 여전히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물론 안 좋은 의미로.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 나무위키 평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세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영화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호기심에 찾아보는 분들이 있음을. 말리지는 않겠으나 그 뒷감당은 내 책임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물론 지금 얘기하려는 이 책은 뛰어난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은 책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 숲'


긴 웅얼거림 끝에 이제야 책의 제목을 소개한다.




여느 판매 홍보물들처럼, 일단 이 책의 간판부터 소개한다.

책날개에 보면,


1984년 영국 SF 협회상 (저자는 이 책을 판타지가 아닌 SF 로 여겼다고 한다)

1985년 세계 환상 문학상 대상 (휴고상, 네뷸러 상과 함께 SF 삼대 문학상)

2003년 상상 그랑프리상 특별 부문 수상.


이라 당당히 적혀 있다.

저자는 로버트 홀드스톡. 2009년 작고했다.


카지노 쿠폰출처: 로버트 홀드스톡 공식 웹사이트


참 인상이 좋다. 나는 작가의 실제 모습이 이상하게도 책과 어울린다고 느낀다.



자, 오랜만에 다시 빳빳한 커버를 떠들어 보니, 곧바로 등장하는 '감사의 말'부터 맘에 든다.

(참고로 ‘열린책들’의 장정과 표지 디자인을 좋아한다. 구부리면 적당히 출렁이는 파란색 하드커버와 사철 방식. 현실과 환상이 각각 새겨진 두 장의 셀룰로이드 필름을 겹친 듯한 덧표지 그림. 덧표지가 하드커버를 덮고 나면 마치 현대가 고전을 감싸안은 것만 같다.)


'감사의 말'은 다음과 같다.


앨런 스콧에게 감사를.
...중략...

조지 헉슬리가 고안한 <카지노 쿠폰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강세는 두 번째 음절에 온다.


첫 문단에 이은 두 번째 문단의 어찌 보면 생뚱맞은 전개가 마음에 든다. 나는 이런 방식의 전개가 좋다.


두 번째 문단에서 카지노 쿠폰라는 단어의 유래를 밝히면서 동시에 두 번째 음절에 강세가 온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카지노 쿠폰라는 단어를 섬세하고 특별하게 다루는 느낌을 받았고, 덕분에 이 단어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까지 증폭되었다. 이 문장에서 저자만이 품고 있는 독특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감사의 말에서 이미 나는 이 책에 호감을 갖고 자연스레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대개 낯선 책을 고르는 기준은 나의 경우 제목과 서문이 되기 일쑤카지노 쿠폰. 본문은 거의 읽지 않고 선택한다. 상황에 따라 중간중간 두 세 문장 읽어보기도 한다. 책 크기와 디자인은 셋째 기준.


서문만 읽어도 책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지는 책은 사지 않는다. 그런 경우라도 간혹, 저자의 문장에서 단어의 뜻을 넘어서는 뉘앙스가 옹골차게 들어차 있으면 산다. 말하자면, 평면적인 텍스트가 입체적으로 솟아오르는 경우카지노 쿠폰.


평면의 입체화. 이는 모든 훌륭한 예술의 공통점카지노 쿠폰. 뿐만 아니라, 모든 훌륭한 가르침의 특성이기도 하다.

90년대에 유행한 '매직아이(Autostereogram)'를 아시는가. '매직아이'는 평면의 입체화를 가시적으로 실현시킨다. 애초에 제작자가 평면 그림이 입체가 될 수 있게끔 만들어야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보는 이가 눈의 초점을 평면 그림(텍스트) 밖에 두지 못하면 입체 그림은 떠오르지 않는다. 즉, 평면 그림 자체에만 눈의 초점을 맞추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에게는 입체화가 허락되지 않는다. 결국 평면의 입체화를 위해서는 제작자와 감상자 각자의 역량이 모두 필요하며, 동시에 서로 상호작용 해야 한다. 재미 삼아 아래 그림을 참조하시길. (초등학생 때는 텍스트 밖에 눈을 두는 법을 몰랐다. 도무지 입체가 보이지 않았었다)


매직아이

카지노 쿠폰출처: 나무위키. (초점을 그림 너머로 비껴 보면 함몰된 깔때기나 돌출 원뿔이 보인다. 나의 경우, 컴터에선 연속된 함몰 깔때기가 보였고 폰에서는 원뿔이 보였다)



책이 진실되면 이미 서문에서부터 진실성이 느껴진다. 그건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기에 굳이 본문까지 읽지 않아도 서문에서부터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음식이 맛있는데 냄새가 나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멀리서부터 그 향이 풍겨 오기 마련이다.


