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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민상 Apr 13.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돌고 돌아, CN타워

11월 24일 마지막 글을 올렸다. 열흘후에 비상계엄이 일어났고, 나라와 내 머릿속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연말에 제주항공참사가 일어난 후에는 차마 여행이야기를 이곳에 올릴 수가 없었다. 과거를 찬찬히 기억해 보면 지난 넉 달 동안 우리가 겪은 것만큼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툭툭 튀어나오기는 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행히도 화창한 봄을 있는 그대로 맞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사라졌다. 그래서 이제 연재를 시작하려 한다.


성인이 되어 처음 겪은 비정상적인 사건은 IMF였다. 그것도 캐나다에서 맞게 된. 당시 대학교 4학년이던 나는 결혼은 대상보다 시기의 문제였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어학연수를 하기로 한 아내 덕에 서둘러 결혼해야 했다. 같이 가려면 결혼식이라도 올리고 가라는 부모님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경제적 의존체인 나에게 달리 선택권은 없었다. 영어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나도 부모님 돈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에, 아내와 영어로 대화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


공부만 했던 신혼여행의 마무리는 화려한 뉴욕이 포함된 동부에서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예약이 끝났을 무렵 IMF가 터진 거다. 미 달러 환율이 천 원에서 천 오백 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높지 않았을 때 예약한 호텔과 비행기를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아까웠다. 최대한 아껴가며 여행하기로 하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하는 이유가 최저가 음식을 찾기 위해서였냐는 착각이 들 정도로 끼니를 때우며 돈을 아꼈다.


뉴욕에서 버스를 타고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뉴욕과 비교되는 토론토의 스카이라인은 평범 자체였다. 그래도 한눈에 들어온 곳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던 CN 타워다.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회전식 레스토랑이 토론토 어디에서나 보이는 저 꼭대기 위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다른 도시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하여 조금씩 창밖 풍경을 바꿔주는 하늘 위 식당으로 떨리는 마음과 함께 올라가게 되었다. 발아래 아득히 보이는 풍경도 놀라웠지만, 그 풍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비싼 코스요리가 시작될 무렵 경험 적은 촌스럽고 젊은 청춘의 머릿속은 테이블 매너로 복잡해졌다. 그런데 더 복잡한 일이 생겨났다. 바닥에 놓여있던 배낭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배낭끈 끝부분이 회전하는 레일에 끼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재빨리 잡아당겨 배낭이 뒤로 밀려나는 건 겨우 막았지만, 온전하게 배낭이 빠져나오지는 않았다. 끙끙거리며 빼려 해도 더 단단히 고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스스로 해결하기에 한계를 느낀 나는 직원을 부를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순간, 맞은편 남자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있는 나이프를 어깨높이로 들고 스테이크를 자르는 시늉을 했다. 고개도 내 가방 쪽으로 기우뚱하며 어서 하라는 듯한 신호도 보냈다. ‘뭐, 직원이 와도 뾰족한 수가 있겠어.’란 생각에 그의 제안을 받았다. 스테이크 대신 열심히 배낭끈을 잘랐다. 힘들여 잘랐기에 얼굴이 붉어졌는지 그저 창피해서 붉어졌는지 한동안 붉은 기는 노을에 묻혔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식당에 내 흔적을 남겼던 일은 토론토를 생각할 때마다 그날로 돌려놨다.


유럽 여행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바로 갈 생각도 했지만, 신혼의 추억이 있는 토론토와 나이아가라를 포함했다. 그리고 토론토에서 유일하게 계획한 곳은 CN 타워 360 레스토랑뿐이었다. 새로운 추억으로 지난 흑역사를 덮어 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식당 입구에는 우리가 왔던 1997년에 가장 로맨틱한 장소로 뽑혔다는 문구가 적힌 접시가 전시되고 있었다. 접시에 적힌 연도가 다양하지 않은 것을 보면 토론토 지역 잡지사에서 뽑았음에도 여러 해 동안 선정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꼭 집어 우리가 방문한 해였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그런 로맨틱한 장소에서 난 뭘 한 건지란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다시 본 토론토의 스카이라인은 아래 돔구장에서 야구 경기하고 있다는 것을 빼면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틈틈이 창가 옆으로 돌고 있는 레일을 보며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은 추억 조각을 찾아보았다. 일부러 넣기도 어려울 만큼 작은 틈새에 쏙 들어가 로맨틱 영화를 코미디 영화로 바꿔버렸는지.


아들은 떠나온 런던보다 다섯 시간이 느린 이곳 시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부터 졸기 시작카지노 게임 사이트. 좋아하는 요리로 깨워 먹여도 입에 들어간 음식은 계속 저작 질만 당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가진 않았다. 꾸벅꾸벅 졸다 툭 치면 씹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15년 전 로맨틱한 시간이 코믹한 시간으로 바뀌는 과정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아들의 힘겨움은 다른 이의 즐거움으로 바뀌었고, 내 흑역사는 아들 흑역사로 덮이고 있었다. 훗날 이곳에 다시 올 이유를 아들은 졸면서 만들고 있었던 거다. 여행에서 완벽했던 순간보다 약간은 어긋나며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그곳으로 다시 가야 하는 이유를 찾아주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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