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딸과 두런두런 나누는 밤의 대화, 아니 수다가 참 좋다. 그 시간에는 딸의 고해성사를 들을 수 있고 낮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술술 이야기해 준다.마주 보고는 잘 안 나와도 불 꺼진 방 안에서 허공에 대고 하는 말에는마음을더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라도쓰이는걸까.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되어도 잠들 줄 모르는 수다쟁이모녀를 보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밤 12시에는 잠들어야 하는 신랑은 제발 잠 좀 자라며우리를 채근한다.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냐고,낮에 좀 떠들으란다. 낮엔 낮의 수다가 있고 밤엔 밤만의 수다가 엄연히 따로 있다는 걸,여자가 되어본 적 없는 남편이 알 리 만무하지.
몇 달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밤의 대화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예전에 브런치에 올렸던 '날아라 카지노 쿠폰' 글에 나온 카지노 쿠폰 이야기가나왔다.
"병아리를 손에 올려놓고 쓰다듬으면 밀크(카지노 쿠폰 집 강아지) 털처럼 진짜 부드럽고 보송보송하잖아, 그치? 너무귀여워"
"병아리 털이 그렇게 부드러워? 난 안 만져봐서 모르겠네"
"엥? 너 병아리 만져본 적 없어?"
"난 본 적도 없는데?"
"그럴 리가. 병아리를 본 적이 없다니. 진짜야? 왜 병아리를 본 적이 없지? 그럼 너 병아리 모습은 어떻게 알아?"
"그건 책이나 티브이에서 본거지. 그 외에는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럼 소는? 소는 동물원에서 봤지?"
"동물원에 소가 왜 있어, 목장에 가야 있지"
"아 맞다, 소는 목장에 가야있지. 그럼 돼지는?"
"돼지는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감귤농장에서 귤 따면서 흑돼지만 봤지"
"그럼 분홍색 돼지는 못 본거야?"
"응 한 번도."
나 이해력이 딸리나? 아이가병아리, 소, 돼지를 본 적이 없다는데 왜 못 봤냐고 묻는다.어쩌라고. 그나저나 이게 뭔 소린가. 그 흔한 동물들을 왜 우리 딸은 못 본거지? 수족관에 있는 동물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열심히 다 보여줬는데말이야. 허허, 생각해 보니하필 이 동물들은 동물원에 없구먼. 그런데 아이 데리고 여기저기많이 다녔으니 당연히 봤다고 여긴 거다.뭐 살아가는데 반드시안 보면 큰일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영유아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들을아이는 여태껏 실제로는 보지도 못했다니. 나는 병아리를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앞에서 처음 만났고 소도 초등학생 때 아빠 친구분 목장에서 몇 박 며칠을 묵으면서 지겹게 봤었다. 분홍색 꿀꿀 돼지도 부모님을 따라간 곳에서 돼지우리를 본 기억이 분명히 있다. 내가 익히 잘 알고 있으니 아이도 당연히 보았을 거란 착각이 이제야 들통이 난것이다.
아이 어릴 때부터 공연장, 전시회, 과학관, 놀이동산 등을 바삐 돌아다니며 체험할 것들, 볼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해 주었다고 생각했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것들을 접하게 해 주었다 여겼는데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구멍이 나다니. 막연히 카지노 쿠폰는 이렇게 생겼겠지, 소/돼지는 저렇구나, 상상만 하며 자라온딸아이가 가엽게 느껴졌다. 영유아 때 가장 강조하는 게 오감놀이인데,잔디에서 뛰어놀고 물에 풍덩 들어가고 흙도 좀 만져보고 동물도 안아보면서 옷이 더러워지기도 하고 온몸이 다 젖어도 보고 넘어져도 보면서 몸으로 직접 겪는 것들을 많이 경험시켜줬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부족했다싶다. 다칠까 봐, 더러워질까 봐, 지저분한 것 먹을까 봐 그게 너무 싫은 엄마는 자연친화적인,몸으로 신나게 노는 곳은 잘 데려가지 않았다. 야외에서의 옷가지, 물품 등의 뒤처리도 복잡하고 체력도 달리데다깔끔까지 떠는 엄마 덕분에 그동안 아이는깔끔하게 지냈는지는몰라도그 흔한동물 한번본 적카지노 쿠폰 12살이되어버렸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최선을 다하는 부모만 있을 뿐. 나는 그동안 영혼을 갈아 넣어 아이를 키웠지만, 착각을 하든 실수를 했든 아이를 100% 만족시키고 모든 걸 경험하게 해 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부족한 점을깨달았으니 실천을 하면 되는 거겠지. 실행력 좋은 엄마는 죄책감은 이제 그만 툭툭 털어버리고 가까운 농장 검색에 들어가려 한다. 아이가 13살, 중학생이 되기 전에.부릉부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