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여자에게 문화예술기획자라는 남자의 직업은 매력적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그어진 '적정선' 이상을 넘어가길 망설이는 여자는, 어릴 때부터 예술 계통의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경외심과 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동경하는 그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여자를 대신해 그 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에 신기함과 호기심 그리고 대리 만족을 느꼈다. 그렇게 여자는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그 남자와 결혼을 결심했고(물론 그의 됨됨이와 잘생긴 얼굴도 고려 대상이었다. 진심이다.) 2015년 남자와 여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아내가 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유명한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삶의 패턴이 일반인과는 많이 다른 사람들, 아내의 기준에 '사람이 이렇게도 사는구나.' 싶은 그런 독특한 삶을 사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상대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직업이라는 것만으로도 틀에 박힌 갑갑한 아내의 인생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숨구멍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박봉이라 하더라도 그의 일이 좋았고 퇴사를 반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과 열정 페이가 만연하는 예술계는 팬데믹이라는 힘든 시절이 지난 후로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직업의 매력과 아내가 가진 환상 만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결론 내렸다. 그리하여 2023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이 44살에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 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한동안 푹 쉬기로 했다. 아내 또한 오랜 시간 객지에서 혼자 고생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둘 사이의 '푹 쉼'의 기준은 많이 달랐고, 그 때문에 2023년은 8년 간의 결혼 생활 중 가장 많이 싸운 한 해로 기억되었다. 예술 계통의 사람이라 그런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쉬는 것 마저 많이 자유로웠다. 휴식이 자유롭다는 표현에 어색함은 1도 없지만 유독 아내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휴식은 왜 그리 어색하고 거슬렸는지...... 자유와 여유가 과해 철철 흘러넘쳐 버려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고 안타까웠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내에게 휴식이란 다음을 기약하며 체력을 재충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재도약을 위한 준비의 시기이기에 운동과 독서 그리고 다양한 활동이 기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휴식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었다. 몸과 마음이 충분히 쉴 때까지, 무언가를 다시 해보겠다는 의욕이 생길 때까지, 그리고 그 무언가가 무엇 인지를 발견할 때까지, 그때까지 잠을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휴식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까지 인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기약 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휴식 모드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조급증을 앓고 있는 아내에게 극한 공포 체험이자 결혼 생활 중 가장 큰 인내심 테스트였다. 한편 퇴사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답답증과 조바심을 내는 아내가 섭섭하고 이해되지 않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대략적인 계획을 절충안으로 내놓았고,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 아내는 그제야 비로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온전한 쉼'을 허락했다.(아니, 사실 꾹! 참았다.)