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게 길들여지다
새해가 시작되면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우편물을 부친다.
우체국에서 EMS(국제 우편물)를 이용할때면, 특히 미국 우편물은 반입품에 대해서 주의 사항을 듣게 된다.어떤 때는 직원이 포장하는 걸 도와주며, 일일이 우편물을 검수한다. 고춧가루 속에 깨(씨앗으로 취급)를 숨겨 넣었을 때는 심장이 다 떨렸다.
지난해는 모든 음식물 반입이 막혔다. 폐기될 것을각오하고 보내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젠 참고 사항으로만 듣고과감히우편물을 접수해 버린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로 우편물 반입이 강화되긴 했지만, 대체로 잘 들어갔다.
올해도 미리 스마트 접수를 하고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포장한다. 접수를 하면서직원이 송장 Contents 난에 우편 내용물 몇 개 빠져있다며채워 줬다.
국제 우편을 부치고 돌아와 한참 뒤에 우체국에서 복사해서준 송장을봤다. 잘못된 표기가 보였다.
인삼, 미역 등과 같은 식품 앞에 dried가 빠져있었다. 음식물 반입이 까다로운데, 말리지 않은 축축한 생물로 보낸다고 버젓이 표기해 놓은 것이다.
이 부분은 우체국직원의 실수였다. 몇 개 빠진 품목을 직원이 채워 넣었던 거였다.
직원이 본인 입버릇처럼 폐기될 것을 각오하고 보내라 했던 말대로 진짜 폐기될 사유를 보태 얹어 준 셈이었다.
우편물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통과되긴 하겠지만, 찜찜한 마음이 들어우체국에 전화했다.
내가 송장에 잘못 표기된걸 고쳐 달라고 하자, 담당 직원은 출고 준비 중인 송장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원칙만 고수했다.
우체국에 직접 가서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우편물 출고 시간이4시 반이었다. 나는 십 분을 앞두고 부랴부랴 우체국으로 가서 송장을 고쳤다.
수십 년간 해외에 사는 카지노 게임 추천과 국제 우편을 주고받으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았다.
나는 주로 우편물을 잘 포장해서 보내는 것이 제일 큰 관건이라면, 카지노 게임 추천은 체류하고 있던 국가의 다양한 사정에 따라 우편물의 생사가 갈렸다.
수년 전에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의도치 않게 역사적인 사건에 휘말리며 나도 직간접인 경험을 두루 해봤다.
1990년대 카지노 게임 추천이 해외 봉사단(KOICA)으로 나가 있던 회교권 나라에서 크게 폭동이 일어났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생명까지 위태로웠다.
나라 안의 폭동은 독재정권에서 부를 축적한 중국인 혐오가 학살로 번져서 비슷하게 생긴 일본, 한국인들도 모두 타깃이 되었다. 길거리에 나다녔다가는 언제 죽을지 몰랐다.
일본에선 자국민을 실어 갈 수송기를보내줬는데, 우리나라에선 아무런 조치도 취해 주지 않았다. 명색이 국가 봉사단으로 나온 단원들의 생사를 나 몰라라 했다. 각자 몸을 피신할 곳을 알아서 찾으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 지인 댁에서 숨어 지내며 전화로 그 상황을 전해 주었다.부모님이 염려하실까 봐 당분간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두려움에 떠는 나를 오히려 위로해 주었다.
저런 상황에서 침착하고 담담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 순간 철없던 카지노 게임 추천이 강하고 빛나 보였다. 그 애 안에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힘과 신념이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어쩌면, 무모하고 겁이 없는 20대라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고.
나는 비싼 전화 요금을 치르며 전화기만 생명줄처럼 놓지 않았다.처음으로 가장 길게 마음을 터놓고대화를 나누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부터... 한보 사태 (IMF 사태),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굶어 죽는 일이 허다했다) 같은 굵직한 현 시국을 염려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90년대에 쓴 일기, 편지 글을 훑어보다가 알게 되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정치, 사회 이슈로 대화를 끌고 갔던 건, 나라가 안정화되어야 저도 살길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IMF 시기에 나라 밖에나와서 애국자가 다 되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나와 발리 여행을 계획했는데,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게 되었고, 내가 좋아할 만한 공예품 사둔 것도 보내 줄 수 없을 것 같다며 다시는못 볼 것처럼 말해서 나를 울렸다.
그 당시 나는 무신론자였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의 뜨거운 신앙에 질려 있었다) 기꺼이 교회 나가서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아비규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카지노 게임 추천은 2년 후 미국으로 날아갔다.
미국에 들어간 그다음 해에 911테러가 일어났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가는 곳마다 역사의 산 체험장이 된건 희한한 일이었다.
그 당시 카지노 게임 추천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30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세계 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가 비행기 테러로 불타고 많은 사상자를 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사무실에서 인터넷 뉴스를 통해 테러를 접하게 되었다. 정오 12시에 이른 퇴근을 했는데, 교통편이 다 끊긴 거리는 대낮인데 암흑이었다고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세를 얻어서 사는집은 걸어서 1시간 거리였다. 눈처럼 날리는 회색의 잿가루를 덮어쓰며 하염없이 걷다가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하면 내게 전화했다.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고,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불타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전해 주었다.
무역센터와30분 거리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 냄새가 1년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 빨리 들어가라는 내 말에 카지노 게임 추천은 잠시만 더 통화하고 싶다며, 어딘가 넋이 나가 있었다.
강대국 미국이 한순간에 심장부가 무너지는 걸 눈앞에서 목격했으니,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카지노 게임 추천 저를 힘들게 했던 것들과인생의 무상함, 자신의 나약함, 타향살이의 외로움에 대해날것의 감정을 드러냈다. 무엇이든 겁 없이 도전하고 직진만 했던 카지노 게임 추천이 슬픔과 분노에 잠겨 말하는데 사포처럼 내 속을 긁어댔다.
너 안에 단단했던 신념은 어디 갔느냐며, 마치 기만당한 기분에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카지노 게임 추천은 두서없이 양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나중에 양의 특성에 대해 찾아보았다.
'양은 눈이 나쁘다.
이기적이고 멋대로다.
잘 속는다.
방향 감각이 없다.
방어력이 제로다.
잘 넘어진다. 넘어지면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못 일어난다.
반드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온다.
죽을 때가 되면 온순해진다... '
마치 나와 카지노 게임 추천의 살아온 삶이 양의 어떤 부분과 닮아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제 생명이 위태로웠던 굵직한 역사적 현장에 나를 끌어넣으며이 같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거였을까.
나약하고 실수투성이인 우리는 그 결핍과 절망, 두려움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성장해 가는 중이란 것을.
막 30대에 진입한 나는 결혼과 일, 그경계선에서 전환점이 되었고.
카지노 게임 추천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나와 보기로 해 놓고, 다른 사람과 그 뮤지컬을 보고 그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다. (뉴욕을 미련 없이 떠난 건, 살짝 배신감 마저 들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야금야금 순한 양으로 길들였다는것을.
나의 고집스럽고 단단했던 자아가 조금씩 조금씩깎여 나갔고,부족한 곳이 매어져 가고 있었다.
온순한 양이 되어가는 중일까? 나이 때문일까?
무엇이건, 존재 자체의 소중함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