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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3. 2024
부끄러움 찬사
보통사람
눈과 귀와 입이 열리기 전탯줄 따라 달려온 나의 꼬리.
옷자락,기둥, 얼굴, 얼굴의얼굴 뒤
뫼비우스 띠 따라 숨을 곳 없을 때까지꼭꼭 숨어라, 꼬리 보일라
부끄러움의시초는 숨바꼭질
겉과 속이 다른너는,검푸른외피 속붉은 피로가득하다.
한 입 깨물면 입안 가득한 핏빛.
풋자두처럼 시고 붉었으며
얇아졌다 도톰해졌다이내 탐스럽게 부풀었다.
연민, 동정, 한숨, 안도, 위로
설익은조각을덥석덥석 잘도 받아먹는
나는,버려진짐승이었다.
잘 버무려진 반죽은 금세 발효되고
포근하고 말랑한 가죽뒤집어쓴보통사람
나는보통사람일것이다.
종종 자주 빈번하게'부끄러움' 앞에 멈춰 섰다.
나는 무엇을 부끄러워한 걸까.
부모 빈자리가 부끄럽고,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비루한 가난이 부끄럽고 머릿속에 둥지튼 머릿니가 부끄럽고 깎아도깎아도자라나는 까만 손톱이부끄러웠을까.
30년을 건너뛰어 갑자기 중년이 되어버린 나는 겨우 덜 부끄러운 어른이 되었다.겨우는 땅속을 뚫고 돋아난 싹처럼,겨우는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찌를 수 있는 단검으로,겨우는 얼어버린 대지를 녹이는 봄비로,겨우는 땅속에서 7년을 견딘매미의 눈물로 자라났다.
가끔은 타인눈에 들기보다 내 눈에 들기 위해 애썼고 헌신적인 가정의 일원으로 살기보다 내목소리에귀를 기울였다. 뻔뻔함은 낯선 이기심이 아니라 살을 부대끼며살아가는 절절한 가족이다. 나의부끄러움은 조금수줍고 조금당당해졌다.
러미노즈테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