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냉장고가 멈췄다. 멈추기 직전 큰 아이가 주방에 있었는데
"엄마, 나와 보세요. 냉장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확인 차 나오자마자 이상한 소리는 마지막 발악을 하고 냉장고는 제 몸이 잘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던 불빛을 꺼버렸다.
오랜 인연이었다. 결혼 준비할 때 기능이고 가격이고 간에 이쁘고 맘에 드는 외장을 보고 선택했었는데, 그 미모도 이제 바래진 상태, 기능도 다해버렸나 보다.
수리 기사님은 부품 교체해 봐야 반복되는 문제일 거라며 새 냉장고를 구입할 것을 권해주셨다.
냉장고가 멈춘다는 것은 당장 넣어둔 먹거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로부터 복잡한 과정이 시작된다. 서비스를 신청한다고 해서 바로 당장 기사님이 우리 집으로 달려와주는 것도 아니다. 목요일 저녁에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가장 빠른 방문 날짜가 다음 화요일이었으니 그 사이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것들은 어떻게든 재정리해야 한다. 일단 냉장실에 있던 것들은 김치 냉장고로 이사를 시켰다. 냉동고에 있던 그 많은 것들은일부는 버리고아래층 고모댁에 며칠 부탁을 했다. 다행히 고모님 댁에 여분의 냉동고가있어서 다행이었다.
수리 기사님은 약속 하루 전 방문해 주시는 수고를 보여주셨다.오래된 냉장고는 잠깐 수리를 해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거라며 새 냉장고 구입을 권해주셨다.인터넷으로 구입하면 훨씬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팁도주셨지만 뭔가 불안하여 주변 대리점을 찾았다. 다음날 간단히 집안을 정리하고 가까운 대리점을 찾았다.
번쩍이는 깔끔한 냉장고들이 나란히서 있었다. 일단 눈이 가는 곳은 가격표였다. 카지노 게임 최신식 냉장고는 30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붙어있었다.
내가 고른 것은 양문형! 고르면서 생각했다.
'역시 난 변화를 싫어하는구나!'
쓰던 방식, 몸에 익은 행동반경그 범위에서 익숙한 몸놀림이 좋다. 한 가지, 홈바 형식이 없어져 좀 아쉽긴 했다. 홈바로서 충분했던 아이들 간단한 간식도 이제 큰 문을 열고 보관해야 하게 되었다. 내가 최대로 고려했던 것은 손자국이 잘 남지 않는 외장! 그거 하나만 판단 기준에 두었다. 최첨단 기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냉장고는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게 냉기만 잘 나오면 되었다.
간단히 고른 나의 냉장고는 다음날 배달 된다고 한다.주문 및 결제가 끝나고 나오려는데 잠깐 날 세워두더니 사은품 몇 가지를 들고 나온다. 프라이팬과 유리 반찬통 세트다. 할인 가격에 더해 9만 원 자투리도 깎아주고 선물까지 받으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카지노 게임은 참 절차가 많다. 서비스 신청부터 주문하고 배달까지 모든 과정이 관리가 된다. 서비스 기사님은 약속 시간도 전에 전화해서 냉장고의 상태를 살펴주었고 이는 며칠 뒤 서비스 평가에 반영되었다.문자가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배달 기사님들의 서비스 상태도 다음날 톡으로 평가받았다. 친절했는지, 친절했다면 어떤 점이 좋았는지, 다음에 또 서비스를 받고 싶은지, 약속 시간은 잘 지켰는지, 응대 태도도 괜찮았는지 등등... 모든 것이 평가항목에 들어 있었다.
꼭 그리 생각할 일은 아니겠지만 평가가 뒤따르는 서비스여서 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봤다. 오래된 집의 불편한 구조를 감수하면서 예상 못한 상황에 능숙한 대응까지! 배달 기사님이 어쩜 이리도 친절할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후인지 모르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친절한 응대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순수한 친절이 이렇게 곡해될 수도 있는 상황이 좀 아쉽긴 하다. 난 그냥 순수하게 배달 기사님께 고마움을 갖기로 했다. 배달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서비스 평가에 대한 마지막 당부를 하고 떠났다. 그러곤 다음날 좋은 평가 부탁한다는 문자를 또 보내왔다. 흠.. 이런 걸 감정노동이라고 하나보다.
카지노 게임 곳곳에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음식점에서부터 영화 평점, 사소한 방문 서비스 한 건마저도 매번 평가를 받는다. 세상이 편리해지고 규격화되는 것이 좋기도 하면서 좀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조금은 따뜻해져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