때로 어떤 사람들은 혼동하는데,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거짓말이 사실보다 더 진실될 수도 있다. 예술이란 원래 거짓으로 진실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수단이 아니던가. 그러나 종교나 예술을 폄하하고, 인문학이나 과학 서적, 지식 위주의 책만 탐독하는 사람들이 보통 이를 자주 혼동한다. 이들은 대개 글자 너머의 세계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사전적인 '뜻' 에만 집착한다. 그 뜻조차 진실은 아니며, 학습된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내가 느끼기에 진실은 좀 더 실체에 가깝고, 사실은 좀 더 사전적카지노 쿠폰. 진실은 사전에 안 나온다.

종교나 예술은 체험이고, 인문학 과학은 지식(혹은 관념)카지노 쿠폰. 둘은 근본적인 성격이 다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할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식은 체험을 판단하는 전적인 근거가 될 수없다. 비유하자면, 살아있는 동물을 해부하면 각 부위의 해부학적 지식은 얻을지언정 그 동물은 이미 죽고 없다.


어떤 지식인-아마도 사르트르(?)의 어린 시절 예화로 기억하는데, 사전으로 동물을 공부한 후(예를 들어, 말은 수명이 25-30년이고, 무게는 420kg 이며, 크기는 1.4-1.6 m 카지노 쿠폰 라는 식으로) 실제 동물원에서 그 동물을 봤을 때 오히려 실제 동물이 가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구토에서 로캉탱이 구토를 느끼는 이유, 또 어떤 지식인들이 이 세상에 소속감을 못 느끼고 아웃사이더가 되는 이유를, 사르트르(?)의 어린 시절 예화를 통해 설명해 볼 수도 있다. 그들이 유별나게 똑똑하고 통찰력 있어서, 껍데기 뿐인 세상과 영혼 없이 사는 사람들을 꿰뚫어 봤기 때문에 구토를 하고 아웃사이더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사전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사전적인 세상을 기준으로 현실 세계를 인식했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즉,이 세상을 '살지' 않고, '해석'하고 있는 것카지노 쿠폰. 초점을 세상에 두지 않고 사전에 두고 있는 것카지노 쿠폰. (이 비슷한 얘기를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살아있는 동물을 해부하면 지식은 얻을지언정 동물의 생명은 사라진다. 꿈에서 본 그녀를 기준으로 현실의 여자를 만나면 예뻐 보일 리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실존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폐적인 지식인들의 말장난이 되고 만다. 그들이 애써 분석하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실존해서 잘 살고 있었다. 뭘 그리 실재하지도 않는 단어들을 가지고 머릿속에서 장난을 치나, 그냥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면 될 것을. 언어는 관념 덩어리 허구의 세계일 뿐, 실제가 아니다. 관념과 실제, 이 둘을 구분 못해서 생긴 한바탕 말장난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카지노 쿠폰. (실존주의 철학자들도 언어에 사로잡힌 건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지금 이 헛소리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이 역시 얄팍한 말장난에 불과하니. 나는 훌륭한 철학자가 되기에는 그른 인물카지노 쿠폰.그러니 이제 다시 카지노 쿠폰 숲으로 넘어가 보자.



자, 이제 두 번째 페이지다. 감사의 말 바로 다음 페이지에 해당한다.

두 번째 페이지는 더 기대를 갖게 하는데,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줄곧 알고 있었지만, 단지 확실히 꼬집어 말할 수 없었던 그 무엇이, 지금 바로 내 눈앞에 있다는 느낌......'



이 문장이 사실 내가 오늘 말하려는 바의 전부카지노 쿠폰!!!!!!!

나는 이 문장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바로 이 문장을 길게 늘여 쓴 것이 이 소설이 되겠다.


랄프 본 윌리엄스라는 영국 국민 음악가가 자기 나라의 토속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한 말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때 그의 느낌은 아주 깊숙한-지각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직접 뻗쳐 올라온 듯한 정서가 온몸을 관통한 기분이었으리라 추측한다. 내가 이 소설을 읽었을 때 그랬으니까. 그건 전율과는 다르다. 정열적으로 떨리기보다는 온화하되 웅숭깊다. (그런데 나는 왜 하필 지각 깊숙한 곳으로부터 올라왔다고 느꼈을까? 그렇다면 과연 지구 중심은 어떤 모습일까? 소련은 12,000km까지 지각을 파내려 갔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을 서두에 먼저 묘사하며 글을 시작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내가 잊고 있었던, 그러나 결국 돌아가야 할 공간과 색깔과 냄새와 소리로 다시 돌아간다. 이 우주에서 저 우주의 풍경으로 이동한다.


로버트 홀드스톡은 영국인이고, 영국인의 무의식을 물려받았을 것카지노 쿠폰.

한국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에서 나고 자라 락이나 R&B를 좋아하는 한국인일지라도 어느 날 문득 한국의 민속음악을 들으면 예기치 못한 어떤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떠난 적도 없건만 마치 떠나온 고향이 느껴진다든지.


나는 이 소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존 파울즈의 마법사가 자꾸 떠오르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사실 두 소설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 그런데도 겹쳐 보이는 이유를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어렴풋하게는 짚이는 바가 있어 이 부분을 깊게 파고들면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리라 생각하지만, 이 부분을 또 자세히 얘기하자면 지금까지 쓴 것보다 두 배는 더 길어질 듯하니 관두기로 하자.


다만, 미사고의 숲과 마법사, 이 두 소설을 섞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 선에서 타협하겠다. 그런 소설을 누군가 써 준다면 줄 서서 대기하는 걸 유독 싫어하는 나조차도 책 발매날에 맞춰 기꺼이 한나절쯤이야 앞사람 뒤꼭지만 쳐다보면서 기다려 볼 용의가 있다. 물론 그런 소설 하나 사자고 줄 서서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확률은 대한민국의 국가 부도 가능성보다도 희박하겠지만 말이다(요즘 상황 봐서는 국가 부도도 그렇게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을지도). 덤으로 역량이 된다면 내가 하나쯤 써 볼 텐데 하는 군더더기 상상 하나 덧붙여 본다. (소설 마법사는 다음 기회에 다루겠다)



판타지 소설 중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는 우리나라에도 제법 알려졌지만, 어스시 전기와 미사고의 숲은 그다지 안 알려져 있다. 사실 그다지 안 알려져 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어스시 전기 카지노 쿠폰 숲


이 정도는 될 듯.


이 중에서도 카지노 쿠폰 숲은 더욱 낯설다. 아니 낯설다기보다는 아예 관심 영역 밖에 있다.


이렇다 보니 인적 드문 산속 버려진 농장을 일부러 찾아갈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러나 막상 농장에 가보면 사람 손에 때묻지 않고 자라나는 작물의 싱싱함에 놀라게 되고, 맛과 향에 한 번 더 눈이 커지게 된다.


정서가 안 맞아서일까? 아직 유행을 안 탄 걸까?

하긴, 반지의 제왕처럼 멋들어지게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진다면 또 모른다. 그에 발맞춰 새 번역에 새 장정으로 꽃단장하고 책 판매량마저 따라 급증할지도. 그러나 읽어 보면 알겠지만 블록버스터로 각색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소설의 힘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의 묘기라 보는 게 더 타당하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자의 책은 카지노 쿠폰 숲 말고는 번역된 게 없다. 여러분도 책을 읽어보면 그럴 만하군,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내게는 생각보다 지루하게 읽었는데도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고 기억에 남는 기이한 소설이다.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내 머릿속 스크린에 영사하는 이미지를 아주 좋아한다. 그 이미지만으로도 문자들의 지루함을 능히 뛰어넘는다. 이미 위에서 말했듯 그 이미지는 대개의 책들처럼 평면이 아니라 입체카지노 쿠폰. 마치 기존의 영화에만 익숙했던 눈이 어느 날 갑자기 아바타를 접했을 때처럼,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체험하게 된다.


소설의 줄거리나 자세한 내용 소개는 생략한다.

숲이 중요하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자. 소설 속 라이호프 숲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스피어처럼 무의식을 재현해 낸다. 그런데 이 무의식은 단순히 개인의 무의식을 넘어서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 신화적이다. 이 점이 기존의 무의식이 현실로 실현되는 소설이나 영화와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보다 근원적이다.



그리고 '귀네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귀네스’를 빼고 이 소설의 감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귀네스를 여러분의 상상과 호기심의 영역에 남겨 두고 여기서 글을 접을까 한다.


붉은 머리칼과 사나운 눈빛의 이 신비한 소녀가 궁금한 분은 직접 책을 읽기 바란다.








이번 글은 쓰다가 나 자신에게 잠시 질려버렸다. 이렇게 쓸 생각이 아니었다.


간단한 감성 리뷰를 쓸 생각이었는데, 자꾸만 길어지더니,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끝없는 이야기’ 마냥 이어지는데, 쓰다가 스스로도 감당이 안 돼서 폐기 처분하려 했었다가, 결국 몇 가지 궁금증도 해소할 겸 그냥 올리기로 했다.

기왕에 좀 다듬어 보려다가 글을 자르자니 울다가 만 기분이라, 흉해도 끝까지 울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요약하자면, 이 글은 책의 내용과 느낌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에는 실패했음을 밝힌다. 이 글을 보고 책을 읽으면 어쩌면 상당한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 괴리감의 책임은 온전히 내 몫카지노 쿠폰.


앞으로 ‘책 영화 음악 감상인 척 멋대로 뇌까리기‘ 시리즈를 종종 써볼 생각카지노 쿠폰.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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